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309일째, 2016년 4월 24일(일) 애틀랜타, 맑음
천일여행 309일째, 2016년 4월 24일(일) 애틀랜타, 맑음
어제 하도 혼이 나서 오늘은 운동을 하고 와서 점심에
빵, 인절미, 홍삼꿀물, 커피 까지 잔뜩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낮잠을 잤더니
소화가 잘 안 돼서 저녁은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반찬은 어제 짜게 만들었던 고등어조림, 간장을 거의 다 버리고
물 조금과 양파를 조금 더 썰어 넣고 다시 끓였더니 간이나 맛도 좋았다.
점심을 먹고 일어나서 옷장 정리를 하였다.
두꺼운 겨울옷이나 , 머플러 여름이 지날 동안 입지 않을 긴팔 셔츠 등을 건너 방 옷장으로
그곳에 있던 얇은 바지나 반팔 셔츠 등은 안방 옷장으로 옮겼다.
간단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동안 늘어난 머플러나 겨울옷이 제법 많아
짧지 않은 시간동안 옮기며 ‘이제 옷 그만 사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자리에 누워 속이 불편했는데 옷 정리를 하다 보니
어제처럼 심하진 않지만 허기 때문에 쉬면서 초콜렛을 먹기도 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편해져 저녁을 준비하며 옷 정리 마무리를 하였다.
오늘은 일요일 오랜 만에 카트를 타고 골프를 했다.
치과의사인 Roy Moscattini가 오래 전부터 금요일에 골프 하자는 것을 못하겠다며 거절했었는데
지난 주 8시에 있는 내 티타임으로 보고 ‘같이 칠 수 있냐?’며 메시지가 왔다.
함께 할 수는 있는데 걷겠다고 했더니 걸으면 점수가 좋으니 자기도 ‘함께 걷겠다.’ 하기에
‘그러라’고 하였는데 내 시간에 다른 두 친구가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카트를 타게 되었다.
다행이 다음 티타임에 그룹이 예약을 취소하여 Roy와 나, 둘이 그 시각에 함께 하였다.
Roy는 지금 사업파트너인 Jonas보다 먼저 가까워진 이탈리아계 캐나다 국적의 백인친구다.
미국에 이민 와서 아파트에 살다가 10개월 뒤 하우스를 사서 이사를 했는데
지금은 단종 된 Acura NSX라는 빨간 스포츠카가 있고
주말이면 온갖 스포츠카가 밀려와 이름만 듣거나 영화로만 보던 차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이웃이었다.
한국 사람들 하는 식으로 이사 떡을 가져다주니 다음에 뭔가 가져 오고
뒤뜰에서 쉬며 일광욕을 즐길 라면 쉬고 있는 Roy가 손을 흔들며 아는 체 하기 시작한 것이
2000년 봄이니까 그를 안지 벌써 15년이 훌쩍 지났다.
치과의사라는 것을 알고 그 친구 치과를 다니기 시작했고 수시로 선물을 주고받는 이웃이었다.
내가 쓰러져 병원에 가라고 데리고 간 것도 그 친구고 지금도 거실에 가지고 있는
조그만 나무 화분을 생일 선물이라며 준 친구도 그들 부부다.
골프를 다시 하면서 일반 사람들이 잘 가지 못하는 East Lake Golf Club에
여러 번 데리고 갔던 것도 그 친구고 여기 저기 좋은 골프장을 함께 하기도 했고
San Destin의 바닷가에 콘도를 가지고 있어 둘이 여행을 가서 놀기도 했고
Las Vegas에 가서 황제대우 받으며 폼 나는 일식 저녁을 함께 하기도 했던 것도 그 친구다.
어쩌면 사업 파트너 Jonas보다 더 많은 애정이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함께 한 것이 많은데
오늘도 골프 하면서 페블비치 골프클럽에 가자거나 San Destin의 새로운 골프장을 가자고 한다.
하지만 서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열 번에 한두 번 정도 하는데
그나마 내가 콘도로 내려와서는 한 번도 함께 하지 못했다.
Roy는 월-목요일에 일 하고 금요일은 세미나, 학회 등을 참석하는 데
별 일이 없는 날은 자유로워서 나에게 함께 골프하자는 제의를 많이 하지만
내가 일 한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하고 토요일은 그 친구가 안 되고
일요일은 Roy가 늦은 오후에 하기를 원하지만 그건 또 내가 좋아하지 않으니 쉽지 않은데
오늘은 큰맘 먹고 그 친구가 이른 아침에 나는 카트를 타는 것으로 둘이 즐겼다.
마치고 났는데 여러 번 Thank you 하며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내가 오히려 미안했다.
헤어지면서 곧 또 함께하자고 하였지만 언제가 되려는지······
모든 것을 마치고 나니 어둑해졌고 일요일저녁 간간히 달리는 차들의 불빛이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움직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