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751일째, 2017년 7월 10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7. 11. 09:00

천일여행 751일째, 2017710() 애틀랜타/맑음

 

잠을 설쳤다.

잠자는 것이 지루하고 힘들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고서도 아침은 오지 않다가

일어 날 시각 30여분을 남기고 깜빡 잠이 들었다.

아해의 모닝콜에 몸을 일으키려는데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러다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데 만만치 않다.

약간의 구토증에 어지러움,

그리고 뼈 마디마디가 분해 된 것 같으면서

거기에 붙어있는 모든 살이 아프다.

꼭 몸살 때문에 밤새 앓다가 일어난 사람처럼

아니 어쩌면 이제 막 몸살을 시작하는 몸처럼 쑤시고 정신 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두통 때문에 약을 먹고 스트레칭을 시작하는데 하기 싫다라는 꾀가 앞서고

이런 날은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유혹이 몸과 마음을 흔든다.

내가 가장 주의하는 것 게으름

한 번 시작하면 두 번, 세 번, 연속되다가 아예 자리 잡을까 두려워

싫거나 꾀가 나도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하게 주입하고 살기에

유혹에 빨간 딱지로 경고를 하곤 요가매트를 깔고 시작한다.

뻣뻣하고 구석구석을 들쑤시듯 아파서 끙~ 소리가 절로 나지만

먹기 싫은 밥 꾸역꾸역 넘기듯 천천히 한 가지씩 소화해 냈다.

마쳤을 땐 괴로움과 다행이라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나에게 칭찬

그래, 역시 나야

아예 죽을 듯이 아프면 그걸 참아내느라 정신이 없지만

이 정도의 아픔에 따르는 혼자아파야 한다는 서러움, 아님 쓸쓸함

이건 참을 만 하다는 인수분해 같은 공식이 성립된다.

스트레칭 중간에 아해가 남겨 놓은 물에 타먹는 아스피린을 풀어 한 모금 마시곤

샤워까지 마치고 집을 나선다.

이런 날 아무런 스케줄이 없었더라면 그냥 집에 눌러 앉았을지도 모르지만

아침 9시 미팅, 10시 자동차 Drop이라는 약속 때문에 억지로라도 나가야 하는 게 다행이다.

9시엔 Sales Office에 타일과 공장 지붕의 Gutter 교체건으로 미팅이 있었고

10시엔 자동차 6만 마일 서비스가 예약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

내 손길을 기다리는 여러 가지들이 보이고 떠올라 그것에 집중해 본다.

Bridge Saw 한 대의 Laser가 조금씩 말썽을 부린다.

그냥 접촉 불량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마도 수명이 다 되었는가 보다.

한 시간 정도 사용하면 그 만큼 또 쉬어야 된다니 말이다.

아무래도 새 LaserOrder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자동차 6만 마일 서비스를 위해 Drop하기로 되어 있어 오랜만에 차 안에 있는 것

모두를 꺼내는 일도 아침에 하였다.

대부분이 골프가방이나 Push Cart 등 골프와 관련 된 것들과

매달 가야하는 CPA와 연관 된 서류들이긴 하지만 의외로 차에 싣고 다니는 것이 많다.

이번 기회에 줄이는 노력을 해 볼까?

 

결국은 몸살이 난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와 첫 날 빼고 4일 연속 18홀을, 거기에 3일 연속 걸었고

이후에도 하루도 안 빼고 운동을 하다가 어제 다시 18홀을 걸은 게

잠을 설치며 부족한 휴식을 틈타 몸을 망가지게 했던 것 같다.

오전에 Acura에 자동차를 Drop하고 Costco에서 들여 장을 보고

사무실로 돌아와 샐러드로 조금 이른 점심을 먹는 중에도 자꾸 누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대충 사무실 정리를 끝내고 우체국에 들려 어제 샜던 골프화를 반납하기위해 메일로 보내곤

집으로 와서 아해가 말한 대로 인삼엑기스에 꿀 잔뜩 타서 마시곤 침대에 몸을 뉘였다.

두어 시간 자겠다는 작심으로 자리를 했지만 중간에 오는 전화를 받느라 몇 번을 깼다.

그럼에도 적어도 한 시간 남짓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두통은 여전하지만 몸은 제법 개운하다.

자기 전 먹었던 몸살 약 때문인지 아님 그래도 잠시 휴식을 취해 그런 건지 움직임이 편해졌다.

 

약간의 갈증이 있어 잘라 놓은 멜론으로 목을 축이고 책을 읽고 있으려니

Acura에서 자동차가 다 되었으니 찾아가라는 전화가 왔지만 내일 찾겠다는 대답을 하고

잠시 뒤 아해와 통화하면서 쌍화차를 마시라는 이야기에 물을 끓여 마셨더니

이내 땀이 몸을 적시며 조금씩 회복되는지 근육에 힘이 붙는다.

 

몸이 아파 힘들긴 하였지만 기분은 많이 편해졌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해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누군가에게 아프다고 이야기 할 수 있고

처방에 따르면서 회복되는 것에 고마움이 있어 혼자 아픈 것이 아니라는 푸근함이랄까?

아침에 가졌던 혼자 아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에 쑥스러워 할 정도로 쓸쓸하진 않다.

 

저녁은 단백질은 많지만 가볍고 소화 잘 되는 것으로

며칠 전 끓여 놓은 콩나물북어국에 두부와 계란을 추가해서 다시 끓였고 김치에 조개젓.

병아리콩을 넣은 질척한 밥과 함께 저녁을 먹고는 포도에 이어 카모마일로 후식,

저녁에 잘 자고 내일은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조심성 있는 저녁이었다.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이글이글 하던 태양이 숨을 고르는지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비가 올 듯 올 듯하면서도 마른하늘을 유지하더니 노을을 가리운 채 저녁을 맞이하였다.

오늘 하루

아픈 몸을 추스르며 보냈지만 손해 본 것 같은 느낌은 없다.

아파도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함 때문에 그런 걸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아프지 않는 게 더 좋은 거야하는 아해의 속삭임이

마음에 진동으로 새겨진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더욱 밝고 건강하자!!!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