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09일째, 2016년 4월 24일(일)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6. 4. 25. 09:43

천일여행 309일째, 2016424() 애틀랜타, 맑음

 

어제 하도 혼이 나서 오늘은 운동을 하고 와서 점심에

, 인절미, 홍삼꿀물, 커피 까지 잔뜩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낮잠을 잤더니

소화가 잘 안 돼서 저녁은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반찬은 어제 짜게 만들었던 고등어조림, 간장을 거의 다 버리고

물 조금과 양파를 조금 더 썰어 넣고 다시 끓였더니 간이나 맛도 좋았다.

 

점심을 먹고 일어나서 옷장 정리를 하였다.

두꺼운 겨울옷이나 , 머플러 여름이 지날 동안 입지 않을 긴팔 셔츠 등을 건너 방 옷장으로

그곳에 있던 얇은 바지나 반팔 셔츠 등은 안방 옷장으로 옮겼다.

간단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동안 늘어난 머플러나 겨울옷이 제법 많아

짧지 않은 시간동안 옮기며 이제 옷 그만 사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자리에 누워 속이 불편했는데 옷 정리를 하다 보니

어제처럼 심하진 않지만 허기 때문에 쉬면서 초콜렛을 먹기도 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편해져 저녁을 준비하며 옷 정리 마무리를 하였다.

 

오늘은 일요일 오랜 만에 카트를 타고 골프를 했다.

치과의사인 Roy Moscattini가 오래 전부터 금요일에 골프 하자는 것을 못하겠다며 거절했었는데

지난 주 8시에 있는 내 티타임으로 보고 같이 칠 수 있냐?’며 메시지가 왔다.

함께 할 수는 있는데 걷겠다고 했더니 걸으면 점수가 좋으니 자기도 함께 걷겠다.’ 하기에

그러라고 하였는데 내 시간에 다른 두 친구가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카트를 타게 되었다.

다행이 다음 티타임에 그룹이 예약을 취소하여 Roy와 나, 둘이 그 시각에 함께 하였다.

 

Roy는 지금 사업파트너인 Jonas보다 먼저 가까워진 이탈리아계 캐나다 국적의 백인친구다.

미국에 이민 와서 아파트에 살다가 10개월 뒤 하우스를 사서 이사를 했는데

지금은 단종 된 Acura NSX라는 빨간 스포츠카가 있고

주말이면 온갖 스포츠카가 밀려와 이름만 듣거나 영화로만 보던 차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이웃이었다.

 

한국 사람들 하는 식으로 이사 떡을 가져다주니 다음에 뭔가 가져 오고

뒤뜰에서 쉬며 일광욕을 즐길 라면 쉬고 있는 Roy가 손을 흔들며 아는 체 하기 시작한 것이

2000년 봄이니까 그를 안지 벌써 15년이 훌쩍 지났다.

치과의사라는 것을 알고 그 친구 치과를 다니기 시작했고 수시로 선물을 주고받는 이웃이었다.

내가 쓰러져 병원에 가라고 데리고 간 것도 그 친구고 지금도 거실에 가지고 있는

조그만 나무 화분을 생일 선물이라며 준 친구도 그들 부부다.

골프를 다시 하면서 일반 사람들이 잘 가지 못하는 East Lake Golf Club

여러 번 데리고 갔던 것도 그 친구고 여기 저기 좋은 골프장을 함께 하기도 했고

San Destin의 바닷가에 콘도를 가지고 있어 둘이 여행을 가서 놀기도 했고

Las Vegas에 가서 황제대우 받으며 폼 나는 일식 저녁을 함께 하기도 했던 것도 그 친구다.

어쩌면 사업 파트너 Jonas보다 더 많은 애정이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함께 한 것이 많은데

오늘도 골프 하면서 페블비치 골프클럽에 가자거나 San Destin의 새로운 골프장을 가자고 한다.

하지만 서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열 번에 한두 번 정도 하는데

그나마 내가 콘도로 내려와서는 한 번도 함께 하지 못했다.

 

Roy는 월-목요일에 일 하고 금요일은 세미나, 학회 등을 참석하는 데

별 일이 없는 날은 자유로워서 나에게 함께 골프하자는 제의를 많이 하지만

내가 일 한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하고 토요일은 그 친구가 안 되고

일요일은 Roy가 늦은 오후에 하기를 원하지만 그건 또 내가 좋아하지 않으니 쉽지 않은데

오늘은 큰맘 먹고 그 친구가 이른 아침에 나는 카트를 타는 것으로 둘이 즐겼다.

마치고 났는데 여러 번 Thank you 하며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내가 오히려 미안했다.

헤어지면서 곧 또 함께하자고 하였지만 언제가 되려는지······

 

모든 것을 마치고 나니 어둑해졌고 일요일저녁 간간히 달리는 차들의 불빛이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움직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