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327일째, 2016년 5월 12일(목) 애틀랜타 맑음
천일여행 327일째, 2016년 5월 12일(목) 애틀랜타 맑음
드디어 여행을 시작하는 날 이다.
다른 날과 똑 같은 시각인 5:30에 일어났다.
비행기 시간은 12시 20분이지만 아침에 여유를 가져보고자 같은 시각에 모닝콜을 부탁했다.
어제 늦게 잠들기도 했고 아침에 게으름 피고 싶은 마음이 있어
‘한 시간만 더’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비행기에서 자”하는 한 마디와
나 스스로가 ‘한 번만’이라는 마음을 갖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같은 시각에 기상
그럼에도 다른 날 보다는 움직임의 동선이 조금은 다르다.
짐을 정리해서 무게를 확인 후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
밤새 입었던 것 까지 벗어 빨래를 시작했다.
에궁, 한 참 세탁기가 돌아가는 중에 어쩌다 빨래 바구니를 확인하니
어제 하루 입고 저녁에 벗어 두었던 빨래를 넣지 않았다.
“그냥 가지고 와” 했지만 그럴 순 없고, ‘한 번 더 돌려?’ 하다가
내의와 팬티, 양말을 손빨래를 한다.
‘손빨래?’ 정말 오랜 만에 쓰는 단어네
어제 설거지 했던 것들 정리하고 정수기, 커피메이커 씻어서 정리하고 아침을 준비했다.
에스프레소, 빵 굽기, 빵에 치즈와 아몬드버터, 쨈 발라 잘 먹었다.
여행을 하면서 드는 생각 ‘이번엔 왜 이러지?’
다른 때에 비해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매번 여행할 때 마다 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한 여행에서 더욱 그런데 그냥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만나고 즐겁게 보내고 아쉬운 헤어짐이 이어지면서 더욱 ‘특별’이라는 마음이 든다.
이 번 여행도 마찬가지로 다른 여행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졌고
준비를 하면서도 같았지만 오늘 아침에 움직이면서도 벅차는 가슴에 공중을 떠다니는 것 같다.
그렇게 드는 생각이 ‘이번엔 왜 이러지?’
그리곤 깨닫는 것 나는 아해를 매일 매일 특별하다고 생각하잖아.
8시가 다 되어 간다.
이제 샤워하고 치장을 해야 할 시간이다.
공항으로 향하는 풍경
원래는 택시를 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도로가 막힐 것 같은 느낌에
큰 가방 두 개가 무겁고 힘들기도 했지만 여행의 묘미를 즐기자며 마타를 탔다.
가방을 굴러 가지 않게 부여잡고 있는데 앞에 보이는 여자의 허벅지가 엄청나
양쪽을 합한 것이 내 허리의 세 배쯤 되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타블렛을 보며 뭔가 열심히 읽는 모습에 혀가 끌끌 차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빨간 셔츠에 정말 흔치 않은 빨간색 구두를 신고 몇 가지 색의 새털을 꽂은
밀짚 색깔의 낡은 모자를 쓴 광대 같은 아저씨 모습도 보이고
귀에 작은 이어폰을 낀 젊은 친구가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고 부러운 듯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여행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는 또 다른 여행자
그러거나 말거나 이어폰을 끼고 꾸벅꾸벅 조는 또 다른 이
그러다 문득 차창을 보니 내 모습이 보여 살짝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hi!'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선으로 연결하는 버스가 큰 것으로 바뀌었다.
운전자는 뭐가 즐거운지 콧노래를 부르며 반갑게 맞이하곤 무거
가방을 번쩍 들어 버스에 싣는다.
버스가 이동할 때 가방이 구를 수 있으니 눕혀야 한다며
씨름에서 다리를 걸어 상대를 넘어뜨리듯 가방의 바퀴부분에 발을 걸고 눕힌다.
국제청사에 거의 도착할 무렵 운전자는 수수께끼를 내듯
“버스를 내리며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것이 뭔지 아냐?”고 묻는다.
