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57일째, 2016년 6월 11일(토) 애틀랜타/맑음, 뜨거움

송삿갓 2016. 6. 12. 10:04

천일여행 357일째, 2016611() 애틀랜타/맑음, 뜨거움

 

내가 애틀랜타에 있으면서 골프장을 가지 않은 이유와 횟수는 얼마나 될까?

이유로는 비가 많이 오거나 너무 추워서 골프장을 열지 않을 경우,

횟수로는 1년에 두세 번 정도

그럼 몸이 불편해서 가지 못하는 경우 횟수는?

아마도 2~3년에 한두 번 정도가 아닐까?

내일 집에서 쉴까 한다.

그럴 정도로 몸이 고장 난 것 같다.

오늘 골프를 하면서 스윙하기 위해 골프채를 드는 것이 힘들고 귀찮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18홀 동안 티샷에 볼이 떠서 날아간 것이 몇 번이지?

그러니 원하는 곳에 간 것이 몇 번인지는 따질 필요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 골프를 가기 싫어 가지 말고 그냥 잤으면 좋겠다하는 생각하는 것조차 없는데

오늘은 가면서도 내내 집에 있을 걸 그랬나?’하는 방황을 수 없이 하였다.

전반 9이 끝나 갈 무렵 중간에 그만두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기도 하였다.

어디가 아프다아니면 안 좋다하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고

내가 내 몸과 함께 하지 않은 듯한 착각, ‘이게 꿈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 까지

 

오늘은 아침부터 무지하게 덥기까지 하였다.

때문에 주차자장에서 만난 곽 회장께서는 할 수 있으면 가능한 빨리 나갑시다하는 제안에

그러길 바라기도 했지만 안 사장은 조금 생각이 달라 연습을 하고 나가자였다.

우리 바로 앞 팀 그룹은 한국 사람들로 식당을 하는 사장이 초청한

메트로시티 은행 이사장과 얼마 전 내가 여행 하는 사이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승진한 분,

Bag Drop 하면서 만나 승진 축하드립니다하는 말에

이사장님께서 CBMC 열심히 봉사하라고 승진시켜주셨습니다라는 화답니다.

전형적인 직장인다운 대답이라는 생각을 하며 연습장에서 한 참 볼을 치는 데

아스피린을 먹고 나오긴 했지만 몸이 어제보다 좋지 않은 게 예사롭지 않았다.

판 깰 수 없다는 지금까지 살아온 내 신념 때문에 나오긴 했지만 힘든 하루가 될 것을 예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은 없지만 약기운이 있어 스윙은 할 수 있었다.

이것 또한 속은 것 이었다.

예정 티타임보다 20분 빨리, 그러니까 원래 우리 앞 팀의 바로 앞에 빨리 출발하였다.

연습스윙하면서 땀이 많이 나자 안 사장이 마음을 바꿔 먼저 출발하게 된 것이다.

 

몇 홀 지나지 않아 몸의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스윙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고

급기야 스윙을 하고 있는지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니 어드레스 하는 방법도 이랬다저랬다

후반 9을 시작해서는 스윙할 때마다 떨리는 살이 아픈 것이

오히려 골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지만 스윙은 들쭉날쭉

정신차리고 샷한 볼은 자꾸 구르거나 그나마 조금 뜨는 볼은 오른쪽으로 스멀스멀 흐른다.

칩샷의 거리는 Range Finder가 알려 준다고 하지만 어떤 클럽을 잡아야 하는지 깜깜

퍼팅에서는 얼마의 거리에 어느 방향으로 해야하는지 퍼팅 시작 순간 다 잊어버린다.

내일 쉴까?’

내일 쉬어야 하는 거 아냐?’

내일은 내일이고 지금이나 집중하자

송사장, 오늘 정말 안 좋은 가보다

안 사장의 성의 없는 위로의 말에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판 깨기 싫어서 억지로 나와 버티는 사람에게 한다는 소리라곤

하지만 그가 오라고 했나? 내가 결정해 나온 건데 누굴 탓 한담

 

16번 홀 진행하면서 내일 집에서 쉬자고 다짐한다.

끝날 때 곽 회장 께서 묻는다.

송 사장, 내일 걸어요?”

안 사장이 대신 대답한다.

저 사람 내일 쉬어야 할 것 같은데요

내가 덧붙인다.

이 몸으론 못 걷겠는데요? 내일 쉬겠습니다

최근 몇 년이래 내 스스로 쉬겠다는 말을 처음 한 것 같다.

내일은 집에서 빈둥거리며 쉬어야 하겠다.

 

오늘은 골프하면서 많이 먹은 편이다.

골프하기 전 아해의 Seed Bar, Cookie에 이어 안 사장의 삶은 계란,

곽 회장 사모님의 샌드위치와 참외까지, 몸이 안 좋다고 생각하니까

뭐라도 먹으면 좋아 질 것 같아 다른 날에 비해 많은 것을 먹었다.

골프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인삼엑기스에 꿀을 잔뜩 넣어 마시고

다트에 쿠키 몇 개를 더 먹고 30여 분 동안 낮잠을 잤다.

 

일어나 밀린 빨래를 하고 잠시 쉬었다 저녁은 라면,

내가 라면을 얼마 만에 먹는 거지?

Brown 버섯에 계란, 치즈와 우유를 넣어 끓인 라면 한 개를 다 먹고

공기 밥 반 그릇까지 깨끗하게 해 치웠다.

물론 소화를 걱정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을 먹었는데

오랜 만에 김치를 곁들여 먹었더니 제대로 즐겼다.

소화?

글쎄, 잘 안 되면 밤에 뛰지 뭐~~

뛴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해지고 나서 걸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조금 늦은 저녁시간이 되니까 소화가 잘 되었다.

아마도 오래 끓여서 그럴거다.

 

내일은 집에서 쉰다고 작정을 해서 그런지 일찍 자고픈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잘 자야 빨리 회복하겠지

안 사장이 했던 말이 귀에서 맴맴 돈다.

우리 나이 몸조심 할 때야. 여행하면 쉬기도 하고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간다.

내일은 아프지 말자.

화이팅!!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