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15일째, 2016년 4월 30일(토) 애틀랜타, 흐림/비

송삿갓 2016. 5. 1. 10:03

천일여행 315일째, 2016430() 애틀랜타, 흐림/

 

4월의 마지막 날, 토요일 저녁

지금 내가 있는 애틀랜타는 비가 내리고 있다.

멀리보이는 지평선 끝에는 밤하늘을 가르는 번개 불이 번쩍거리고

깜박이며 밤을 밝히는 불빛은 망망대해에서 고기잡이배의 존재를 알리는 것 같다.

집 안의 불을 환하게 밝히고 오디오에서는 이은미의 음악이 마음을 두드리고

몇 알의 잣을 띄운 뜨거운 차를 잡는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옮겨가듯 접었다 폈다.

 

거반 2년 전 출발한 독서클럽, 함께 도를 닦자는 뜻의 이름 도반(道伴)’

나이와 성()이 달라 이름을 부르기가 뭐해 각자의 별명(別名)을 만들어

나는 그림자의 옛말인 그리메로 불러 달라기를 요청했던 모임,

오늘 그 모임을 탈퇴하였다.

 

각자 개성이 특이하고 깔끔한 성격들이라 정해놓은 날, 정해진 시각에 모이기를 바랬고

잘 지켜왔지만 내가 바빠 한두 번 바꿔 달라 해서 모이는 날을 바꾸기도 했다.

자꾸 그러는 것이 미안하고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통에 아예 탈퇴를 결심하였다.

이번 달 모임도 세 번째 토요일에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때 이야기 하려 했지만

이달 발표자의 사정으로 오늘 모임이 있었고 이미 이메일을 통해 전했던 마음을

오늘 모임에 가서 개인사정이라며 사정하듯이 마무리 인사를 하였다.

바쁜 일 정리 되면 언제든 다시 오라는 말을 하였지만 그건 피차 인사치례로

마음은 간직하겠노라 이야기하곤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고구마 조금, 무 한 개, 콩나물 한 봉지, 두부 한 팩, 냉동 굴 한 봉지 샀다.

생선도 사려 했지만 손질하는 줄이 너무 길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트에서 집으로 오는 길, 비가 내려 와이퍼가 앞 유리를 닦아내는 데 마음이 조금 허전

 

집에 도착해선 모든 불 밝히곤 옷 갈아입기 무섭게 음악 틀고,

물 끓여 녹차 타서 잣 몇 알 떨어뜨리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쉬움 같은 것은 없는데 왜 이리 허전하지?

 

오늘은 1010분 티타임인데 지난 1월에 사고로 다쳤던 곽 회장 부부가 Join 하였다.

아직도 불편한지 허리에 복대를 대고 구부정하게 나와서는

나는 더 쉬고 싶은데 저 사람이 못 참아 해서라며 시작해서는

치료를 잘 받아 그런지 전에 보다 거리는 더 나가지만 고집은 더 세졌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아 밀리고 그 분의 고집과 헤매는 덕분에 시간 조금 오래 걸리더니

결국 마지막 홀은 소나기가 와서 티샷만 했다가 볼을 집어 드는 것으로 운동을 마쳤다.

다른 날 보다 허기가 심해 집에 오자마자 김치찌개를 끓여 허겁지검 점심 겸 저녁을 먹곤

도반 모임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갔다 왔다.

 

도반 모임에 가기 직전 세탁기를 돌렸기에 다 돌아간 빨래가 빨리 꺼내 달라고 아우성인 듯,

지금 건조대에 널려 있는 빨래 개고 널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겠다.

오늘도 하루를 잘 마무리한다.

 

내일은 첫 티타임인데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