누군가 "Luggage" 하자 맞다 하며 잊어버리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Check in Counter, 사람이 참 많다.
‘큰 비행기니 그럴밖에’
기다리고 있는데 잘 아는 사람이 옆에 선다.
전에 컴퓨터 사업을 내가 직접 할 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친구
아버지 때문에 자주 한국을 가게 된다며 인사를 건네곤 여행의 동반자가 된다.
오늘도 Body Scan을 한 번에 끝내지 못했다.
옆에 서라며 장갑을 끼곤 몸을 더듬는다.
그게 싫어 벨트에 스마트워치까지 빼서 신발에 넣었는데 그냥 넘어가질 않는다.
‘혹시 내 몸에 나도 모르는 금속물질이 있나?’
그래도 오늘은 다행히 한 번 더 하는 것으로 끝낸다.
함께 라운지에 가서 허기를 달랜다.
진한 에스프레소, 오트밀 스프, 이어서 당근과 샐러리를 조금 선택해 먹는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늦어져 30분 Delay
알제리아에서 이유도 잘 모르게 몇 시간씩 늦어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연히 만난 친구 덕분에 아해와 많은 통화를 하지 못한 게 참 아쉽다.
그래도 간간히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을 다행이란 위안을 삼는다.
비행기를 탑승하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숨 잔다.
일어나니 식사를 주문하라고 한다.
첫 번째 점심은 대구찜을 주문하고 두 번째 식사는 새우 완탕
오늘은 조금 더 많이 먹을 수 있으려나?
식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음식을 보는 순간 속에서 거부반응부터 한다.
편식을 하는 사람처럼 소화 잘 될 수 있는 것들만 골라 조금씩 먹는다.
마지막 디저트로 주는 치즈는 역시 카망베르
내가 아해를 알고 난 이후에 가장 좋아하는 치즈가 블루치즈와 까망베르다.
영화를 본다.
첫 번째 영화는 죽음에서 돌아 온 사람
예전 미국에서 짐승을 잡아 가죽을 모아 판매하는 데 길잡이가 부상을 당하자
그와 인디언 여자 사이에 난 아들을 죽이고 주인공을 버리고 가지만
살아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처절한 겨울 이야기다.
두 번째가 니콜 기드먼의 주연 Queen of Desert,
영화를 소개한 글에서는 여행가이자 역사학자, 정치가
거투르드 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했지만
단순히 사하라가 생각나서 선택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사하라에서 느끼고 겪었던 것들이 생각났다.
영화를 보는 건지 아니면 아해와의 여행을 되새김질 하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Overlap 되면서 영화 내용과 우리의 경험이 뒤섞여 영화의 스토리는 내 추억 속으로 녹아버린다.
비행기 안이 건조하고 속은 계속 메슥거린다.
비행기를 타기 전 라운지에서 멀미약을 먹었는데 다시 한 번 더 먹는다.
8시간 마다 먹으라는 약을 6시간 만에 먹은 것이다.
약을 먹고 났더니 어지러움이나 두통은 없지만 속은 계속 편치가 않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만나 계속 동행하게 된 사람
결국 자리도 옆에 앉아 함께하게 된 이 사람과는
미국에 와서 알게 된 나름 오래 된 인연이다.
일로 만났지만 그가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하다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나
일하고 밤늦게 퇴근하다 차로 달려든 사슴(Deer)을 들이받아 목숨을 잃을 뻔 한 사고
모터싸이클을 좋아하고 나처럼 골프를 좋아했던 것도 알고 있는 인연이다.
내가 조그맣게 하던 컴퓨터 비즈니스를 거의 동생에게 물려주곤 거의 만날 일이 없지만
이리저리 다니면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고 같은 CPA와 거래를 하기에
간접적으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끊이지 않고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이다.
오늘 만나 대화를 하면서 나 보다 네 살 어리고 그의 출신 고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나처럼 오디오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좋은 제품을 소개 받기고 하였다.
각자 영화를 보거나 쉬다가 식사를 하거나 짬이 되면 대화를 하며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