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594일째, 2017년 2월 3일(금) 애틀랜타/흐림

송삿갓 2017. 2. 5. 08:10

천일여행 594일째, 201723() 애틀랜타/흐림

 

기대했던 대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자주 깨기도 했지만 깨면 한 참을 뒤척거리고 어쩌다 잠이 들면 머지 않아 또 깨고

이런 걸 잠을 설쳤다고 하는가 보다.

 

그럼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다섯 시 삼십 분에 모닝콜로 기상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세탁기를 돌렸다.

스트레칭을 하고 빵 한 개를 구워서 잼을 발라 먹고

마지막으로 짐 점검을 마치고 지퍼를 닫아 무게를 재보니 이상 무

세탁기가 자기 임무를 완수했다는 신호를 보내기에

많은 빨래를 건조대에 널면서 참 많이도 입었다하는 생각을 했다.

 

음악을 들으며 샤워를 하는데 Woofer가 이상한 것 같아 옷도 입지 않고 확인하니

Power Cord가 빠져있어 그런 것 이었다.

한 동안 저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왜 못 알아챘지?‘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어 볼륨을 올리고 음악을 들으며 꼼꼼히 집안을 점검, 이상무

머플러 코트, 모자까지 차리고 집을 나서는 시각이 여덟 시 삼십 분을 조금 넘었다.

 

큰 가방을 밀고·끌며 Marta Buckhead

대체적으로 이럴 때 사람들의 시선이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서 그러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나를 볼까?

역에서 Marta Card에 두 번 탈 수 있는 요금을 지불하고 Reload.

 

Marta를 타면 바로 전화기에서 음악을 듣는 데 오늘을 그럴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들 출근시간에 타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하기 위함이다.

저녁에 퇴근시간이나 한 낮에 타는 것에 비해 조금 더 깨끗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앉은 African American 아가씨는 뭔가를 공부하는지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있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전화기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거나 위·아래, ·우로 밀고

어떤 사람들은 이어폰 혹은 헤드폰을 귀에 붙이고 뭔가를 듣는다.

그런데 한 백은은 서서 조그만 책을 열심히 읽는다.

Marta 안에서 많지는 않지만 종종 보는 모습인데 거의 모두가 백인이다.

 

몇 정거장 지나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나 바로 앞자리에 앉는다.

그리 비싸게 보이지 않는 수수한 옷을 입고 있는데 가방 손잡이가 낡아서 헤졌다.

참 검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최신형으로 보이는 애플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아닌가?’하며 헷갈렸다.

또 한두 정거장을 지났는데 Atlanta Falcon 로고가 들어있는 셔츠를 입은 거구가 타는데

자리에 앉으니 한 자리를 넘어 두 자리를 다 차지한다.

속으로 허걱~’하며 저런 사람이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으면 죽음이겠다하는 불필요한 걱정

 

집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Marta역에 도착하자마자 타서 조금 이른 줄 알았는데 다른 때와 비슷,

아마도 출근시간이라 그런가?

 

국제선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 Ticketing하고 검색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검색대를 거치자 예의 그런 것인지 아님 또 뭔가 있는지 옆으로 뺀다.

그냥 넘어가는 적이 별로 없다.

손으로 몸을 더듬어 확인하고는 “Okay, you can go"

 

Delta Rounge에 자리하였다.

우유에 씨리얼, 호박씨 등 Nuts류를 많이 넣어 아작아작

오렌지 주스와 과일 한 접시 열심히

다시 씨리얼 3/4 공기, 배가 부르다.

잠시 앉아 쉬는데 바로 옆자리에 Marta에서 보았던 사람보다 허리가 더 큰 백인이 자리한다.

또 허걱~

움직임은 물론 숨소리도 거친 게 내가 답답하다.

열심히 전화를 하다가 끝날 때 즈음에 "I love you" 하더니 ~”까지 한다.

아해가 죽도록 보고싶다.

정말 이대로 아해에게 갔으면 좋겠다.

 

원래 예약 한 내 좌석은 9J,

탑승할 때 좌석이 고장 났다며 바로 앞자리로 앉으란다.

 

거의 정시에 인천을 향해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과 저녁 메뉴를 고르라고 한다.

점심은 생선, 저녁은 메밀국수

소화가 잘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하며 선택한 메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아주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왔다.

손님, 생선과 메밀국수를 선택하셨죠?”

네 그런데요

손님이 고르신 생선이 하나 부족하고 메밀국수도 하나 부족한데 하나만 다른 메뉴를 선택하시면

안 되시겠어요?뭐 이런 일이 있담하면서 고민하다가

점심은 그대로 생선, 저녁은 불고기 덮밥으로 하지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꼭 국수를 드시고 싶으시면 라면도 하나 끓여 들일 수 있는데

나는 한국에 사는 사람이 공항 라운지나 비행기에서 라면 먹는 것을 도저히 이해 못하는 사람,

거기에 평상시에도 거의 먹지 않은 라면을 준다니 참 내원

괜찮습니다. 그거면 중분합니다

 

점심 후 영화 한 편 보고, 잠들었다 깨서 또 영화 보고다시 잠들었다 깨니 저녁을 준다.

완두콩을 얹은 밥에 소고기가 따스한데 반 조금 안 되게 먹으니 속이 거북하다.

먹는 것을 멈추니 승무원이 입에 안 맞으세요? 라면이라도 끓여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충분히 먹었습니다

오늘은 비행기 안에서 물 많이 마셨더니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되었다.

옆에 피해주는 걸음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겨울철이라 그런지 유독 화장실을 많이 다녀왔다.

저녁을 먹고 쉬면서 영화를 보다가 졸려서 다시 누워 자는데 추웠다.

14시간 40, 정말 긴데 오늘따라 더 길게 느껴졌다.

거의 잠결에 영화를 한 편 다시 보는데 보다 멈추다, 보기를 반복하니

내용도 잘 모르고 비몽사몽이다.

이렇게 비행기 안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