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699일째, 2017년 5월 19일(금)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5. 20. 10:04

천일여행 699일째, 2017519() 애틀랜타/맑음

 

조금은 타이트하다 할 정도로 정해진 생활을 하다 보니

그 루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몸과 마음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지난 수요일 몇 홀 더 걸었던 것이 몸에 무리가 되었던 듯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도 힘들다.

아프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버거워하는 것은 틀림없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출근길,

사무실에서 집중해 일 하는 시간이나 클럽의 Gym에 가서 Treadmill을 걷는 중에

수시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을러지고 싶음과 투쟁하듯 겨뤄야 했다.

조금 쉬면 어떻다고 세상이 바뀌거나 회사에 당장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닐 진데

하나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꾸역꾸역 일정을 삼키고야 만다.

 

30대 초반에 상사로 모시고 있던 40대 중반의 중역들이 몸이 피곤하다며 회의까지 거르며

도망치듯 집으로 사라졌던 모습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지금 내 나이 그 때 그들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많으니 쉬어도 될 듯하지만 아직도 내가 파릇한 젊은인 줄 착각하나보다.

이러는 나를 두고 사람들은 까칠하고 괴팍스럽다는 뒷소리를 하나보다.

그래도 큰 다행은 내 상황을 가감(加減)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쪼금은 더하고 뺄 때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암튼 운동에 샤워까지 마치고 샐러드 Togo해서 사무실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나니

어제처럼 몸이 천근만근으로 묵직한 것이 얼른 집에가 자리 깔고 눕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그냥 버티면서 사무실을 지키다 Christian이 점심을 마치고 들어왔을 때

함께 정리가 덜 된 화단을 청소하고 Trim을 하면서 앞으로 깨끗이 할 것을 당부하였다.

Trimmer가 고장 났다며 적당히 사용하는 것을 분해하여 수리까지 마치고 나니 힘에 부쳤다.

공장식구들 주급계산을 잘 해서 Checks까지 발행하였고 계획하였던 일을 모두 마친

금요일 오후 조금 이르게 퇴근길에 올랐다.

몸을 쉬게 해야 한다는 스스로 합리화하고 말이다.

 

집에 도착해서 인상엑기스에 꿀을 타서 마시며

아해와 잠시 통화를 하고 의자에 앉아 쉬다가 깜박 곤하게 잠이 들었다.

얼마를 잤을까? 10? 아님 15?

깨고 나니 제법 생기를 찾고 몸도 가벼워진 듯 했다.

 

오늘 저녁의 메인 메뉴는 알찌개

냉동한 동태 알을 해동시키는 사이 유리냄비에 물을 올려 끓이면서

무를 까서 조그맣게 썰어 끓는 물에 넣었다.

무가 제법 물러졌을 무렵 해동한 알과 양파를 썰어 넣고 끓이니 뽀얀 물이 우러났다.

알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끓이다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닫아 펄펄 끓을 때

마늘과 소금으로 간하여 마무리하였다.

보조 메뉴로는 이미 여러 번 먹은 닭볶음탕의 마지막을 데웠고 오랜만에 배추김치를 곁들였다.

배불리 저녁을 먹고 나니 아까보다는 더욱 생기가 돌았다.

설거지를 마치고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치장하는 것으로 잠잘 준비는 끝이 났다.

소화를 시킬 겸 해서 1층에 내려가 우편물을 확인하고 PackagePick up하였다.

며칠 전 골프화를 손질할 Leather Cream을 주문 한 것이

보냈다는 데 도착하지를 않아 Claim 했더니 이틀이 더 걸려 오늘 도착했다.

오늘 Concierge Desk 근무자는 Vickie, 5월의 employee of the month.

집으로 올라왔다가 봉투를 준비하여 다시 내려가 깜짝 선물을 하니 많이 반가워한다.

그러고 나니 내 마음이 더 뿌듯해졌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