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430일째, 2016년 8월 23일(화)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430일째, 2016년 8월 23일(화) 애틀랜타/맑음
어제는 오랜만에 소나기가 오지 않았다 했더니 클럽은 제법 많은 소나기가 왔었나보다.
그냥 보기에는 몰랐는데 걸으러 들어가니 푹푹 빠지는 곳이 많고
그나마 괜찮은 지역도 물러 조금 세게 밟으면 잔디와 함께 땅이 밀린다.
때문에 오늘도 새는 골프화가 폭삭 젖어 샤워하면서 발을 보니 한껏 불려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오영록 사장이 나왔다.
Jim이 "Mr. Oh coming?" 하기에
"I don't know"라고 대답하니
빈정거리듯 "Nobody no!"
티타임에 다 되었는데도 보이지 않기에 오지 않으려나 했는데 Last time에 쨘~ 하고 등장
오 사장과 함께 걸으면 9홀에 15~20분 정도 더 걸린다.
물론 혼자에 비해 둘이 걸으면 더 걸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것을 감안하고도 더 걸리는 것이 홀과 홀 사이 혹은 언덕에 오를 때
“송 회장은 숨도 안차?”라며 헉헉거리며 힘들어 한다.
“왜 숨이 안 찹니까? 한 1년 걸으면 좋아질 겁니다”
전반 9을 끝내자 오 사장은 떠나고 혼자 나머지 9홀을 걸었다.
혼자가 되니 이것저것 연습을 하며 주말 토너먼트를 대비를 할 수 있었다.
오늘 후반 9은 Stables였는데 마지막 홀에서는 기회다 싶어 Creek을 건너가 볼을 수집했다.
거의 7월 한 달 동안 Close했다가 지난 주 다시 Open하고 한 번도 건너지 않아 그런지
지난 일요일 걸을 때 9번 홀 건너편에 희끗하게 많은 볼이 보여 오늘 도강(?)을 결행
깨끗하고 쓸 만한 볼만 수집했는데도 30여 개나 된다.
이상한 것은 예전에 비해 Color 볼이 많이 않은데 여자들이 많이 안 치던가
아니면 숲으로 샷 하는 여성골퍼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겠지?
암튼 수집망이 축 늘어질 정도로 많은 볼을 수집하곤 쑥스러워 드는 생각
‘내가 운동하러 온 거야, 아님 볼을 수집하러 온 거야?’ 히히히
운동을 마치고 샐러드를 Togo 해서 사무실로 내려오는 길에
아해의 권유에 따라 Costco에 들려 Walnut빵, 치즈, 구운 닭, 토마토, Dressing을 샀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1시가 넘어 서둘러 점심을 먹고 일처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매주 화요일은 Invoice Issue하는 날이라 점검했고 Check도 Issue 하고나니 오늘 일 끝
에궁~ 이거 사장이 너무 일을 안 하는 거 아닌가? 히히히
어제 많이 해서 오늘은 좀 쉬는 거지 뭐~~
심심한 턱에 ‘작년 8월 23일에는 뭘 했지?’ 하며 2015년 8월 23일 천일여행기를 열었다.
그 날은 천일여행 64일째, 파리에서 처음 아침을 맞이 한 날이다.
유람선을 탔고 콩코드 광장을 걸었고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 가기도 했고
밑에 ‘구멍’을 뜻한다는 카페에서 여러 종류의 치즈를 먹었고
식당 앞에 깡통으로 만든 요리사를 만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 날
하늘을 보면, 처음 파리를 여행한다는 기쁨에 가슴이 쿵쿵 뛰었고
땅을 보면, 머지않아 아해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한 숨이 절로 나온 날이었다.
세월 참 빠르기도 하고 무상키도 하다.
작년의 오늘을 그리다 보니 심장이 벌렁벌렁 하면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설렘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려나?
그러기를 바래본다.
오늘은 집에서 별로 할 일이 없다.
읽던 책 어제 끝내서 오늘은 쉬기로 했고 해야 할 일들도 대부분 정리되었다.
할 일이야 생각해 보면 끝없이 많긴 하지만 오늘은 그냥 쉬련다.
Costco에서 사 온 닭의 살을 발라 대부분은 냉동실에 넣었고
가슴살 일부는 저녁에 먹을 장터국수 고명으로 쓰려고 잘게 찢었다.
살을 발라 낸 뼈를 버섯을 담가 놓은 물에 넣어 삶아 국물을 만들고
양파와 당근을 조그맣게 썰어 볶아 준비했다.
메밀국수를 삶아 물기를 잘 뺀 다음 우동그릇에 담아 닭뼈로 만든 국물을 넣고
세 가지 고명을 얹어 장터국수를 만들어 오랜만에 김치를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점점 짧아지는 해와 구렁이 담 넘듯 스며드는 찬바람이
하루를 마무리하라 속삭인다.
그래야 아해 볼 날이 얼른 온다나 뭐라나~
일찍 자면 날도 빨리 가나?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