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585일째, 2017년 1월 25일(수)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585일째, 2017년 1월 25일(수) 애틀랜타/맑음
기다리는 그 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그 의미는 오늘 금식해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유에 바나나 등을 갈아먹는 아침은 그냥 먹었다.
이른 아침이기도 하고 갈아 먹는 것 이기에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매일 먹는 영양제 등의 약은 Pass
사무실로 출근해서 일을 하다가 허기를 느꼈는지 무심코 Pecan을 몇 알 먹었다.
먹다가 “아 참! 오늘 먹으면 안 되는 거지‘하고 생각이 났지만 잘 씹어서 삼켰다.
오늘 아침 기온은 어제보다 낮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덜 춥게 느껴진다.
많이 떨어진 온도 때문에 잔디의 일부에는 하얗게 서리가 위세를 떨치기도 했지만
곧 이어 등장한 강한 햇살에 순식간에 녹은 것을 보면 많이 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골프장에 도착해 오늘은 사과와 바나나는 두고 커피만 들고 연습장에 올라가니
한 참 자란 녹색의 겨울잔디가 물기를 한 껏 머금고 있는 것으로 녹은 서리라는 것을 알았다.
코스의 잔디 역시 Cart의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밟을 때 신발의 가장자리에 구부러졌던
잔디는 머금고 있던 서리 녹은 물을 툭툭 튕겨내며 일부는 신발을 적신다.
굶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지, 그리고 거의 늘 상 먹던 사과를 안 먹어서 그런지
심리적인 것 플러스 물리적으로도 배가 고프다.
그럴 때마다 집에서 준비한 사과주스 한 모금을 물면
단 맛이 몸에 퍼지면서 허기가 사라지곤 한다.
다른 날에 비해 무릎이 훨씬 덜 아프다.
처음엔 굶어 체중이 줄어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중반 이후엔 오늘 걷는 속도가 다른 날에 비해 조금 느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
그러나 그것 또한 확실치 않은데 암튼 무릎이 편하니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샤워를 하고 체중을 재어보니 그 때까지는 다른 날고 큰 차이가 없다.
사무실로 내려오는 길에 지난 며칠 별러 오던 두 가지를 했다.
첫째는 세차인데 지난 번 여행하고 돌아오니 차에 뽀얗게 먼지가 앉았다
비를 맞으며 다녔더니 공해에 찌든 물 흐른 자국이 선명하여 마음이 편치를 않았다.
닦으려고 마음먹으면 다음날 비가 온다는 예보를 몇 번이나 지나치고 오늘 하게 되었다.
둘째는 이발, 여행가기 직전에 머리를 깍아 한 달 밖에 되질 않았고 그리 길지도 않은데
느낌상 긴 것 같고 거추장스럽게 신경이 쓰였다.
다음 주 한국을 다녀와서 깍으면 너무 오랜만에 깍는 것 같은 느낌 또한 마음의 부담이었다.
세차를 하고 이발소에 갔더니 한 사람이 깍기에 앉아서 기다리며
오랜만에 애틀랜타지역 한국 신문을 읽는데 반갑지 않은 한국 정치 이야기가 많이 차지하였다.
에궁! 하며 펄럭펄럭 넘기다 보니 앞의 사람이 마치고 떠나 이발사 앞에 앉았다.
그런데 머리를 깍는 내내 한국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눈을 감고 조는 척해도 아님 관심이 없다는 듯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시도해도
받아서는 다시 한국 정치이야기로 연결한다.
어느 시점에 머리를 자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 참자며 영혼 없는 장단만 맞추다 끝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애플주스를 추가해서 허기가 질 때마다 한 모금씩 들이킨다.
참 묘하지?
때가 지났는데 심하게 배가 고프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도 오후에 배설약을 먹고 쏟아내기 시작하면 꼬르륵 하려나?
사람들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또 인생을 살아가면서 더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함에 고집이나 의욕을 가져야 할 때가 분명 있다.
하지만 무조건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 완급 조절이나
때로는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장황하게 서두를 길게 하는 이유는 CBMC Atlanta 회장 때문이다.
내가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회장에게 목요사랑방을 6개월만 돕겠다하고
약속을 지킨 후 그만 둔 게 어림잡아 10개월은 되었다.
지난 가을, 그리고 2~3주 전 나에게 전화가 와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했는데
오늘 전화가 와서는 또 그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인즉슨 지난 월요일 점심을 함께한 워싱턴에서 오신분이
CBMC 안에서 독서클럽을 한 참 설명했는데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은데
“어떠냐?” 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니 자신은 능력아 안 되는 데
나보고 “그걸 만들어 이끌어 주는 게 어떻냐?”며 부탁을 한다.
살짝 화가 신경질이 날 뻔 했지만 꾹 참고
“내가 Commitment할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며 단칼에 거절.
다음은 더 기가 막힌 말을 한다.
“2년 전 하실 때는 회장이라 어쩔 수 없이 한 거지요?”
속으론 ‘뭐 이런 사람이 있어?‘ 하면서도
“그 때는 내가 해야 되는 위치고 약속 한 것이 때문에 한 거지,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누군가 시작하면 가끔 참석은 해 주실 수 있는 거죠?”
‘이건 또 뭔 소리래?’하면서 “그건 그때그때 사정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났는데 어찌나 기분이 찜찜하던지,
‘예의가 없어도 어찌 이리 없을 수가 있나?’
네 시부터 15분 간격으로 8온스씩 배설약을 먹어야 하기에 집으로 와서 약을 물에 타 놓고
양 조절을 위해서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금을 그어 놓고
알람까지 맞추는 등의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수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시어 네 시,
처음 잔을 마시는데 레몬 냄새 비슷한데 비린 맛이 나는 게 배도 부르면서 쉽지 않을 듯하다.
15분 간격으로 네 번에 걸쳐 1리터를 모두 마시고
한 시간 가량 지나면서부터 쏟아내기 시작했다.
세 시간이 지난 7시 무렵부터는 거의 물에 가까운 것만 쏟아내고
8시 경에 수국차를 만들어 마시니 힘은 없었지만
박하향이 입안에 맴돌면서 기분전환이 되면서 9시부터 시작하는
2차 배설약 마실 기력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9시부터 역시 15분 간격으로 1리터의 약을 네 번 먹고 나니 배는 부른데 배고프다.
이런 게 바로 물배라는 것
목까지 물이 차서 찰랑거리지만 애플주스를 마셨다.
약 맛이 너무 이상에 구토증이 나기에 해소할 까 싶기도 하고
약 처방에도 탈수 증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500cc를 먹어야 한다기에 일단 한 잔 마셨다.
그럼에도 배가 고프고 잠도 오는데 더부룩해서 누울 마음이 약하다.
샤워를 했더니 개운한 것이 깊이 잘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체중을 재 보니 오후에 집에 올 때에 비해서 1파운드 이상이 늘었다.
이걸 다 쏟아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앞으로 여러 번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겠지?
일단 잠을 침대로 향해 잠을 청해 보기로 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