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701일째, 2017년 5월 21일(일) 애틀랜타/비, 맑음, 구름
천일여행 701일째, 2017년 5월 21일(일) 애틀랜타/비, 맑음, 구름
어제 저녁 조금 이른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고
읽던 소설책이 있었고
새벽녘에 수시로 번개와 천둥에 이어 쏟아지는 소나기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 셋 중에 어떤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는지 모른다.
결국 책을 들고 읽으며 천둥과 번개, 소나기도 함께 했으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밖을 보니 비가 오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차를 타고 콘도를 막 벗어나니 차창에 빗방울이 맺힌다.
안 그래도 몸이 묵직해 비가 내리면 집에 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8시부터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출발했지만
내리는 비를 보니 갈등이 생기면서 ‘도착해서까지 비가 내리면 그냥 와야지’하는 마음이었다.
Grill에서 사과와 커피를 들고 와 차 안에서 먹고 마시면서도 갈등은 일었지만
조금씩 잦아지는 빗방울에 주섬주섬 채비를 시작하였다.
연습장으로 막 출발 했을 때 커피를 가지러 지나가던 Yang Kim 선생이
“이렇게 비가 오는데 나가요?”하기에
“이 정도는 비라고 할 수 없지요”라는 반문을 하였지만
‘내가 제 정신이 아닌가?’하면서 연습장으로 올라갔다.
몇 개의 볼을 치고 있는데 뒤에서 "Good morning"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Eric이다.
첫 티타임에 나와 Eric, 지난번 Club Championship에서 만났던 Sean 부부가 함께 있었지만
부부는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이었는지 나오지를 않아 둘이 출발했다.
1번 홀 Tee Box에서 Eric “Match play again?"하며 시작하였다.
내리던 비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햇살이 비추려는 듯 맑아지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무거운 몸이 모든 샷에 문제를 일으키며 좋지 않았다.
거기에 코스가 젖어 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니 앞으로 진행해 갈수록 더욱 처졌다.
전반 9을 마쳤을 때 15타 오버, Match는 2 Down
그 때까지 비는 거의 내리지 않고 오히려 덥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13번 홀 그린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들더니 소나기가 내린다.
퍼팅을 하지 못하고 우산 하나에 둘이 비를 피하며 10여분 기다렸다.
비가 잦아져 퍼팅한 결과 Match는 5 Down이 되었고 다섯 홀이 남아
한 홀만 비겨도 Match를 내 주게 되었다.
이동하는데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져 중간 화장실에서 비를 피해야 했다.
20여분이 지나도 그칠 줄 모르는 비에
“5분만 더 기다려보고 그치지 않으면 클럽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카트를 보내 달라하고 그냥가자”
Eric의 이야기에 동의를 하고 더 기다렸지만 빗줄기는 변함이 없자 Eric이 전화를 걸었다.
클럽하우스의 말로는 5분여만 더 지나면 비가 그칠 것 같다는 말에
더 기다리니 정말 비가 그쳤지만 이미 내린 많은 비로 페어웨이는 질척였다.
다섯 홀을 남기고 5Up이니 Eric이 방심했는지 아님 내가 독하게 마음먹었는지
나는 계속 파(Par)를 하고 그는 보기, 더블보기 등으로 한 홀씩 줄이며 마지막 홀에 다다랐다.
내 티샷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Eric은 더 안 좋더니 둘 다 네 번째 온 그린
Eric은 2퍼팅, 나는 1퍼팅으로 Match는 비겼다.
나는 그에게 “이런 선물을 주니 정말 좋은 친구“라 말하니
그는 나에게 “터프한 골퍼”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집에 도착해서 빨래를 해서 널고 골프를 하며 젖었던 골프화를 손질하는 등
일상적인 일요일의 오후를 보내다 김치찌개, 감자전, 오징어젓, 무짱아지로 저녁식사,
카모카일차에 아보카도로 후식을 먹곤 어제 밤잠을 설치게 한 소설을 잡아들었다.
저녁에 다시 내린다던 비는 오지 않고 햇살이 없는 밝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숲과 어우러져
목가적인 풍경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