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27일째, 2017년 9월 24일(일)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9. 25. 09:13

천일여행 827일째, 2017924() 애틀랜타/맑음

 

클럽의 코스에서 일하는 오래 된 African American이 있는데

내가 걸을 때 자주 마주치기에 안면이 익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친구가 있다.

이름은 모르지만 때로는 사람들과 골프를 할 때 지나치게 살갑게 인사를 하는 통에

조금은 이상하게 바라보는 골퍼가 있을 정도다.

오늘 1번 홀 그린에 다다랐을 때 그가 핀의 깃대를 바꾸러 왔다가 나와 마주치자

그가 일하면서 타고 다니는 카트의 의자 옆을 한참을 부산하게 뒤지더니

볼 몇 개를 들고 내 쪽으로 다가온다.

코스에서 일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에 있는 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주워 모으곤 하는데

나를 만나면 모은 볼을 건넨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그가 건네는 볼을 보면 종류를 알아 분류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예전엔 오래되고 흙이 많은 볼도 주었는데

잔뜩 주면 내가 모으는 볼이 아닌 것을 골라 마지막 홀 그린 주변에 두어

누군가 가져 갈 수 있도록 하였다.

오늘도 1번 홀에서 새 볼만 골라 세 개를 주었는데 하나는 컬러 볼에 둘은 2 피스 볼이다.

고맙게 받아 내내 들고 다니다 18번 홀 Tee Box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러니까 아해에게 주는 볼 중 일부는 그의 수고로 모은 볼이란 이야기다.

 

오늘은 Dr. Fang부부와 함께 두 네 번째 그룹으로 플레이를 하였다.

원래 Tee Sheet에서 두 번째 그룹이기에 다른 때 같으면 혼자 먼저 나가려는 시도를 했겠지만

이틀 전 Mr. Fang일요일 같이 해도 되냐?“고 물은 데다

오늘은 이상하게 혼자 걷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카트를 타는 그들 부부와 함께 18홀을 걸었다.

오늘 플레이를 해 보니 Mrs. Fang은 나름 많은 생각을 하는 Management에다

그동안 만난 나이 많은 여자들 중 Sweet spot에 가장 잘 맞추는 골퍼였다.

보통은 부부가 카트를 탈 때 남자가 운전하는데 이들 부부는 Mrs. Fang이 리드를 하며

카트를 타고 남편의 볼 위치에 Drop하고 본인의 볼 위치로 카트를 타고 옮기는 등

시간을 지체하지 않으려는 많은 노력을 하며 플레이를 하였다.

때문에 두 분은 카트를 타긴 했지만 셋이 18홀을 4시간에 마칠 수 있었다.

골프를 마치고 정리를 하는데 박을 닮은 열매를 주면서 먹어보고 좋으면

자신들의 집 Back Yard에 많이 있으니 또 준단다.

과일인지 아님 채소인지 모르지만 처음 보는 거라 뭐라 말은 못하고 받아

나중에 집에서 맛을 보니 참외 비슷한데 호박 향기도 나는 게 신기했다.

채 썰어 무쳐 먹어보라는 아해의 조언에 저녁에 고추장에 참기름, 발사믹을 넣고 무쳤다.

약간 쌉쌀했지만 제법 먹을만 했다.

 

샤워까지 마치고 주차장에 나섰는데 Roy 부부가 식사를 하러 왔는지

나와 마주치자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내 Prostate 검사 결과를 묻는다.

잠시 난감 했지만 미국 생활에 가장 오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의사가 묻는데

감출 수가 없어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자 부부가 함께 하는 첫 마디

"I'm sorry!"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 몸 상태를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사람마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공통적인 것이

말하는 나나, 듣는 사람이나 난감해 하며 겨우 하는 말

"I'm sorry" 때문이고 그 뒤를 따라야 하는 내 대답이나 분위기 때문이다.

그들 부부도 "I'm Sory!"라는 안 됐다는 말을 해 놓곤 잠시 다음 말을 못 잇더니

Roy가 자기 환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은 데

Care 하면서 잘 살고 있으니 너도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란다.

 

집에 돌아와 불루치즈 얹은 빵, 토마토에 모짜렐라치즈를 얹은 카프레제

물을 많이 넣은 누룽지까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점심을 만들어 먹고

마른 빨래 정리, 지난 주 입었던 빨래 세탁기 돌려 건조대에 널고

TV를 보면서 오후를 보내다 아해와 통화를 하면서 오후를 쉬었다.

 

미역국을 끓이고 Fang 부부가 준 나물무침에 임연수구이를 만들어 저녁을 먹고는

아해가 사 줬던 골프 아이언세트커버 중 일부가 헤져 바느질로 수선을 하며 쉬었다.

혼자 멍하니 있는 것이 싫어 뭔가 일을 만들어 손과 발을 바쁘게 한다.

가슴을 퉁~ ~ 치듯 생각나는 것이 싫어 그런가 보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잘 하고 있어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