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38일째, 2017년 10월 5일(목)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10. 6. 09:27

천일여행 838일째, 2017105() 애틀랜타/맑음

 

아침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어제보다 많이 힘들어 하신다.

총총걸음으로 준비를 하고

우르르 가족들 와서 먹을 때까지는 좋았지만

썰물처럼 한꺼번에 모두 떠나고 나면

밀려드는 허전함, 그리고 공허함에

잊고 있었던 육체의 어려움까지 겹치기 마련,

어제는 무릎이 아파 잠을 잘 못 잤다는 말씀을 힘겹게 하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는 하나마나 한 소리

고맙다는 어머님 말씀에 마음이 먹먹해 졌다.

많이 아프면 Advil 드시라고

이럴 땐 조금 많이 드셔도 된다고 하니

고맙다는 말씀은 하시지만 힘은 빠지셨다.

억지로 웃으며 처지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 역시 하나마나 한 소리,

미안하다. 하지만 아프다는 말은 너에게만 한다

안다.

동생들은 어머님이 아프다고 하면 핀잔으로 답하는 것에

그것이 정말 핀잔이 아니고 걱정에 하는 말임에도

어머님은 서글프게 생각하신다.

예전에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엔

남편에게 부리던 투정이 나에게 왔고

동생들의 핀잔에도 그리 서운해 하시지 않았는데

당장 곁에 의지할 곳이 없으니 허전함이 더 크다는 것도 대충은 안다.

다음 주에 갈까요?”하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하지 않았다.

이렇게 힘들다 할 때 불쑥 가겠다고 하면

어머님과 내 관계가 더 힘들어지고

동생들에게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것에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호기부리듯 웃으며

그래도 씩씩하게 지내세요

갈수록 난감해지는 일이 더 많아지겠지?

 

무거운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클럽에 가서 다른 날보다 더 씩씩하게 열심히 걸으며 운동을 했다.

순 핑계 같지만 헉헉거리며 걸으면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

Pines-Meadows, 18홀을 걷고 점심 Togo Order를 위해 Grill에 갔더니

Moscattini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뒤에서 "Kenny!"하고 부르기에 뒤돌아 봤더니 그들이 있어

잠시 헛것을 본건가?’, 아님 오늘이 금요일인가?’

눈치를 챘는지 Lori"He is off today"그러면서

오늘 뭔가 일정이 있었는데 취소가 되는 바람에 Off가 되었단다.

Roy가 걱정 어린 표정과 목소리로 어떠냐?”고 묻는다.

아차! 그렇지. 그는 내 몸을 알고있지

"I'm good"이라 답하니 “Good? Good" 부부가 함께 답한다.

주문에 이어 샤워를 마치고 왔을 때 잠시 대화를 하는데

특히 인정 많은 Lori가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하며 웃는다.

그 말보다 둘이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다.

하지만 Roy는 걱정 어린 격려를 하고 부인은 추임새를 넣고,

암튼 그러다 Togo Box를 들고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18홀을 돌면서 마음껏 즐겼던 태양빛이 더욱 눈부시게 밝아 보이며

약간의 현기증까지 나는 게 공허함이 급습한 것 같았다.

내일이라도 아해한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헤집는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Jonas는 이미 여행을 떠난 것 같고

목요일의 고요함을 뚫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그래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지

그렇게 나를 달래며 오후 일을 하였다.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 자체가 매뉴얼에 있는 것처럼 정해진 날까지 완료하지 않으면

손실을 감수하거나 회사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것들이기에

정신 차리고 점검해야 한다.

내일은 공장식구들 주급,

다음 주는 CPA자료와 Sales Commission과 직원들 급여다.

하기야 직원들 급여야 이미 정해져 은행에 Setting 되어 있으니

매월 두 번씩 은행에서 자동이체가 되니 은행잔고만 관리하면 돼서 편해졌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것들은 매 번 계산을 하고

회사의 자금사정과 받는 사람들의 기본수입을 고려하는 게 복잡할 때가 있다.

그 완급 조절이 머리를 아프게 하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 불가능 한 것들이고

CPA에게 보내는 자료 또한 모두 Open하거나 감출 수가 없기에

그 경계선을 정하고 두 번째로 CPA와 한 번 더 점검 하는 것 또한 대체 불가능,

JonasIRS를 두려워하며 지켜 주기를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편하게 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일을 가르치면서

일도 줄여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직접 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줄이려는 궁리와 노력을 쉬지 않고 하고 있는 것 또한 일이다.

암튼 그런 생각을 하며 오후 일을 마치고 4시 가까이 퇴근 하였다.

 

집에 도착해 아해와 30여분 통화하고 저녁 준비,

동태찌개 데우고 꽁치구이 만들어 오이무침에 오징어조림 등

순 해산물 위주의 저녁상을 차렸다.

아보카도와 아해가 추천한 차로 후식을 즐기곤 설거지까지 마쳤다.

 

지난 번 부러졌다 고친 7번 아이언의 샤프트 때문에

궁리와 싸움 끝에 개비한 아이언 세트가 도착했다.

먼저 것의 카본 색은 아니지만 날렵한 것이 괜찮게 보였고

그립 또한 내가 한 참 사용하던 것과 같은 것이라 나쁘지 않았다.

당장 휘둘러보고픈 호기심에 근질거렸지만 지그시 눌러 참고는

차에 있는 골프백에 담는 것으로 정리를 마쳤다.

얼른 내일이 왔으면······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