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664일째, 2017년 4월 14일(금)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664일째, 2017년 4월 14일(금) 애틀랜타/맑음
어제 새벽에 이어 오늘도 1시를 조금 넘겨 깨서 두 시간 이상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 그런지 자주 어지럽고 고단하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얼마가 잘 자더니 왜 그런지 원~
오늘 아침에는 입술 끝에 고단해서 생기는 물집까지 잡혔지만
무슨 심한 육체적 노동이나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이러니 쑥스럽기만 하다.
바늘로 콕 찔러 터뜨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것도 의욕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
몸이 처지고 눈이 자꾸 내리 가라 앉으니 귀찮기만 하다.
사무실 출근해서는 Liana와 Christian이 마무리 하지 않은 일까지 함께하다보니 더욱 피곤하다.
그냥 뒀다가 그들이 마치면 내 일을 할 마음도 들기는 했지만 어차피 할 일이고
그냥 처다 보고만 있으면 그들에 대한, 그리고 원인을 제공한 Jonas에 대한 반복된 생각을 하면
마음에 독이 생겨 더욱 피곤할 것이기에 선심 쓰는 셈으로 천천히 정리하면서 일을 거의 마쳤다.
오늘은 Christian이 조금 빨리 출근해서 공장 식구들과 현장으로 나갔다.
아마도 Jonas가 Install하는 것을 배우라는 의미로 내 보낸 것 같은데
내부 일 정리도 밀려있는데 자꾸 밖으로만 돌리니 조금은 답답하다.
역시 Jonas는 Document 등 정리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자료만 보고 판단하곤 이내 잊어버리고
대신 현장을 챙기고 알아가게 하는 자신의 방식이 철저히 옳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사업이라는 것이 오너가 안·밖으로 잘 챙겨야 하는 데 말이다.
Jonas가 출근해서는 "Are you okay?"라고 묻는다.
내가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니 그러는 가 보다.
가능한 티 내지 않으려 하는데도 어쩔 수 없나보다.
지난 중에 이어 오늘도 Jonas와 마주 앉아 공장식구들 주급 검토하는데
필요이상으로 화를 내며 거래처 인보이스를 손으로 구겨서 던지는 등 발광까지 한다.
그가 어찌하든 오늘도 무대응
왜 그러는지 뻔히 알기 때문에 굳은 얼굴로 유들유들
조금 지나자 미안했는지 아님 조금 진정이 된 것처럼 하는지 차분해지며 검토를 계속한다.
저러고 나면 하루 종일 찜찜한데, 그러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를 마친다.
지난 토요일 박일청 선배부부와 골프를 했었던 Northwood Country Club에서
1시 40분에 골프를 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샐러드 도시락 점심을 조금 이르게 먹고 12시경 사무실을 나섰다.
예전에 한 번 줄였던 바지가 길어 골프장으로 가는 길에 Alteration Shop에 들려
상황을 설명하고는 Drop하였다.
도착해서 Rocker Room에 들려 볼 일을 보고 Sun Block까지 바르고
다시 차로 돌아와 준비를 하고 있는 데 박일청 선배가 멀리서 보더니 아는 체를 한다.
오늘 골프를 주선한 사람은 ROTC 22기, 그러니까 나보다 2년 후배다.
그 친구 말로는 한의사 일을 하고 있는 나보다 1년 선배,
즉 19기는 손님이 없으면 올 예정이고 다른 한 사람은 후배로 섭외 중이라 했는데
잘 안 되었는지 박일청 선배가 오게 되었단다.
박 선배는 항상 부인과 함께 골프를 하는데 오늘은 금요일이라 바빠
한 사람은 사무실에 남아 있어야 해서 혼자 Join하게 되었다 하는데
나중에 22기 후배의 말로는 부인의 눈치를 보느라 마지막 까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단다.
암튼 선배 2분, 후배 1명 등과 함께 라운딩을 했는데 박 선배만 카트를 탔고 나머지는 걸었다.
박 선배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실력이 비슷비슷,
그래도 박 선배가 가장 고참이니 소외되지 않게 배려하며 18홀을 즐겼다.
어떻게 배려?
잘 한 것은 격하게 칭찬, 조금 못 해도 잘 할 수 있다고 격려
퍼팅에서 Give me는 제일 후하게
Doraville에 있는 옛터의 주인인 22기 후배가 최근에 Duluth에 같은 이름으로
식당을 Open 했는데 후배도 만나 볼 겸 그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가끔 Doraville의 식당에서 보리밥 정식을 먹곤 했었기에 오늘도 같은 메뉴 선택,
저녁을 다 먹고 일어나기 직전 한 그룹의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예전에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함께 골프를 했었지만 최근 몇 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왠지 반가우면서 서먹하기도 한 이상한 분위기로 어색한 인사를 하였다.
갑자기 내가 교회는 물론 여러 가지 모임에서 사라졌다 오랜만에 만나 그랬나 보다.
박일청 선배가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에 H-Mart 옆 빵집에서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저녁 길, 잘 보냈는데도 허전함이 밀려온다.
그래서 저녁 모임 같은 것 기피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 잘 보냈다.
“Happy good Friday!"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