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685일째, 2017년 5월 5일(금) 애틀랜타/흐림/비
천일여행 685일째, 2017년 5월 5일(금) 애틀랜타/흐림/비
기온이 뚝 떨어졌다.
혹시나 해서 건너 방으로 옮기지 않은 약간 두터운 Jacket을 입고 집을 나섰다.
어제 밤 나름 푹 자고 일어났을 때 굼뜨던 움직임이 스트레칭을 하면서 맑아져 기분은 좋았지만
흐린 날씨에 차가움이 몸을 움츠리게 하고
아해가 운동 중이라 출근길 통화를 하지 않으니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기분 좋게 놀이동산에 가서 폴짝폴짝 신나게 뛰다가 시야에서 엄마가 사라진 것 같음 말이다.
차의 음악을 튼다.
비발디 사계, 나는 비발디를 참 좋아하며 가장 즐겨 듣는 클래식의 하나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구분하지 못한다.
음악을 틀어놓고 풍경을 생각하며 구분하는 노력을 몇 번 해 보았지만
며칠 지나면 뒤죽박죽되어 이게 봄 같고 다음이 여름 같은데 분명하지 않다.
음악에 문외한인데다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니 당연한 거라 위로도 해보았지만
음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스스로 결론지었다.
내가 확실히 아는 음악의 악보는 높은음자리 하나다.
중학교 때 방학숙제 때문이었는지 아님 음악선생님께 뭔가 잘 못 해서 벌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음악공책에 높은음자리를 이삼백 개는 그렸었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그도 못 그려내는
음악의 젬병이니 비발디 사계를 구분하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제다.
내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봄을 들으며 가을로 생각하고 때로는 겨울을 들으며
작렬하는 태양의 여름을 떠 올리기도 한다.
한 번은 개나리, 진달래 가득한 동산에 너풀너풀 하늘을 나는 노랑나비가 있는
봄을 그리며 듣고 있었는데 대략 지나간 순서를 보니 낙엽 뒹구는 가을 이었던 적이 있었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참 차갑다 하며 들었던 부분이 여름인 때도 있었다.
모든 혈관과 세포를 자극하며 자지러지는 몸에 내 정자를 뿌리려는 듯
후벼 파고 깊숙이 들이밀며 여름이라고 생각하며 몸으로 연주하던 음악이
아지랑이 살살 피어오르는 봄이기도 하였으니
구분하는 것을 포기하고 듣는 그때그때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며 즐긴다.
그리움과 몸 트림, 차가움과 비, 좋은 기분과 허기진 마음으로 묘하게 뒤 엉킨 오늘아침
나를 달랬던 부분 역시 봄·여름·가을·겨울 중 어느 건지 모르지만 함께하였다.
가랑비,
운동하는 중에 가랑비가 오락가락하였다.
차가운 날씨에 소변을 자주 보니 체온이 떨어지고 그걸 보충하고자
자동적으로 몸이 더욱 많은 열량을 소모하니 체력이 떨어져 방전되어
수시로 보충해주기 위해 바나나, Seed Bar 등을 먹으며 걸어야 했다.
7번 홀에서 Marry Ann을 다시 만났을 때 떨어진 커피를 조금만 보충해 달라고 하니
듬뿍 따라주며 많아야 보온이 더 잘 된다는 말을 한다.
따스한 커피를 마시니 금방 몸에 온기가 돌며 훨씬 더 편안해졌다.
운동을 마치고 따스한 물을 몸에 끼얹으니 노곤한 나른함이 기분전환을 돕는다.
물에 젖은 가방과 카트를 정리하고 있는데 이른 아침에 Guest와 운동을 마친 Roy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반갑게 인사를 하곤 각자 갈 길로
샐러드를 Togo해서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고 공장식구들 주급 정리 마무리하고
밀린 Checks 발행하는 것으로 5월의 첫 주 일을 마쳤다.
떨어지는 온도에 사무실이 쌀쌀해 히터를 켜고 잠시 앉아 있으려니
얼었던 몸이 풀리며 잠이 쏟아지는 것처럼 고단하여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깜빡 잠이 들었는데 10여 분 잔 것 같다.
비 내리는 금요일 이라 그런지 퇴근길에 집 근처에서 막혀 한 시간도 더 걸렸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저녁 준비를 하였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계란 찜,
계란을 3개, 버섯, 양파, 스팸에 새우젓으로 간하여 중탕으로 끓였다.
어제 잔뜩 만든 감자전, 전에 만든 동태전과 오이무침, 닭볶음탕 조금 등으로
저녁상을 차려 잔뜩 먹고는 Canada의 Maple 차와 멜론으로 후식을 즐겼다.
오늘은 싱코데마요(Cinco de Mayo),
스페인어로 5월 5일 이라는 뜻으로
전에 멕시코 사람에게 멕시코 독립기념일이라 들어서 그리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멕시코와 프랑스가 전쟁을 하면서 멕시코의 한 주 민병대가 프랑스군을 격퇴하여
그 곳(부에블라주)과 지금은 미국인 캘리포니아에서 축제로 시작된 것이
지금은 미국에 사는 거의 모든 멕시칸들이 축제하는 날이라는 것을 오늘 알았다.
암튼 멕시코 출신 공장식구들은 오늘 저녁에 밤새 신난 파티를 한단다.
언젠가 사고로 새벽에 Jail로 달려간 일이 있었는데 오늘은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은 물론 이번 주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