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440일째, 2016년 9월 2일(금) 오전 파리/맑음, 오후 알제리
천일여행 440일째, 2016년 9월 2일(금) 오전 파리/맑음, 오후 알제리
지금이 애틀랜타 시각으론 새벽 1시,
이제 곡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한다고 Seat Belt를 매고 좌석의 등받이를 앞으로 하란다.
파리에 오는 것도 이골이 났는지 애틀랜타 공항에서 이륙하기 전에 잠자기 시작해서
하늘에 자리를 잡아 저녁을 줄 때까지 자고 영화 한 편 보고 잠들었다 깨니
초간단 아침을 주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비행기가 아래로 향하는지 귀가 먹먹하더니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파리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창 덮개를 열고
중간 가림막 커텐을 걷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중간에 봤던 영화는 Transporter로 배경이 니스와 모나코로
지난 3월에 여행했던 곳의 모습이 보여 추억에 잠기며 즐겁게 봤다.
참 신기한 게 나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곳 임에도 다녀왔다는
그래서 추억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근하고 반갑게 느껴지면서
여행하면서 했던 행동들 먹었던 음식 등을 추억하니 말이다.
비행기가 하강을 많이 해서 프랑스의 들판이 화면을 통해 보이고
아침 햇살을 뚫고 속살을 비추는 구름이 반긴다.
비행기는 예상보다 거의 한 시간을 일찍 도착하였다.
때문에 Connection Time은 여유가 있었고
또한 이른 아침인 관계로 공항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시간은 더 많이 남았다.
지난번까지는 파리공항에서 WiFi가 잘 되지 않아 불편했는데 오늘은 쉽게 잘 터진다.
그동안 보완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님 전화기를 바꿔 연결이 더 잘되었는지 모르지만 Very Good.
아해가 자고 있을 시간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파리 도착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과 WiFi가 잘 된 급한 마음에 바로 전화를 했는데
잠에서 막 깨어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차! 너무 이르게 깨운 거 였구나’ 하였지만 Too late
미안한 마음을 안고 통화를 하였다.
역시 그롸상은 프랑스에서 먹어야 제 맛 인가보다.
알제리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간단한 요기를 위해 그롸상과 에스프레소 한 잔
파리로 오면서 저녁으로 먹은 파스타가 조금 속을 불편하게는 했지만
쫄깃하게 찢어지는 크롸상과 에스프레소가 졸려 흐느적거리는 몸을 깨운다.
먹으면서 아해와 통화하는 것도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
거의 예정시간에 비행기를 탔지만 왠지 쉽게 출발하지 않는다.
마음은 급하고 몸은 잠을 찾아 방황하고 비행기는 떠나지 않고
정말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함이다.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않다.
그럼에도 눈을 감고 음악에 취하다 출발하는 느낌까지는 어렴풋한 기억이 있는데
깨어보니 하늘을 날고 승무원이 간식을 준다.
늘 같은 것, 하지만 먹지 않는 것을 준다.
사과와 요거트,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더부룩한 속과 무거운 뒤태
급한 마음이 비빔밥 비벼지듯 뒤섞여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가 않아 Laptop을 꺼내든다.
그래도 한 30여분 잠을 잤다고 탈 때에 비해 제법 머리는 맑아졌고 눈꺼풀도 가벼워진 거다.
파리를 떠난 지 거의 한 시간 반, 벌써 비행기가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잠시 멍한 상태에서 눈길을 돌리니 햇살이 정말 맑고 강한 것이
맑고 밝은 아해의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파리에서 알제로 가는 비행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데 할 건 다한다.
식자 준 것을 걷어가기가 무섭게 Duty Fee, 이 항로를 타는 승무원들 정말 바쁘게 움직인다.
알제리아에 도착했다.
좌석이 앞자리 인지라 빨리 내려서 입국심사 줄에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 것을 기다릴 때 앞에 사람이 조금만 더디면 왜 그리 조급하면서 짜증이 나려 하는지
Security 앞에서 어렴풋이 아해의 손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Sun Glass를 쓰고 있다 입국심사 때문에 벗고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분간이 어렵다.
