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89일째, 2016년 4월 4일(월)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6. 4. 5. 10:48

천일여행 289일째, 201644() 애틀랜타, 맑음

 

여행에서 돌아와 처음 출근하는 날이다.

내가 여행에 있는 사이 3월말 영업실적이 좋지를 않았다.

회사에 가서 확인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작년, 그러니까 20153월 보다 실적이 나쁘다.

2016년 계획이 2015년보다 25% 상승할 것으로 계획을 수립하였고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지만 1, 2월 실적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

3월부터는 충분히 따라 잡을 것으로 생각했던 내 계획이 잘 못 된 건가?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자위를 하면서도

3월의 실적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편치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의 첫 출근길이 조금은 긴장되었다.

 

공장에 도착하니 이미 출근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금은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컴퓨터를 켜고 자료를 Back up 하면서도 가능한 빨리 3월의 내용을 보고 싶기는 했지만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어차피 벌어진 일인데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보자는 심산인지

잔잔한 호수를 미세하게 일렁이며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조각배처럼 천천히, 아주 느리게

 

여행이나 휴가를 다녀오면 책상위에 처리해야 할 서류와 우편물이 무질서하게 뒤섞여

조금은 짜증날 정도로 어지럽혀 있는 게 보통인데 오늘을 잘 정돈되어 있다.

한국에서 회사에 다닐 때 여직원이 꼼꼼하게 정돈을 해 줘도 마음에 들지 않아하며

다시 정돈하던 내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며 던지듯 어지럽게 널브러진 서류를

인내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려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데

오늘은 종류별, 일자별로 잘 정돈되어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순간 뭔 잘못이 있기에 이리도 긴장들을 하셨나?’ 하는 좋지 않은 생각도 하였다.

 

밀린 일을 할라치면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 못하는 속도로 정말 순식간에 해 치운다.

오늘도 정돈된 자료들을 한 묶음씩 끌어 당겨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 속도로 처리했다.

3월의 매출이 적은 것은 적자를 내거나 이익이 아주 작게 나는 한 회사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매출은 떨어졌지만 이익률은 좋아질 것으로 생각되는 현상이다.

 

날씨가 참 좋다.

아주 좋아라 할 수는 없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은 실적에 한 숨을 돌리다

파트너가 출근하여 몇 가지 점검을 하는데 조금은 구린 내가 난다.

아마도 뭔가 내가 쉽게 넘어가지 못할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모른 척 한다.

 

점심은 어제 클럽에서 Togo 해 온 샌드위치를 먹고 조금 쉬다가

어제 골프장에서 기분 나빠하며 먼저 떠나버린 ROTC 선배를 만났다.

사무실에서 만나려 하였지만 제과점으로 오라하여 그리로 갔더니

CBMC 회장을 나에게 물려준 전 회장과 점심을 하였는지 차를 마시며

어제의 일을 분개하듯 재방송에 재방송을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또 재방을 하며 내가 대처하고 있는 것에 자기의 견해를 덧붙인다.

짧은 위로의 만남을 뒤로 하고 Costco에 들려 우유를 비롯한 몇 가지 장을 보고 집으로 왔다.

 

여행때 입었던 빨래를 하고 가기 전에 건조대에 널어놓은 빨래를 정리하고

저녁은 아침에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옮겨 놓은 영계를 삶아 닭국을 끓였다.

다림질을 하는데 낮에 만났던 선배로부터 전화가 와서 내일 점심 무렵에 골프를 하잖다.

바로 거절하는 게 좋지 않아 일정 확인하고 10분 내 연락을 주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원래 주중에는 일과 관련 되지 않은 골프를 다른 사람과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운동을 하며 혼자 걷거나 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걷는 것은 하지만

일 하는 시간에 그냥 노는 것은 아직은 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내일 만나 골프를 하면 어제의 일에 대해 재탕, 삼 탕을 할 게 뻔하기에

전화를 걸어 일정 조정을 못 했노라며 정중히 거절하였다.

 

저녁을 먹고 치운 후 오랜 만에 Gym에서 걸었다.

해가 지기 전 시작한 운동은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끝내고 느긋한 샤워를 하였다.

그러고 나니 잠이 온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