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30일째, 2016년 2월 5일(금)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6. 2. 6. 10:50

천일여행 230일째, 201625() 애틀랜타/맑음

 

새벽(123)에 메시지를 받았잖아?

무슨 전화를 그리 오래 해...’

아니 이게 웬 날벼락이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몸부림치며 뒤척이고 있는데 전화라니?

약을 먹어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해 힘들어서

약 먹고 힘들어 하느니 약에 의존하지 말고 자보자며 그냥 잠자리에 들었거든

그런데 어제 저녁에는 Espresso Machine을 사서 시험 가동한다며

두 잔을 내리 마시고 잤더니 가슴만 울렁대면서

내가 잠을 거부하는 건지 아님 그 애가 날 거부하는 건지 모르지만

서로 버티기 하듯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으면서도

피곤하니까 깜빡깜빡 잠이 들었다 깨는 거였어

그런 와중에 메시지를 받으니 얼마나 황당하겠어

 

내가 새벽에 전화통화를 한다는 것은 아주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거든

어머님이 갑자기 편치 않으시던가 아님 한국의 누군가 갑자기 일을 당한 것

그것도 아님 사무실에 알람이 울리는 것 혹은 일하는 공장사람 Jail에 가 있던가

에궁~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다.

 

결국 꿈에서 통화중음인 뚜~~ 소리가 났다는 말에 황당함의 너털웃음만 나왔다

이런 때 ~~”이라고 하는 게 요즘 언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

그런데 참 이상하지?

황당함을 마치고 얼마동안 뒤척이기는 했는데 제법 깊이 잤다.

가슴 울렁거리는 것도 없어지고 대치상태를 풀면서 조용히 물러나는 거야

역시 아해는 내 수호신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모닝 알람 콜에 일어나 일기예보를 보는데 31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낮은 거야

오늘 물탱크의 펌프를 교체하려고 생각했거든

추운 날 푹 꺼진 콘크리트 물탱크에 들어가는 것 정말 난감하다.

온도는 낮지 돌가루 진흙은 옷과 몸에 범벅이 되지

장화를 신어도 발이 시려서 하체를 꼬면서 일을 하거든

물탱크는 왜 추운 겨울이면 문제가 생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 있다, 히터는 겨울 가장 추운 날, 에어컨은 여름 가장 더운 날

그래도 햇살은 좋다.

찬 공기를 뚫고 땅에 사랑을 듬뿍 쏟아 부으려는 듯 비치는 해 사랑이 가득하다.

 

무심코 달력을 보다보니 한국은 오늘부터 설 연휴네

아마도 여기 애틀랜타의 한국마트들도 설이라며 구매욕을 부추기겠지?

그나저나 나는 살 거 없나?

주말에 떡국은 끓여 먹어야겠지?

이러니까 괜스레 처량해지는 것 같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야

아해가 그러지 말라고도 했으니까

 

펌프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물탱크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거지

추운데 잘 되었다 싶으면서도 물을 퍼내며 일하는 공장 식구들 안쓰럽기도 하고

할 수 없는 일이지 뭐~

덕분에 한가해진 덕분에 1월 회사 운영내용 점검하고 세금 보고 자료를 검토했지

 

집으로 오는 길에 Costco에 들려

키위, 샐러리, 버섯, 닭을 사서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는 김치찌개, 오징어볶음, 메밀전, 김치로 저녁을 먹고

키위 잘라서 말리기 시작했고 신발장을 정리했다.

천일여행 시작하기 전부터 뭔가를 만들어 정리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 뭔가를 시작도 못하고 지금까지 오다가 결국 알루미늄 선반을 사서 정리 했다.

빨래하고 쌀 담그고 집안 정리하고 나니 불타는 금요일 저녁이 다 지나갔네

실은 이렇게라도 해서 집중하는 것이 있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다.

그러지 않으면 가슴부여잡고 몸부림 칠 것 같아 다른 것을 더 열심히 하는 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쁨과 행복으로 생각해 보려고

이러니까 무슨 성경구절에 나오는 것 같은데 그건 절대 아니라는 사실

암튼 이것저것 정리를 끝나고 나니 조금 좋아졌던 허리가 불편해서 아스피린 하나 먹고

컴퓨터 앞에 안자 쉬다보니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참 분주했지만 나름 잘 보낸 하루라고, 아니 열심히 보내려고 노력한 하루라고

내 자신에게 위안을 주며 마무리한다.

 

우리 좋은 주말 보내자.

Have a good weekend!!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