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35일째, 2017년 10월 2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10. 3. 09:03

천일여행 835일째, 2017102() 애틀랜타/맑음

 

20179·10월이 어머님께는 참 힘든 두 달 인 것 같다.

9월 내내 아파서 거의 매일 병원에 다니시다 조금 좋아지는가 싶었는데

지난 금·토 모란시장에 E-Mart를 다니시곤 다시 감기에 걸려

생신이신 어제 잔뜩 목이 잠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더니

오늘 아침엔 지난 9월에 가장 아프셨을 때와 비슷하게 힘들어 하신다.

이곳에 사는 동생이나 제수씨가 생일이라 전화를 드려 이것저것 여쭈었는데

그 조차도 귀찮았다며 나와 통화를 하면서 약간의 신경질이 섞인 투정을 부리셨다.

어머니 저한테 더 신경질 부리세요

그래 다른 놈들은 내가 조금 귀찮다고 하면 더 화를 내니 너에게 이럴 밖에······”

하던 일도 멍석 깔면 못 한다는 식으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조금 하다 마신다.

몸이 힘들어 그냥 자고 싶다는 말씀으로 빨리 끊자 고만 하신다.

그래도 담지 말고 풀어내라며 잦아드는 목소리의 푸념을 들었다.

마음이 찡~, 이를 어쩐다?

그래서 어떻게 명절을 치르시게요?”

내일이면 애들 오잖니?”

올 애들 이래봐야 셋째 제수씨 한 사람,

달력을 보니 그것도 내일일지 아님 모래일지 모르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

어머님 할 거 다 해놓아서 그냥 지지고 볶으면 된다고 하시지만

그게 일이고 종종걸음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하는 일들이 눈에 선하다.

이럴 때 나래도 갈 걸 그랬나?‘하는 가당치도 않은 마음의 생각도 하지만

그건 어머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감추려는 나를 위로하는 것임을 알기에

내 자신이 부끄럽고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만 가득하다.

아해의 일정에 따라 한국을 갈까 했던 생각에

이제는 가야겠다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리하게 한다.

이러다 훌쩍 떠나시면 후회와 마음이 짐이 될 것 같은 생각에서 눈길이 달력으로 간다.

 

지난 번 Verizon Fraud 때문에 혹시 다른 것이 있나 해서

Detail Credit report을 확인하고픈 마음에 오세재씨를 만나 점검하고

함께 점심을 하기로 한 날이 오늘이었다.

오전 일을 하고 있는 중에 권영일 사장으로부터 점심약속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그렇다는 대답과 함께 박일청 사장과 함께 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말에 약간 덜 미안했다.

11시 조금 전에 사무실을 출발하여 PGA Super Store에 잠시 들려

7번 아이언에 맞는 샤프트를 찾아 봤지만 허탕

대신 50% 세일하는 오렌지색 반바지 하나 건지고 바로 오 사장 사무실로 직행했다.

사무실에 앉아 잠시 원래의 목적, Credit Report를 프린트하여 깨끗함을 확인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당으로 출발 일식집에 가서 대구지리로 점심을 먹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오후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Costco에 들려 여러 가지 과일과 계란을 샀다.

집에 도착했을 때까지 아해의 저녁 행사가 끝나지 않아 9층에 내려가 운동 후 저녁 준비,

갈치를 굽고 씨래기된장국을 데워 오이무침과 조개젓으로 상을 차려 몇 술 뜨는 데

집에 도착한 아해로부터 전화가 와서 잠시 통화를 했다.

에궁~ 저녁 늦게까지 몇 시간을 서서 행사하느라 얼마나 다리가 아플까?

그냥 안쓰러운 마음만 표시할 뿐이었다.

어른들 흔히 하는 말로 정말 일복이 많은 사람이다.

마음으로 열심시 종아리를 주물렀다.

그냥 마음만으로······

 

설거지까지 마치고 내일 입을 옷 등 출근 준비를 해 놓고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부침을 하시다 전화를 받으신 어머님은 어제 저녁 나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신다.

내가 괜찮다고 하니 괜찮다는 그 마음이 오죽 하겠냐?”며 울먹이신다.

어제 전화를 끊고 나서 후회를 많이 했노라고, 그래서 더 미안하단다.

무리하지 마시라며 부침이 타니 얼른 끊자며 짧은 통화를 마쳤다.

목소린 여전히 잠겨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역력하신데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랬다.

아프지 말아야 하실 텐데······

나는 잘 보냈지만 어머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