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762일째, 2017년 7월 21일(금)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7. 22. 09:55

천일여행 762일째, 2017721() 애틀랜타/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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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할머님 성함이다.

어제 밤, 잠을 자면서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깨서는 거의 30여분 지나 다시 잠들었으니

대략 5~6시간 잔셈인가?

두 번째 깼을 때 쯤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다.

돌아가셨을 때는 나에게 알리지 말라고 해서 몰랐다가 장례까지 다 치른 후 알려 왔는데

마지막 만난 게 언제인지 정확하질 않다.

단지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이 할머님껜 알리지 않고

아파서 내가 미국으로 모셔갔다는 합동 거짓말을 할 때

가끔 전화 드리면 네 아비는 어떠냐? 고생이 많지야?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다

두 해쯤 지났을 때 나와 동갑인 막내작은아버지가 술김에 엄마, 큰 성 죽었어!”라는 말에

혼절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후에 전화도 드리지 못했었다.

그리고 한두 해 더 지난 다음 돌아가셨으니 마지막으로 만나 뵌 것은 가물가물 할 밖에.

 

중학교 때 쯤 인가?

시골에 계신 할머님을 찾아뵈었을 때 오랜만에 큰손자 왔다고 특별식 해 주신 게

당원 잔뜩 넣어 달달한 수제비였다.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는 배가 부르다며 얼마 먹지 않았지만 체하고 말았다.

그래서 갈아 주신 것이 익모초 다진 것 한 사발,

어찌나 썼던지 체한 것이 다 넘어 왔었나?

기억이 없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쓴 맛이 느껴진다.

영광에서 장성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면서 서서 갈 테니 차비 깍아 달라고 우기셨던 분이

갑자기 왜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말년은 막내작은아버지와 함께 사셨는데 명절이면 많은 친지들이 찾아 왔지만

할머님 돌아가신 뒤 손님이 1/5로 줄어들었다 하니 집안 어른 안 계시면 그렇다는 말 맞다.

그런 할머니를 생각하면 아버지 돌아가고 거짓말로 통화했던 일이 미안하기만 하다.

 

실은 어제 몸살 기운이 있어 약을 먹고 저녁에 조금 않으면서

혼자 모든 것 챙기려니 약간 쓸쓸한 마음에 서러움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그래 할머니가 생각났나?

맞다, 할머니 마지막 만난 게 10연 전에 한국 갔을 때 찾아뵙고 사진 찍을 때였다.

오전에 운동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다 겨우 떠 올린 마지막이었다.

암튼 아프지 말아야 한다니까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서류를 검토하면서 기분이 제법 좋아졌다.

이틀 전 잔소리를 해서 그런지 나름 많이 개선된 Report가 내 책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침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어 예정보다 이르게 클럽으로 출발했고

연습장에 올라가 Mark에게 조금 빨리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9시를 조금 넘겨 20여분 빨리 Meadows로 출발해 혼자 걸었다.

습도와 더위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아침에 어제 몸살기운이 많이 좋아 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걷다보니 자꾸 처졌다.

아마도 약 기운 때문에 느낌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는데 어제처럼 다시 살이 아픈 게 단 것을 부르기에

사무실에서 점심 먹으면서 오랜만에 달달한 사과주스를 마셨더니 한결 좋아졌다.

 

사무실 일을 마치고 Jonas와 함께 Metro City Bank에 갔다.

회사의 Line of Credit RenewalPersonal CD Renewal에 송금을 위해서였다.

은행 일을 마치고 바로 H-Mart로 가서 생선, 두부, 콩나물, 무 등을 사서 바로 퇴근했다.

몸이 조금 고단하였고 금요일 오후 인지라 서둘러 집으로 향한 거였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쌍화차 만들어 마시면서

아해와 통화를 하고 잠시 쉬었다 화장실 등을 교체하였다.

대부분의 전구를 LED로 교체하였지만 벽에 붙은 등은 일반 전구가 아니라 바꾸지 못하다가

금요일 오후 시간을 보낼 겸 해서 연장을 들고 갈기 시작,

유리로 된 것에 전기선이 조금 복잡해서 조심조심 작업을 끝내고 스위치를 올렸을 때

환하게 밝히는 등불을 보며 갖는 희열감, 내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갖는 게 아직도 철부지?

 

멸치를 물에 넣고 끓여 국물을 만든 다음 호박, 버섯, 두부를 잔뜩 넣고 끓인 된장찌개,

거의 사지 않는 데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오늘 사서는 프라이팬에 구운 굴비,

김치에 조개젓이 오늘 저녁 메뉴였다.

후식은 어제 Costco에서 사 온 Blackberry,

이건 순전히 아해 생각나 산 건데, 먹으면서 괜스레 마음이 찡~

식사에 설거지까지 마치곤 잠시 쉬는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던 해가 저문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