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675일째, 2017년 4월 25일(화)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675일째, 2017년 4월 25일(화) 애틀랜타/맑음
Eagle 한 날
얼마만이지?
적어도 5년은 된 것 같고 오늘이 몇 번째 Eagle인지 기억도 가물하다.
네 번, 혹은 다섯 번
13번 홀(Meadows 4번), 파4
거리가 짧아 버디를 자주 하는 홀이지만 그린이 뒤로 경사가 심하고 길어서
핀 가까이 샷을 하지 않으면 버디도 쉽지 않은 홀이다.
드라이버 티샷이 약간 밀리면서 오른쪽 나무 방향으로 볼이 날아간다.
순간 ‘벙커네’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소나무 가지를 스치면서 벙커 앞에 뚝 덜어졌다.
‘에궁’ 하면서도 벙커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볼은 소나무와 벙커사이 약간 젖은 곳에 떨어져 있다.
핀과의 거리는 115야드, 앞쪽 핀이다.
Up hill에 앞바람
피칭웨지와 9번 아이언, 둘 중 어느 클럽으로 치지?
2주 전 아이언을 바꾸고 나서 거리가 늘어 피칭웨지도 족히 120야드는 날아간다.
젖어서 뒤땅을 치면 거리가 확 줄 것이고 9번 아이언으로 쳤다가 제대로 맞으면
그린 중앙까지도 갈 수가 있다.
‘일단 그린에 올라가면 2퍼팅으로 파는 가능’이라는 판단에 9번을 선택
연습 스윙을 하고 뒤땅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보다 오른쪽 방향으로 볼 한 개 거리 이동,
심호흡을 하고 친 볼이 정확하게 맞아 그린 쪽으로 날아가는데 긴 것 같다.
‘뭐 어차피 예상했던 거니까 2퍼팅으로 파를 하면 되지’
씩씩하게 그린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볼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잘 맞아도 긴 그린을 벗어 날 수는 없는데?‘
그린 뒤쪽으로 걸어가려다 핀 앞에 디봇이 보여 무심코 핀 방향으로 가니
볼은 홀 안에서 얌전히 있다가 방긋 인사를 한다.
《Eagle》
나도 씩 웃으며 ‘이게 얼마만이지?’
기쁜 마음에 사진을 찍어 아해에게 알리고 볼을 꺼내 잘 닦았다.
전반 9에 더블보기를 3개나 해서 9 오버,
그래서 ‘오늘도 80대 중반도 어렵겠다’판단 하고는
후반 1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또 했을 땐 ‘90까지도 갈 수 있겠다’ 했었는데
다음 홀(11번, 파3)에서 버디를 하면서 어쩌면 조금은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고
12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져야 하는 상황에서 운 좋게 보기로 막았을 때
어쩌면 80대 중반으로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는데
다음 홀에서 Eagle을 하고 나니 후반 Even파가 되어 후반에 둘 혹은 셋 오버로 마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실은 Eagle 만큼이나 기분 좋은 홀이 18번 홀이었다.
드라이버 샷이 워낙 좋았는데 최근에 말썽을 부리던 4번 하이브리드 두 번째 샷이
정말 멋있게 200야드를 넘게 날아가 물 앞에 멈추는 행운이 따랐다.
남은 거리 92야드, 예전 같으면 갭웨지를 들었겠지만 자신 있게 샌드웨지
핀 앞에 떨어져 홀로 구르다 살짝 비껴 멈춘다.
그야말로 Give me 버디
참 어려운 홀인데 기분 좋은 마무리
후반 1타 오버, 전체 10타 오버로 82
앗싸!!!
오늘 전반에는 곽 회장 부인이 함께 하였다.
내 시간 바로 뒤에 시간이 잡혀 있어 함께 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연습장에서 만났을 때
"송 사장님! 오늘 중국사람이랑 걸으시죠?“
“아니요? 혼잡니다”
“그럼 송 사장님이랑 함께 나가도 되나요?”
“그럼요”
해서 함께 9홀을 걸었지만 앞 Group가 Ken Goss Family. 4명
뒤따라가면서 보니 초보자도 있고 소아마비인 Ken의 속도가 느려
거의 매 샷을 기다리면서 템포를 잃지 않기 위해 연습스윙을 반복했다.
그러다 후반엔 나 혼자니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많아져 내 속도로 가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다음 주 토너먼트 대비 퍼팅연습을 더 하며 따랐다.
어느 순간부터 뒤에 세 사람이 카트를 타고 쫒아와 시야에 들어왔지만
아랑곳 않고 그냥 연습하듯 여유를 부리며 백 9을 즐겼다.
일요일 오후와 어제 줄기차게 비가 많이 와서 도랑의 나뭇잎이나 숲과 함께 떠내려가던
숨겨져 있던 볼들이 도랑의 조금 넓은 부분이나 깊은 곳에 많이 모여 있었다.
“골프하랴, Fishing하랴 바쁘시네요”
전반 중간 쯤 곽 회장 부인이 했던 말이다.
열심히 볼을 건져 아해와 내가 치는 볼을 제외하곤 전부 페어웨이에 놓았다.
