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사하라에서 생긴 일(4)

송삿갓 2016. 1. 22. 22:50

사하라에서 생긴 일(4)

 

도로가 아니라

그냥 돌바닥

 

오는 손님 반기듯

발딱 선 돌기둥 돌

 

사하라를 보호하는 듯

날카로운 뿔을 하늘로 처든 돌

 

어디론가 먼 길을 가다 쉬는 듯

길게 누워 햇살을 즐기는 돌

 

가던 길 쉬다 가라는 듯

넓적한 평상을 한 돌

 

수줍은 모습을 감추려는 듯

꼭꼭 숨어 살짝 엿보는 돌

 

가는 이 아쉬워 슬픔을 감추려는 듯

고개 숙여 땅만 보는 돌

 

, , 돌 길을 달린다

한 참을 달렸을까

뒤 따라오던 차가 안 보인다며 행렬이 멈췄다

한참 만에 따라온 차

타이어가 펑크 나서

갈아 끼고 오느라 늦었다 한다

 

다시 달린다

어느 돌은 차력하듯 있는 힘을 다해 버티고

어떤 돌은 잘 가라며 튕겨 나간다

시샘이 많은 돌은 한 번 봐 달라 콕콕 찌른다

 

얼마 가지 않아

드넓은 돌 평원

달리던 차는 덜덜덜

앞에 탔던 요리사 창 열고 뒤를 보더니 펑크

심통 많은 돌이 심술을 부렸던가

인정 넘치는 친구가 쉬어가라 하는 가 보다

 

행렬은 멈추고

자리를 펴고 상을 차리고 점심을 먹는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

사방을 둘러봐도 평평함이 이어지고

아련한 끝에 가물가물 뾰족뽀족, 울퉁불퉁 돌산

지평선이 아니라 돌평선

 

쉼을 마치고

상을 접고 자리 걷고 다시 가는 길

가이드와 요리사가

무릎을 꿇더니 땅에 이말 대고 기도한다

 

그들의 기도에 내 소망을 살짝 얹는다

돌이 심통 부리지 않게 해 주세요

 

December 31,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