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402일째, 2016년 7월 26일(화)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402일째, 2016년 7월 26일(화) 애틀랜타/맑음
오늘은 클럽에서 Atlanta Junior Golf 대회가 있어 아침부터 북적거린다.
거기에 클럽하우스의 전기가 나가서 캄캄하고 커피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그냥 출발
막 나가려는데 Yang Kim이라는 사람이 Join을 했다.
원래는 나 뒤에 혼자 치려고 했는데 내 앞 타임의 네 사람이 조금 늦는 관계로
나와 함게 그들 바로 앞에 보내느라 함께 하게 되었다.
“오늘 9홀이예요? 아님 18홀 이예요?”
“18홀입니다”
“그럼 문제 없겠는데 내가 함께 해도 괜찮은가요?”
“아니요, 오히려 제가 걷는데 카트타고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나야 영광이죠”
연세가 있는 관계로 나와 함께 플레이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도하지만
배워야 한다면서 기회만 되면 함께하려고 하는 분이다.
아침 뉴스에 애틀랜타의 최고 온도가 90도를 넘는 날이 평균 37일인데 45일이 되었단다.
그게 오늘을 포함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여름이 한 참 남았는데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으니 올해가 많이 더운가보다.
오늘은 Junior토너먼트 때문에 매도우스와 스테이블스를 돌게 되어있어
첫 홀이 메도우스의 1번 홀, 파 5인데 세컨 샷을 하기 전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틀 뒤 토너먼트를 대비해서 오늘은 전부 White Tee에서 플레이를 하는데
연시 편하기는 하지만 짧다고 해서 스코어가 특별히 좋아지지는 않는다.
김 선생님과 여러 번 플레이를 하면서도 그의 폼이나 습관을 눈여겨보질 않았는데
그린에서 이상하리만치 자꾸 눈에 거슬리는 습관이 있다.
짧은 퍼팅에서 몸을 움직이는 습관인데 흔히 말하는 몸을 쓰는 것
그래 그런지 짧은 거리를 자꾸 실수하고 먼 거리의 Up Hill 또한 짧게 치는 것도 거슬린다.
세 번째 홀을 마치고
“김 선생님 제가 한 가지 말씀 드려도 좋은가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요. 제가 배워야 하는 걸요”
“숏 퍼팅에서 자꾸 몸을 쓰십니다. 양 다리를 고정시키고 한 번 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렇지요~~, 어쩐지 그러는 것 같더라니까”
“주제넘는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자기는 몰라요. 그렇게 가르쳐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곤 몇 홀 동안 오르막 퍼팅은 여전히 짧지만 짧은 퍼팅은 많이 좋아졌다.
클럽하우스 전기가 나갔다고 하더니 9 번홀이 끝나갈 무렵에야 음료를 파는 카트가 왔다.
커피를 주문하며 전기에 대해 물었더니 아직도 해결이 되질 않았다고 한다.
18홀을 다 끝내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큰 트럭이 큰 변전 Box를 싣고 가는 게
아마도 더워 전기를 많이 쓰다 보니 견디지 못하고 문제가 된 것 같다.
한국 같으면 Box 안에 조그만 조절판 같은 것만 갈았을 텐데
미국식으로 전체를 홀짝 들어낸 것 같다.
어제 먹으려 준비했던 샐러드로 점심을 먹고는 바쁘게 일을 했다.
7월 초에 했어야 하는 일 중 시간에 크게 구애 받지 않아 뒤로 미루었던 것들이다.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하고 있으니까 직원들은 긴장하고
Jonas는 오래된 미수금에 조금 저조한 7월의 매출에 대해 이유를 이야기하거나
8월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내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휴가를 다녀와서 어제와 오늘 너무 집중해서 일을 하니 조금씩 불편해하는 것 같아
문제가 있음에도 다그치질 못하고 하나둘 씩 모아 가며 일을 했다.
내가 스스로 정한 퇴근시간은 3시 30분이다.
4시를 넘으면 집 주변이 막히는 등의 몇 가지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보통은 직원들 퇴근하기 전에 자리를 비워주는 것도 하나의 숨통을 트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내 스스로 정한 당위성은 직원들보다 적어도 두 시간은 빨리 출근하니
한 시간 30분 먼저 퇴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지만
이것 또한 여유가 있고 그리 다급한 일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고마운 일이다.
퇴근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Ear Piece를 고치는 것 이었다.
다 고쳤다고 생각해서 봉합해서 마무리했는데 내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하니
아마도 마이크 연결부위에 문제가 생긴 듯하여 전부 해체해서 다시 수리했다.
몇 번을 뜯었다 붙였다를 하니 조금씩 요령이 생겨 이번에는 더 차분하고 꼼꼼히 마무리 하였다.
예전에 한 참 뭔가를 고치며 만들 때 많이 했던 일이었는데 오랜만에 하니
금방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고 눈이 침침하다보니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 같다.
수리를 끝내서 시험을 하며 스스로 만족해하며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라는 자족감에 흐믓
저녁은 누룽지를 끓이고 프라이팬에 연어를 굽고 어제 끓여 먹었던 김치찌개의 일부를 데워
따스하게 잘 먹었다.
이 역시도 속이 편치 않아 선택한 방법이다.
어제부터 애정소설을 읽는다.
다른 책을 읽고 싶었지만 조금 가볍고 편안하게 그리고 내 자신을 위로하려는 마음을 담아
꺼내 든 책이 지금 읽는 소설로 읽으면서 문득문득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소설의 초반에 ‘미치도록 사랑하라. 그래도 나중에 덜 미쳤던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이 있다.
정말 미치도록 사랑을 하려한다.
사랑으로 다 녹아 내려서라도 한 톨의 후회도 없게 사랑할 것을 다짐해 본다.
무더위에 18홀을 걸으며 운동해서 그런지 오른쪽 등이 담 들린 듯 약간의 통증이 있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은 이유를 이렇게 만들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참 잘 살았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