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679일째, 2017년 4월 29일(토)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679일째, 2017년 4월 29일(토) 애틀랜타/맑음
"I can't complain today"
어제 코스를 걸을 때 지나가던 Marshal에게
“How are you?"라고 인사를 했을 때 밝은 미소와 함께 내게 건네던 말이었다.
오늘 하루를 보낸 내 마음과 똑같다.
날씨, 함께 운동한 사람, 오후에 보낸 시간, 저녁 식사,
그리고 마트에 다녀 온 것까지 불만을 토로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30분 늦게 시작하는 놀기만 하면 되는 오늘
어제 밤잠을 설쳐 부족한 잠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6시 모닝콜에 한 참을 헤매던 꿈을 떨치며 몸을 일으켰다.
TV 켜고, 커피 만들고 우유 만들어 여러 가지 영양제와 함께 속을 달래고
20분 조금 넘게 스트레칭에 이어 화장실까지 평일과 똑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빵을 구워 치즈와 Almond Butter를 얹어 커피와 함께 아침을 먹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평일보다 30분 늦게 집을 나서니 벌써 아침 햇살이 인사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기도 전인 주말의 고요한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I-85를 달리는 데 운동을 마치고 서둘러 정비를 마친
아해가 전화를 걸어 와서는 오늘 운동을 기가 막히게 잘했단다.
어제도 잘 했는데 오늘은 그보다 훨씬 좋았다고 하며 목소리가 통통 튄다.
통화를 하면서 ‘나도 오늘 나쁘지는 않겠다’는 좋은 예감이 마음을 채운다.
클럽에 막 도착했을 때 안 사장도 함께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3월 초순에 만나고 처음이니 거의 한 달 하고도 반을 지나 만난 것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각자 준비를 한 다음 연습장으로 올라갔다.
안 사장과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우리 뒤 시간에 걷는 것으로 예약한 Eric이 가방을 메고 나타나기에 손을 들어 인사를 하였다.
8시 30분, 시작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우리와 함께하기로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이 안 나타난다.
안 사장의 말로는 그들이 원래 그렇다며 “우리 둘이하면 더 좋지 뭐~“라며
1번 홀로 이동하여 나갈 준비를 하는데 Starter인 Ryan이 Shinn 부자(父子)가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오늘 우리 티타임에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은 William Shinn(父)과 Edward Shinn(子)으로
애틀랜타 지역 한인사회 유지로 대우받는 신영교 회장의 아들과 손자다.
두 사람 모두 얼굴은 알고 Edward Shinn과는 한 번 플레이를 한 경험이 있다.
늦게 나타난 둘은 미안하다는 말은 물론 표정도 당당하여 약간 불쾌하였다.
들리는 말로는 부자가 상당히 폐쇄적이고 예의가 좋지 않다고 하였는데
둘 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고 한인문화를 잘 몰라 그러려니 했지만
오늘 막상 시작할 때의 행동을 보니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대체적으로 티타임 시각 막바지 혹은 늦게 나타나면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게 예의인데
어른이나 아이나 전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근본이 덜 된 것으로 판단된다.
“저들은 늦어도 미안함이 없구만”하는 내 말에
“원래 그렇다고 하니 그냥 저들과 말을 섞지 않으면 되지 뭐”
“그래 봐야 지들 아버지·할아버지 욕 먹이는 거지 뭐.
그러고도 한인사회 나타나 한일들 단결, 단합 떠드는 것을 보면 참 내원“
오늘 18홀을 해 보니 William은 수시로 순서를 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모습에서
Edward는 고등학생 정도로 골프 프로 선수를 꿈꾸고 있다고 하지만
골프의 기본 매너만 겨우 지키려는 모습에 어쩌다 만난 잘 치는 골퍼 정도로만 생각하기로.
각자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다른 사람 크게 방해하지 않는 것이나
시원시원하게 때리는 모습이나 몇 가지의 Trouble Shot 하는 방법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거기다 앞 팀은 빠르게 가 버리고 뒤는 우리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니
거의 모든 홀에서 기다리거나 기다리게 하지 않으며 18홀을 참 잘 즐겼다.
집으로 내려오면서, 집에 와서 빵을 먹으며 아해와 통화를 하고
의자에 앉아 20여분 고갤 떨어뜨리며 단잠을 잤다.
냉동실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던 간고등어 한 반 마리를 꺼내 해동한 후
전분을 살짝 묻혀 기름을 조금 넣은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웠다.
배춧국, 김치, 콩나물무침이 오늘의 맛 도우미
서둘러 설거지를 마치고 Costco에 가서
커피, 포도, 멜론, 버섯은 물론 닭과 영양제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멜론 한 개를 썰어 컨테이너에 담고 닭은 손질하여 한 마리는 냉동실로
한 마리는 내일 저녁 메뉴를 위해서 냉장실에 보관하였다.
하루 종일 흠 잡을 데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즐겁게 보낸 하루라
그야말로 'I can't complain'
그런데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뭘까?
오늘 같은 날 아해와 함께 하고픈 간절한 마음에
맑은 하늘임에도 환하게 웃지 못하는 거다.
날이 저물어 사람들이 만든 밤꽃이 하나둘씩 피고
난 Carla Bruni의 ‘You belong to me'를 듣는다.
See the Pyramids along the Nile
Watch the sun rise on a tropic isle
Just remember darling all the while
You belong to me
See the market place in old Algiers
Send me photographs and souvenirs
Just remember till your dream appears
You belong to me
I'll be so alone without you
Maybe you'll be lonesome too
And blue
Fly the ocean in a silver plane
See the jungle when its wet with rains
Just remember till you're home again
You belong to me
오늘밤에도 꿈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많이 보고프니 말이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