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00일째, 2016년 4월 15일(금) 애틀랜타, 흐림

송삿갓 2016. 4. 16. 10:31

천일여행 300일째, 2016415() 애틀랜타, 흐림

 

오늘아침은 비발디의 4계로 시작해 본다.

어제 밤 잠자리가 너무 험해서 기분이 별로인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는데

조금 더 씩씩해 보고 싶어 출근해서 헤드폰을 끼고 비발디를 듣는다.

음악, 특히 클래식은 한국이름 제목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베토벤의 월광, 쇼팽의 야상곡, 비발디의 4, 이런 것 말고도 한자위주로 만들어진 제목은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어린이들에게는

왜 그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고 그저 외워야 하는 것 같은 느낌?

4계만 해도 그 뜻을 성인이 되어 클래식을 조금씩 알고 나서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도 비발디의 음악을 들으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음악에 재능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그냥 즐기면서 내 나름대로 풍경을 그릴 뿐

제목이나 배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이기도 하다.

미국 살면서는 조금 편한 것이 일반적인 미국사람들은 제목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냥 쇼팽, 비발디 하니까 편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뛰어난 한국 사람들은 미국 상놈들하고 비하 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그들에 편승하여 그냥 즐기면 되지하는 편안한 생각을 많이 한다.

 

대게의 경우 한국문화’, ‘일본문화하듯이 문화 하면 국가를 이야기 하지만

미국문화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고 너무 광범위해서 뭘 말하는지 모를 경우가 많다.

힙합문화’, ‘재즈문화아니면 조금 더 비하하는 듯 하게 슬랭같은 것으로

민족과 동서남북의 위치, 같은 주에서도 시골이냐 도시냐에 따라

다양하고 크게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같이 적당하게 아는 사람이 살기 편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암튼 비발디를 들으며 이게 봄인지 여름인지 구분은 다 못하지만

기분과 음악에 따라 내가 여행했던 곳, 분위기, 상황

그리고 속삭이던 대화 같은 것을 추억하며 만들어 내는 마음속의 영화가 즐겁고 행복하다.

꿈결 같은 사랑이 몇 달 전 일이 바로 어제 같고 지금 같은 느낌

나중에 또 비슷한 것을 하고 싶다는 희망과 소망을 그리며 추억하는 것이야 말로

가슴에 품은 사랑을 돼새김질하며 환상으로 빠져드는 나의 음악 감상법이다.

 

어찌 표현해야 할까?

오늘이 천일여행의 300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299, 어쩌면 내 생에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들이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아쉬움에 가장 많은 탄식을 토해 낸 날 들이기도 하다.

소망을 이루려고 잡았던 목표의 천 일의 마지막 날을 향해

가슴 저미며 쓰린 날을 견뎌야 했고 다가오는 재회에 가슴 떨리며 손가락을 꼽기도 했다.

파란 하늘을 보며 뛰어 오르는 기쁨에 넘쳐 환호를 뿜어내기도 했고

떨어져 있어야 하는 세상을 다한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라 300일이 지났고 아직도 그 두 배 이상의 날들을 더 가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잘 온 것에 대해 나에게 격려와 칭찬을 보내며 자축해 본다.

지금까지 해 온 것 같이 아니 더욱 깊은 사랑을 쌓아가며 더 잘 할 수 있어.

그 때가 되면 비발디의 4계를 모두 구분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때, 님의 품으로 가는 건데

~

 

오늘은 15일의 금요일, 현재의 비즈니스를 하면서

한 달 중에 가장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날이다.

직원들 급여일에 세일즈맨들의 커미션, 공장식구들의 주급을 주는 날이 겹쳤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Cash Flow가 그리 나쁘지 않아 크게 충격을 받는 일은 없지만

예전에 자금사정이 그리 좋지 않을 때는 최악의 날이었다.

파트너인 Jonas와 내 급여 CheckDeposit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직원들이나 세일즈맨들에게도 부탁을 할 때가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편안하게 글을 쓰며 표현하고 있지만 예전 같으면

Check Cashing을 하러 다니거나 돈 빌리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었다.

지금은 은행에서 바로 직원들 계좌로 이체하게 될 정도로 되었으니 모두에게 고마울 뿐

 

오전에 조금 이르게 일을 정리하고 이발관에 다녀왔다.

여행 가기 직전에 잘랐던 머리가 제법 많이 자란데다

오늘은 심란한 마음을 달래서 머리를 잘랐더니 많이 개운해 진다.

 

회사로 돌아와 수표를 발행하라 하였더니 조금 있다가 Liana가 수표를 들고 오는데

늘 어린 아이 같이 보였던 이 친구 오늘은 성숙한 여인처럼 보인다.

얼굴이 달라졌다고 하니 눈 근처에 Anti Aging 크림을 발랐다는 이야기다.

아직 그럴 때 안 되지 않았느냐?”고 하니

"Kenny! I'm over 30"

"???"

나에게 하는 말 나를 만나기 전의 나이와 만나고 나서의 나이가 같다는 것이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16살에 만나 14년이 되었으니 정말 서른이 넘은 거다.

 

내가 Jonas를 만나고 한 달 뒤(어쩌면 한 달도 안 돼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만났다.

세상 물정 모르고 어린애 같기만 해서 뭔가 알려주다 조금이라도 내 인상이 일그러지면

큰 눈에 눈물이 글썽이며 금방이라도 쏟아 낼 것만 갔았고

먼저 회사에서 동업이 깨져 지금 회사를 설립할 때 연고가 많은 먼저회사를 두 말없이 등지고

나와 Jonas를 따라 왔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먼저회사와 계속 일을 했다.

지금 회사 사정이 어려워 전원 해고할 때 당연하다는 듯 떠나기도 했고

한 달 뒤 누군가 불러들여야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도 그녀였다.

때론 그렇게 어른스럽게 보이기도 했고 여전히 앞뒤 분간 못할 때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가장 믿고 맡기며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상대이기도 했다.

서류미비로 합법적 신분이 아님에도 노동허가를 받아주기 위해

스폰서를 해야하는 회사의 위험을 감수하기도 해서 가능한 마음의 안정을 찾아 주기에 노력했다.

언젠간 헤어지겠지만 그 날까진 보호하고 감싸 안아야 하는 친구

Jonas는 때론 그녀를 위해 나 한테 막말까지 하며 심한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럴 땐 그녀를 위해 내가 한 발 양보해야 했고 내가 만든 룰을 깨트리는 일도 있었다.

아파서 절절 맬 때는 내 몸과 마음이 아픔을 느끼도록 하던 작은 아이가

오늘은 눈가에 화장 한 것을 보고 성숙한 여인처럼 느끼다

나이 이야기를 듣고 지난 과거가 어려웠던 회사 일들과 겹쳐 상념에 빠지게 만들었다.

 

오늘따라 사무실에 있는 빈 어항의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럼에도 내가 설립해 나를 늙게 만든 이 회사가 자랑스럽게 마음을 덥힌다.

 

점심은 어제 먹으려고 싸 갔던 볶음밥과

오전에 이발하고 오면서 Costco에서 산 Walnut 빵이다.

 

집으로 와서 운동을 하고 먹은 저녁은

콩나물북어국에 돼지고기야채볶음, 무말랭이로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곤 키위를 5 Tray 손질해서 말리기 시작했다.

오늘 Costco에서 한 상자 6 박스를 샀기 때문에 2~3일은 계속 말려야 할 것 같다.

모든 일을 마치고 나니 830,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그리움을 담고 힘들기도 했지만 잘 보냈다.

! 천일여행 300일 돌파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