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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여행 2145일째 2021년 5월 4일(화) 애틀랜타/비

송삿갓 2021. 5. 5. 10:34

천일여행 2145일째 202154() 애틀랜타/

 

혼자 살게 되면서,

아니 더 정확하자면 아해를 만나고부터

과거의 어느 날을 떠올리며 후회하거나 돌아가고픈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나름, 충분히 그렇게 살았다.

후회하거나 반성하기보다는 오늘에 충실하고 오늘 행복하기를

또 그렇게 살면서 하루하루를 쌓았다.

딱 한 가지, 내가 이렇게 사는 것에 아주 가끔 느끼는 허전함은

진얼이와 샛별이와의 거의 모든 추억이 잠겨버린 것인데

진얼이와의 추억은 어쩌다 생각나지만

샛별이와의 추억은 거의 소멸된 것 같아 미안함이 들지만

그 또한 아주 잠깐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왜, 어떻게 그런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과거에 메여 사는 시간이 아까웠기에

어제까지의 삶은 오늘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위한 준비의 날들로 생각했고

그렇게 살도록 이끌어주고 도와준 사람이 있었기에 따르고 만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과거의 어느 날, 어느 순간이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가 있다.

어느 곳을 지나다

책의 어느 문구를 읽다가

TV를 보며 어느 장면을 보다가

데자뷰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데

가장 자주 일어나는 경우가 예전의 음악을 들을 때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그런 음악의 대부분은 어린시절의 것이다.

의미나 뜻도 모르던 시절 그냥 흘려듣던 노래가

소용돌이치듯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물론 그도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19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 마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인데

오늘 어찌하다 듣게 되었는데

노래와 어머님이 겹쳐지며 갑자기 슬퍼졌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머님이 완창하시는 것을 들은 기억은 없고

어린 시절 흥얼거리셨고 스피커라고 불리었던 유선라디오로 들었던 게 전부인데

나중에 자라 그 노래를 들었을 때 따라 부르며

그 때서야 가사의 의미를 알았던 노래다.

내 기억으론 내가 들어 부르게 된 첫 어른들의 노래였을 것이다.

암튼 오늘 아침 [섬마을 선생님]을 듣다가 과거를 회상했고 감성에 빠졌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는 내 삶에서 이런 정도의 회상은

사치를 하고픈 날의 일탈정도로 합리화시키며

감성이라는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적어도 후회나 돌아가고픈 생각은 아니니 말이다.

어머님께 조금 더 잘해야겠다.

 

오늘은 오전과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운동을 포기하고 사무실에만 갔다가 바로 집으로 와서 쉬었다.

하지만 오전엔 흐리기만 하고 비는 내리지 않아

운동 갈 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몇 번 했지만

내일부터 내리 5(Sugarloaf에서 이틀, 동네에서 사흘)을 걸어야 한다는 것으로 위로......

늦은 오후부터 시작된 비는 잠자리에 들 시각까지 수시로 폭우가 내려

내일 운동 할 수 있겠어?’라는 걱정을 했다.

이정도 비라도 걷기에 문제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 꽃집과 새롭게 계약한 CPA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PPP신청을 하는 데 내가 Owner로 되어있어 첨부한 서류에 서명을 해서 보내달란다.

정말 관여하고 싶지 않고 또 다른 문제가 생길까 마음이 불편하다.

내일 꽃집 형수님과 통화를 해서 정리가 필요할 듯......

폭우소리를 들으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