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65일째, 2016년 3월 11일(금)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265일째, 2016년 3월 11일(금) 애틀랜타/맑음
또 불금이 왔다.
예전에는 불금이라는 단어가 존재 하지도 않았고 나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 후
한참 후에야 불금이 ‘불타는 금요일’ 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불타는 금요일일까?
아마도 젊은 친구들 토요일은 반공일(참 오랜만에 써보는 단어다) 혹은 공일이라
편하게 늦게까지 놀 수 있어 그랬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나 같이 나이 든 사람도 그럴 수 있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 말 자체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금요일이라 해서 특별한 계획이 있거나 함께 즐길 사람도 없는데
왜 금요일만 되면 맘이 심란하지?
이것도 생각해 보면 계획이나 놀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심통이 나서 그런 것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사람은 “헐~” 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Fact다.
지난 가을에 채용한 직원 Christian과 Accounting 여직원 Liana가 제법 손발이 잘 맞는지
아님 익숙해져 가는지 일의 속도나 안정감이 보인다.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전쟁처럼 하던 공장식구들 주급계산이 빨라져 목요일이면 끝을 낸다.
덕분에 금요일 오전이 여유로워 졌고 이번 주도 어제 일을 마쳐 오늘 오전에 운동하러 갔다.
금요일이라 클럽에는 아침부터 사람이 많기는 하였지만 편하게 걸으며 운동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체형이나 걷는 모습을 보면
실력이 얼마나 되고 속도는 어떨지 대충은 가늠할 수 있다.
시작할 때 앞이 비어 열심히 걸어 세 번째 홀 중간에 갔을 때 그린에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갈지자로 걸어야 할 정도로 배가 불뚝 나와 스윙이 잘 안 되고 속도가 느렸다.
네 번째 홀부터 기다리기 시작하며 리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행이 다섯 번째 홀의 티 박스에서 기다리며 나 보고 빨리 오라는 신호에 Pass를 하는데
오늘은 3월 초반의 날씨 치고는 많이 덮고 Cart Path only라 걸어야 해 그런지
체중이 많이 나가실 것 같은 두 분은 헉헉거리며 반팔 셔츠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것을 보며 숨소리를 듣는데 가슴이 꽉 막히듯 답답하고 어질하기까지 하였다.
아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운동을 잘 마치고 샐러드 Togo 해 와서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었다.
최근에 앉았다 일어나면 빈혈이 있는 사람처럼 어질한 게 기분이 좋지 않다.
날과 시간대에 따라 심하고 덜한데 저녁 시간이나 날씨가 흐린 날 조금 심하다.
오늘도 운동하며 그린에서 공을 집는데 어질하면서 휘청해 잘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집에 히터가 문제가 있어 엔지니어를 불렀었는데 뭔가 한 가지 더 교체해야 한다며
다녀 간 날이 지난 월요일, 화요일 아침에 일정을 잡아 전화 한다고 하더니
저녁이 되도록 전화가 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미안하다며 목요일 5시 경에 보내 주겠다고 하였다.
목요일, 그러니까 어제 저녁 5시 반 경에 오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못 온다며
내일(금요일, 오늘) 5시에 보내 준다며 일정을 재조정 하였다.
오늘 5시가 넘어도 사람도, 전화도 안 온다.
전화를 다시 했더니 확인해 보고 전화를 준다기에 끊고 기다렸다.
아마 30분 쯤 지난 다음에 전화가 왔나?
말인 즉 어제와 같이 엔지니어가 테네시에 있고 8시 경에나 올 수 있는데
내일이나 다른 날로 잡으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다.
이미 세 번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 했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어 기다리겠다고 했다.
황당한 것을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일이 토너먼트인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래서 그냥 가면 되나 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내일 Tee time sheet를 들어가 보니 내 이름이 없다.
뭔가 잘 못 되었나 하면서 몇 번을 보았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신청했던 Pro Shop 친구에게 이메일을 했더니 3월 9일부터 15일까지 휴가란다.
이런 황당함이 있나?
부아도 나고 기가 막히기도 하였지만 분노하면 나만 손해인 것을
결국 토너먼트는 참석할 수 없게 되어 내일 새벽에 가서 걷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참 황당한 것은 내가 신청한 친구가 오는 날이
나는 여행을 떠나는 날이니 만날 수도 없게 되었다.
히터 고치는 친구들은 8시 50분쯤에 9시 30분까지 온다는 전화가 왔다.
결국 9시 40분을 넘기고서야 도착해서는
Controller 바꿔 히터는 동작이 되는데 에어컨이 안 된다며
시스템 전체를 뜯어서 한 참을 보다가 8층에 있는 실외기를 보고 오더니
그곳에 있는 온도조절 연결에 문제가 있어 해결했다며 시험하는 데 동작이 잘 된다.
12시가 거의 돼서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들을 보니 먹고살기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이래저래 뭐가 잘 안 풀리듯 그냥 대기하고 답답해하는 것으로 불금의 저녁을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