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793일째, 2017년 8월 21일(월) 용인/맑음
천일여행 793일째, 2017년 8월 21일(월) 용인/맑음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시,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도착예정시각은 거의 정확한 셈이다.
입국심사까지 마치고 부친 짐을 찾으려 기다리는 데
함께 도착한 승무원들이 조금 늦게 도착해 자기 짐을 기다리느라 부산을 떠는데
그 중 필리핀 국적의 한 승무원이 어눌한 한국말로
“비행기 안에 책을 두고 오지 않았냐?“며 묻는다.
‘그럴 리가?’하면서 없다고 대답하곤 생각해 보니
‘그래 맞다“하며 한 권 두고 온 생각이 났다.
Lost & Found에 맡겨 두었으니 찾아가라며 위치까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기가 막혀하며 그곳에 가니 나 말고도 다른 사람도 두고 갔는지
“두 가지 중 어떤 것이냐? 며 물어 찾을 수 있었다.
휴가에서 돌아오는 사람들 때문인지 공항이 많이 붐볐다.
특히 가족단위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용인으로 가는 공항버스 타는 위치가 긴가민가하다.
익숙할 만도 한데 가서 찾느니 보다 안내 Desk에서 확인하는 게 확실,
로봇처럼 우뚝 서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튼을 눌러가며 구입하지만
티켓을 살 때 내려야 하는 위치 또한 매일 헷갈려 사람이 파는 곳에서 사야했다,
버스를 타서는 편한 곳에 앉아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웅성웅성,
들어보니 지정좌석제라기에 내 표를 보니 정말 좌석이 나와 있어 그리로 옮겨야 하는
흔힐 볼 수 있는 나이든 아저씨의 모습이 내게 보여 쓴 웃음을 져야했다.
버스를 타고 있는 동안 딱히 할 일이 없어 창으로 바깥풍경을 즐겨야 했다.
예전 같으면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꺼내들고 뭔가를 타이핑 지도를 했을 텐데
눈이 어른거릴 것 같고, 그러면 두통이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아예 시도조차 않았다.
고속도로 주변에 나무가 많아졌고 조금 센 바람에 이리저리 한들한들 춤추는 녀석들
어떤 나무는 바람에 잎이 뒤집어져 물을 잘 머금지 않는 솜털의 뒤가 하얗게 보이기도 한다.
안산을 지났을 때부턴 가끔 익숙한 산등성이나 조그만 호수가 보이기도 하였다.
예전에 분당에서 안산으로 1년 이상 출퇴근 했었던 일 때문에 머리에 기록된 과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동수원까지는 채 40여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Local로 들어서자
퇴근길과 맞물려 심한 Traffic으로 언제 도착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느리게 움직였다.
고속도로를 달린 거리와 마지막 몇 Km 안 되는 느린 움직임의 시간이 거의 비슷했다.
차 안은 전화통화를 하는 목소리, 수시로 울려대는 카톡메시지 소리가 들렸고
조용한 사람들조차도 무음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기와 씨름하였다.
이번엔 전화기의 음성통화와 데이터까지 로밍을 잘 하였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도 없었고
단, 한 사람 회의 중이라는 아해와 잠시 통화하곤 더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대신 도심을 조금 벗어난 그리 크지 않은 땅뙈기에 뭔가를 심어 파는 사람들인지
구석진 곳에 조그만 비닐움막, 제법 큰 자동차 등이 그들의 삶이 나쁘지만은 않은 듯 보였다.
수지에 들어섰을 때 온통 아파트 숲 중간에 제법 너른 땅에 미국식 사이딩 단층에
집 주변은 화단을 가꾸어 울긋불긋 꽃이 만발한 그야말로 알박이 같은 집도 보였다.
연두색 철제 펜스가 쳐져 있고 문이 모두 열려 있는 하얀 승용차 옆에서는
원래 주인인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등받이 있는 조그만 철제의자에 지팡이에 의지해 앉아
더위와 씨름하며 지나가는 차들을 멍 하니 바라보는 모습도 보였다.
아마도 그 땅과 집의 주인인 듯 보이며 ‘저 분 상당한 부동산을 가졌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봇대에 붙어있는 프린터로 인쇄한 듯한 광고 문구 ‘60세대 입주 임박’
누군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저 곳을 찾았을 것이고
또 어떤 누군가는 밀리고 밀려 구석졌지만 새로운 아파트에 세를 살아보겠다고 했겠지?
거북이처럼 움직이던 버스에서 내렸을 땐 해방감을 느꼈다.
‘감옥에서 출소하면 이런 느낌일까?‘
이미 한차례 소나기가 퍼부었는지 촉촉한 도로에 낮은 곳은 물이 고여 있고
물에 쓸린 모래들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배열한 듯 크기에 따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는 것에서 굵은 것으로 바닥에 깔려있다.
터벅터벅, 달달 돌돌 조그만 여행가방을 끌고 어머님 계신 집에 도착하니
집에선 닭백숙 냄새가 진동하고 마늘을 까시던 어머님이 와락 끌어안는다.
며칠 전 도착한 동생과 나에게 맛있게 먹인다고 모란시장까지 가서 토종닭 사서는
아들들 취향에 따라 이미 동생에겐 닭볶음탕을 오늘 온 나에겐 닭백숙을 준비하신 거다.
먹고 이르게 자야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지만 “엄마 성의를 봐서 더 먹으라”는 재촉에
닭다리 한 개를 뜯어 맛있게 먹어야 했다.
그 큰 닭을 둘이 앉아 먹어봐야 1/4도 못 먹고는 “내일 아침에 데워줄게”하시는 말씀에
거절하지 못하고 “그러세요”하면서도 “따로 굴비 굽지 만세요”라는 당부를 한다.
아침부터 닭고기를 먹어야 하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지만
그것마저 거절하면 이어질 어머님의 표정이 그려져 그러겠다는 대답을 한 거였다.
포도로 후식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샤워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잠이 쏟아졌다.
버틸 수 있을 만큼 참다가 “어머님 저 먼저 잘래요”하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물론 깊이 오래 자 보려는 생각에 약까지 먹곤 짧은 월요일을 마무리 한다.
조금 고단하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