앞 사람은 입국도장을 받았음에도 뭔가 질문을 하면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체한다.
기다리다 내 순서, 세관의 표정이 세상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한 얼굴이다.
속으론 ‘그냥 대충보고 찍어라’하지만 그건 내 맘일 뿐
입국신고서에 뭔가 한참을 쓰더니 아마도 비자 페이지를 찾으려는 듯 여권 페이지를 넘긴다.
느릿하게 넘기는 속도에 확 빼앗아 내가 넘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역시 내 맘일 뿐
앞뒤로 몇 번을 대충 뒤지더니 하는 말 "Visa",
'이런 바보, 몇 번을 지나치더니 그걸 못 찾아?‘
그나 내나 서로에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길을 마주친다.
어쩌겠나? 손가락을 까닥이며 몇 페이지 더 넘기라는 표시를 하는데 그냥 또 지나친다.
이번엔 반대로 까닥이자 처음 받았던 비자를 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당장이라도 쫓아낼 수 있다는 짜증 섞인 표정이지만
손가락 하나를 들어 한 페이지만 더 넘기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그렇게 하기 싫으면 집에서 쉬지 왜 나와서 일하냐?’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
페이지를 찾더니 또 한 참을 적고는 마지못하다는 듯
슬로비디오 돌아가듯 천천히 스탬프를 들어 ‘쿡~’
Security를 지나 드디어 아해와 재회를 하였다.
기쁜 마음에 카트 찾는 곳으로 향하면서 Security Scanner Belt에 모자를 두고 갔음을
짐이 나오는 컨베어 벨트에 도착해서야 깨닫고는 발걸음을 다시 돌린다.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아해를 끓어 안자
“샤워부터 해야 해. 무슨 바이러스가 따라 왔는지 모르잖아”라며 목욕탕으로 나를 이끈다.
‘그렇지. 또 아프면 절대 안 되지’하며 아쉬움을 안고 따라 들어서 샤워를 하곤
침대로 직행해서 뒤 엉켜 그 동안의 뒤섞지 못했던 몸을 엉켜 섹스를 한다.
‘아팠다가 아직 회복이 덜 되었으니 살살해야지’했던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달려들어 몸을 탐하고 욕정을 쏟아낸다.
점심은 수제비, 아해가 아픈 동안 다른 것은 다 싫은데 유일하게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이다.
어제 미리 반죽을 해서 냉장고에 숙성시켰다 끓여 그런지 맛이 일품이다.
원래 수제비와 감자를 많이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맛이 좋게 많이 먹었다.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났더니 시차 때문인지 몸이 늘어지면서 잠이 쏟아진다.
아해와 간단하게 이를 닦고는 침대를 다시 찾아 누워 몸을 더듬으며 섹스를 하지만
피곤한 몸이 늘어지면서 그리 오래 지속하지는 못한다.
둘이 한 참을 잤다.
원래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 아해나 잠깐씩 자는 내가 상당히 오랜 시간 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해가 일어나 저녁을 하는 사이 나는 졸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가장 먼저 찾아 온 것은 맛있는 냄새,
내가 잠든 사이 아해가 저녁을 한 것이다.
잡곡밥에 된장찌개, 호박과 고추를 채로 썰어 만든 전, 명란찜까지 폭식하듯 저녁을 먹었다.
잠시 쉬었다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자고 하며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낮에 사정까지 했는데 몸이 또 동해서 격렬하게 아해를 덮쳤다.
아해의 몸이 몇 번 부르르 떨고 나서야 끝났다고 누웠는데 아해는 못내 아쉬운 듯
또 내 몸 위에 올라 몸을 더듬는다.
피곤하면서도 몸은 또 달아올라 밑에서, 나는 바닥에 내려서고 아해는 침대에 엎어놓고 뒤에서
그리고 아해를 다시 침대에 눕히곤 올라타서 정신없고 격렬하게 서로를 탐하고서야 눕는다.
“우리는 20대가 아니야”라고 아해가 말하지만
엉키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거친 숨을 토해낸다.
질펀한 정사를 치루고 나서야 재회한 첫날을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든다.
오늘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