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33일째, 2016년 2월 8일(월) 애틀랜타/흐림, 맑음
천일여행 233일째, 2016년 2월 8일(월) 애틀랜타/흐림, 맑음
어제 저녁에 중계를 본 50회 슈퍼볼은 덴버가 24:10으로 이겼는데
여러 선수 중 특히 내 관심을 끄는 선수가 한 명 있었어
덴버의 쿼터 백 패이튼 매닝이라는 선수인데 내가 쉽게 기억하는 쿼터백이야
내가 미국으로 왔을 때 미국 풋볼에 대해 뭘 알겠어
풋볼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회사에서 혹은 골프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싫어서 룰도 모르면서 그냥 보기 시작했지
미국에서는 특히 대학 풋볼도 요란한데 슈퍼볼은 온 나라가 들썩이는 거야
관심을 가져 보려고 프로 경기 중계를 보는데 아주 인상적인 선수가 있는 거야
알고 보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쿼터백이었던 거지
그 선수가 매닝, 동생도 쿼터백인데 아버지도 선수였고 부자가 모두 잘 한데
패이튼 매닝이 지금 나이가 40이래, 은퇴할 나이가 지난거지
그래 그런지 최근 경기를 보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제도 그러더라고
하지만 공격진과 수비가 잘 해주고 상대 팀인 캘로라이나의 24살 쿼터백은
경험이 부족해서 그러는지 자꾸 실수를 연발하더니 매닝에게 트로피를 넘겨줬지
나이가 들었는데도 어떻게든 잘 해 보려는 매닝을 보면서 나이 들어도 명품이라는 생각을 했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허무맹랑한 건가?
나는 뭐가 명품이지?
오늘이 한국에서는 ‘설’ 이잖아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힘이 많이 빠져 있으시더라고
명절이라고 거의 한 달 전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맞이 하느라 좋았는데
명절 날 오후가 되면 순식간에 쑥 빠져 나가는 썰물과 같이 전부 떠나고
혼자 있는 명절의 저녁, 꽤나 쓸쓸하실 거야
예전에 아버지가 계실 적엔 두 분이 함께 계셨고
할머니가 계실 적에 먼 친척들까지 오느라 이삼 일 명절 분위기 였는 데
지금은 아버지, 할머니 안 계서 혼자니 더 허전하시겠지
점심까지 먹고 모두 가고 한 숨 주무셨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나 보고 떡국은 먹었냐고 하시는데 입맛이 참 쓸쓸했단다.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라는 거 알면서도 기분이 그래······
아침 날씨까지 흐린 게 마음이 편치 않다.
오늘은 물탱크에 들어가려고 작정을 하고 마음의 준비와 옷을 입고 왔다.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위와 아래 내복을 입었는데
아래는 작업을 위해 얇은 바지를 입은 거고 위는 추울 것 같아서 입었지.
점심 도시락을 먹고 펌프를 교체하기 위해 준비를 했지
물론 펌프는 직원이 아침에 Pick up 해서 준비를 마쳤지
탱크 뚜껑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의 건물을 사서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공장의 두 곳에 땅을 파서 만들었는데
탱크 하나에 세 개의 공간을 만들어 점차적으로 낮게 하고
마지막 공간에 수중펌프를 설치해서 물이 차면 하수도로 퍼내는 구조인데
첫 공간에 돌가루가 가라앉게 되어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바닥에 깔린 돌가루를 퍼내야 하거든
첫 번째 공간이 꽉 차면 다음 칸으로, 두 번째가 차면
세 번째 공간으로 넘어가는데 그곳은 거의 바닥에 펌프가 있어
돌가루가 쌓이면 펌프가 작동을 안 해요
이 번에 펌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제 때 청소를 안 해서
돌가루가 흘러, 흘러 세 번째 칸 까지 가득 한 거야
그럴 것 같아서 먼저 청소를 하라고 했는데 청소를 다 해도 안 된다기에
펌프가 고장 난 것으로 판단한 거지
청소 한 것을 확인하지 않은 내가 잘 못 한 거야
공장 친구들 말을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깜빡했지 뭐야
청소를 했더니 펌프가 잘 작동 하더라고
참 내원······
옷에 여기저기 돌물이 묻어 집으로 일찍 왔다.
저녁은 떡만두국, 오늘이 설이라 지난 주말에 치킨 국물 우려냈잖아
떡과 만두를 넣고 끓이다 계란과 부추 넣어 완성
웬 부추냐고? 그냥 부추가 있어서
닭 냄새도 안 나고 좋던데?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