볼을 너무 많이 모아 오래 썩히느니 필요한 사람들 가지라는 뜻으로
Mrs. 곽 께서도 따라오다 깨끗한 것은 챙기며
"왜 이런 볼은 그냥 두고 가세요?“라기에
“제가 원하는 볼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 가지라고요”
볼을 많이 건지다 보니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종류별로 판매 Trend는 물론
멤버 말고 외부 손님이 많은 것도 어느 정도는 판단 할 수 있다.
우리 멤버들이 좋아하는 볼,
여자들이 좋아하는 볼,
몇 그룹의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다녀간 흔적,
많이 팔리는 볼
최근 한국산인 Volvik이 제법 많이 팔리는 것 같다.
컬러볼로 승부를 걸더니
이제는 무광택 컬러볼도 생산, 판매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아직 다른 회사들은 무광택 컬러 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때 유행했었던 《틈새시장, Niche Market》을 공략하는 작전에
해외에서도 한국인 골퍼가 많아 애국심이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물론 단일 종목으로는 Titleist Pro/v1이나 Pro/v1x가 가장 많고
(실은 판매량이 제일 많은 볼은 피나클이라고 하지만)
Brand로는 Bridgestone이 제일 많이 보이지만 최근엔 Taylormade 볼도 많아지는 추세다.
운동을 마치고 점심으론 샐러드 Togo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고 정리를 하고 있는데 Jonas가 또 무모한 계획을 이야기한다.
거래처의 한 곳과 인조대리석 한 색상을 거래하려고 하는데 구입가격을 줄이기 위해
Container씩 선 지불금으로 사려는 계획을 이야기한다.
재고관리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데 만일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서 재고로 안으면
Missing inventory가 더 많아져 어려움이 많을 거라며 제동을 걸으니
Simple한 일인데 왜 지금도 Missing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철부지 같은 말을 한다.
해서 “너 지금 공장에 어떤 돌이 몇장 없는지 아냐?“고 다그치며
“네 생각대로 잘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난 이미 알고 있다.
그가 이미 시작 했다는 것을 말이다.
아고 머리야!
아침 출근 전 냉동실에 있는 동태살을 냉장실로 옮겼다.
퇴근해서는 동태살을 꺼내 적당하게 잘라 소금을 약간 뿌리고 녹이면서 튀김가루를 준비하고
계란 3개를 꺼내 유리그릇에 깨서 넣고 흰자와 노른자가 잘 섞이게 포크로 잘 저었다.
유리냄비에 물을 끓이면서 프라이팬을 불에 올려 달구며 온도 점검을 위해 살짝 물을 뿌렸다.
적당히 달궈졌을 때 기름을 붓고 전을 만들기 시작, 중간 중간에 콩나물국 점검
남은 계란을 프라이팬에 다 부어 적당히 익어갈 때 Blue Cheese를 얹어 스크램블
이렇게 준비한 저녁 메뉴는 동태전, 콩나물국, 김치, 감자볶음
물론 스크램블도 포함
저녁을 잘 먹고 설거지를 하려니 참 많다.
혼자 저녁 먹었는데 왜 이리 많을까?
다른 것은 제쳐두고 수저 3개, 포크 1개, 젓가락 3개
이건 뭐 서양 정찬을 먹은 것도 아니고 적어도 세 명이 먹은 것 같은 식사도구다.
수저와 젓가락 각 1개는 진짜 밥을 먹을 때 사용한 것
포크는 동태전 만들 계란을 젖는 것과 계란에 담근 동태살 프라이팬에 옮기는 용도
수저 1개는 동태전 뒤집을 때
다른 1개는 콩나물국 끓이는데 다진마늘 넣을 때와 간 보기 위한 것
젓가락 1개는 동태전 만들면서 동태살을 튀김가루로 그릇으로 옮기는 것
다른 1개는 튀김가루 그릇에서 계란으로 옮기는 것
뭐 대충 여기 쓰고 저기에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요리를 하면서 지키려는 것이 ‘뒤범벅 만들지 않기’다.
동태살을 튀김가루를 묻혀 계란에 담갔다가 프라이팬으로 옮기는 것을 젓가락 하나로 하면
두세 번 만 반복해도 튀김가루와 계란, 기름이 뒤범벅되는데 그게 싫다는 거다.
그릇도 그렇다.
야채를 썰어 보관하는 것과 고기 등을 썰어 보관하는 용기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두세 가지 요리를 하다보면 그릇에 수저나 포크, 젓가락 등이 많아 질 밖에
똑같은 크기나 모양으로 썰거나 음식을 깔끔하고 예쁘게 데코레이션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더 맛있게 해보다는 의도도 있지만 모양을 잘 내지 못하는 것은 그렇더라도
내가 뭔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내 자신에 대한 위안이나 위로 때문이다.
혼자이니까 ‘대충’, 이런 게 싫어서 이거라도 잘 한다, 내지는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러다보니 뒤섞이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나름 기준이 되었다.
그러는 날 보고 아해는 “우리는 부엌이 넓어야 하겠다”라는 말에 용기를 갖기도 한다.
암튼 설거지 왕창하고 물걸레로 Cooktop과 바닥 열심히 닦아 말끔하게 되고서야
따스한 카모마일 차(茶) 만들어 의자에 앉아 다원(茶園)을 그리며 향기를 즐겼다.
하루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