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304일째, 2016년 4월 19일(화) 애틀랜타, 맑음
천일여행 304일째, 2016년 4월 19일(화) 애틀랜타, 맑음
어제 저녁 역시 잠자는 게 쉽지 않았다.
잠이라는 녀석과 밤새 싸움을 한 것은 아닌지
아님 중간에 다른 방해꾼이 껴서 질투하며 방해를 한 건지 모를 정도로
잠자면서도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하였고
새벽 두 시를 조금 지난 시각에서 또 춥다는 생각에 매트를 켜고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모닝콜에 몸을 일으키려는 데 어제 아침만큼이나 움직임이 둔하다.
하지만 왜 그런지 신경은 날카롭고 거슬리는 게 많고 자꾸 실수를 한다.
아마도 저녁에 문상예배 때문으로 생각 돼서 나 자신을 살살 달랜다.
화요일 아침,
모임이 있는 날 이기는 하지만 가지 않기로 하였기 때문에 발길을 회사로 향했다.
어제 저녁 Jonas가 이메일로 한 Vendor로부터 COD Delivery가 있다하여
Check을 발행하려는 목적도 있어 회사에 도착하니 다른 업체가 Delivery를 와 있다.
수표를 발행하고 Delivery 온 것을 받고 클럽으로 향했다.
공기는 조금 차갑긴 하지만 날씨는 맑은 편,
오늘 일기예보에는 낮 최고온도가 80도를 넘을 거라 하니 일교차가 거의 30도.
클럽에 도착하여 커피와 바나나, 사과 한 개를 들고 연습장에 올라가니
Stater가 “누구 Guest 없느냐?”고 묻기에 없다는 대답을 하니
앞에 Chung라는 부부가 있는데 그들과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나야 별 상관없지만 노인부부가 오붓하게 하시려는 데 내가 방해하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이지만 나는 No problem이라는 대답을 쉽게 한다.
가서 묻는데 한국 남자분에 나에게 다가오며
“Tee Sheet에서 많이 봤는데 오늘 함께 하게 되었군요.” 하면서 악수를 청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이름은 많이 봤고 가끔 연습장에서 보기는 했지만
한 번도 함께 운동한 일은 없기에 “처음 뵙겠습니다”라며 악수로 응대한다.
1번 홀 티 그라운드, 사람이 많아 앞 팀이 아직도 페어웨이에 있어 기다리던 중
“여기 사세요?” 부인이 묻는다.
“아닙니다. 벅헤드 삽니다”
“이른 아침에 먼 데서 오셨네요”
“네”
“벅헤드 집 값이 세지요?” 남편이 묻는다.
“네, 하지만 여기에 비하면 별 거 아니죠.”
“거기 살면 답답하지 않으세요?” 부인이 묻는다.
“아니요....”라며 말을 흐린다.
“혹시 치과하시는 Song 이세요?” 부인이 또 묻는다.
“아닙니다. 저는 Granite CounterTop 합니다”“아! 그러세요? 다른 분이시군요”
“네”
“명함 있으세요?”
“네”하며 명함을 건네자 자신은 부동산 일을 한단다.
그리곤 1번 홀을 시작하면서 거의 말이 없다.
원래 내가 낯가림도 있고 특히 잘 모르는 사람과 골프를 할 때면 말을 안 하는 편이라
샷에 대해서 “굿 샷!” 혹은 “나이스 샷” 정도의 말 이외에는 거의 하질 않는다.
앞 팀도 느리고 함께 하는 두 분도 느려 9 홀을 2시간 20분을 넘겨 끝낸다.
뒤 따라 오는 팀도 늦는지 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오늘 전체적으로 많이 늦어 질 것 같다.
샤워를 하고 클럽 샌드위치를 Togo 해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고
몇 가지 일 처리를 하며 한가 한 오후를 보낸다.
“존경하는 고(故) 정인수 목사님!”으로 시작하는 추모사는
“제가 이렇게 목사님의 추모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로 이어졌다.
정인수 목사가 연합장로교회로 부임한 지가 20년 하고도 5개월이 되었다는 내용의
추모사를 하신 분은 바로 20년 전에 담임목사로 초빙할 때 시무장로 였던 분이다.
아마도 적어도 스무 살 정도는 아래인 갓 마흔의 목사를 모셔와
애틀랜타의 험함을 그리고 세상을 가르치며 함께 했던 장로였을 거다.
오늘 문상예배 순서의 추모사 명단에 그 원로장로님 이름을 보고는
‘오늘 길어지겠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분 원래 추모사 길게 하기로 유명하고 언젠가 한 번 추모사에서
40분도 넘게 하는 통에 너무 길어져 장의사 측도 곤란해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 추모사에서 10여 분에 끝내신 기억도 있어 일말의 기대를 가지기도 했다.
자신 보다 20년 정도 아래인 목사를 먼저 보내고 추모사를 해야 하는 심정이 어떨까?
이제는 나이 들어 얼굴은 물론 몸도 쪼그라들어 예전의 장사 같던 몸이
그야말로 힘없는 촌로 같이 보이는 몸으로 추모사를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 분이 짤게 한 것을 다른 분들이 두세 배로 까먹어 결국 두 시간을 꽉 채우고 끝났다.
문상을 하려 줄을 섰다가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 나도 피곤하고
나 하나 빠져 다른 사람들에게 시간 벌어주자는 핑계로 슬며시 줄에서 이탈 집으로 추발,
내심 이미 떠나 껍데기 누워있는 관 한 번 더 보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내가 정말 집으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도무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로 위험한 운전을 했다.
몸이 피곤도 했지만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 현실 때문일 게다.
집에 도착하니 정신이 몽롱 하고 왼쪽 귀불에 종기가 났는지 열이 있다.
아스피린과 멜라토닌을 먹고는 하루를 마무리한다.
세상 참 별거 아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