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네, 3 번입니다

송삿갓 2016. 4. 9. 10:58

, 3 번입니다

 

삼 세 번

삼진 아웃

 

이란 숫자는 참 묘하다

삼각이라는 거의 완전한 균형을 이루기도 하고

특별히 친근감이 든다.

 

‘3’이 내 숫자처럼 느낀 게 언제부터인가?

어려서부터 참 좋아 했지만

언제부터 무엇 때문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내 대학입학의 수험번호가 ‘3333’

그야말로 삼 포 카드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주책없이 마셔댔던 드라이진에 취해 나가 떨어졌다가

3일이 지났는데도 술 냄새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을 보고

어쩌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눈이 와서 미끄러운 길을 걸어 올라가

체육관 벽에 두루마리 종이를 풀며

세로 한자로 쓰여 진 번호순서대로 합격자가 보일 때

환호와 탄성이 여기저기 들리지만

나는 숨죽여 내 번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3천 대 가슴은 더욱 쿵쾅거렸다.

그리고 나타난 三三三三

난 크게 환호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의 번호인 3332를 건너뛰었기 때문

 

그 뒤로 숫자 삼과 인연은 계속되었다.

뭔가 잘 풀리지 않다가도 ‘3’이라는 숫자가 나오면 풀렸고

그래도 풀리지 않을 경우

어떻게든 ‘3’과 연결시켜 해결할고 했고

대부분 성공했던 것 같다.

 

2016328

프랑스의 남부(남불)관광도시 니스

(Nice, 나는 나이스라고 발음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를 지나

은빛철갑처럼 빛나는 지중해안을 따라 꼬불꼬불 모나코로 가는 길 중간

깊은 계곡을 잇는 다리를 지나 만나는 Eze,

가파른 산 위에 있는 중세도시

처음 보는 광경에 감탄과 탄성을 연발하다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파 식당에 자리했다.

 

보통은 식당하면 건물 안의 사각형 테이블과 폼 나는 의자를 상상하겠지만

실내에는 컴컴하고 자리가 여의치 않아

그냥 사람들이 관광하며 다니는 좁은 골목길에 앉았다.

비치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사각의 철제 테이블이

경사진 골목길에 놓여 있어 조금은 흔들거린다.

의자도 그리 편치 않고 날씨는 쌀쌀했지만

빈자리가 많아 친절한 프랑스 아줌마는 따스한 곳을 골라줬다.

 

저기 3번 문 앞에 서 봐요

누군가 살고 있는 집인지 아님 호텔방인지

그것도 아니면 식당의 일부인지 모르겠지만

문에는 숫자 ‘3’을 동으로 만들어 붙였다.

 

거기서 조그만 중절모와 오렌지빛 스카프

하얀색 바지와 오렌지색 벨트를 매고

비스듬히 문설주에 기대 사진이 찍힌 이후로

나는 ‘3이 되었다.

 

야구 3번 타자인지

아님 축구 3번이란 이야기인지

아님 손님을 기다리며 호객행위 하는 3번인지

3번 비서를 뜻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3!’하면

두 손을 위·아래로 잡고 공손한 자세로

하며 달려가는 내가 되었다.

 

좋아했던 숫자

인연이 많았던 숫자

좋은 일을 많이 주었던 숫자

억지로 찾아내 연관 지어 숙제를 풀었던 숫자

‘3’은 나와 이렇게 또 인연이 되었다.

 

아마도

평생을

나는 ‘3으로 통하겠지?

그래도 좋다.

 

April 8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