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48일째, 2017년 10월 15일(일) 애틀랜타/오전/대체로 흐림, 오후/맑음, 저녁/소나기

송삿갓 2017. 10. 16. 09:24

천일여행 848일째, 20171015() 애틀랜타/오전/대체로 흐림, 오후/맑음, 저녁/소나기

 

오늘은 18홀을 혼자 걸었다.

Posco 애틀랜타 법인 사람들이 바짝 뒤를 쫒아와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몇 홀을 지나곤 따돌려 마칠 때까지 보지를 못했다.

혼자서 18홀은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했다는 의미다.

과거를 먹고 살지 않기 위해 현재, 혹은 미래를 그리며 걸었다.

물론 그 삶에는 아해와 함께 또는 아해를 위주로 그려낸 것이긴 하지만

당장 아해가 발령 나기를 바라는 마음의 주문을 반복해서 수시로 했다.

우리가 이야기한 대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하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안타까움이나 걱정은 사라지고 따스함이 감쌌다.

 

Pines 9번을 마치고 후반 9을 위해 Stables로 가기위해 연습장을 지나치는데

"Mr. Song"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골프장에서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Eric,

며칠 전 Wife가 아들을 만나러 Hongkong을 갔기 때문에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일찍이 연습장에 나와 맹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클럽 몇 개를 들고는 이동하는 나를 따라 치핑 연습하는 곳으로 가며,

"Are you play by yourself?"

"Yes. what's up?"

"I need short game practice like a you."

"You dont's need. Already over me."

"No, huge different, so need more."

 

그를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정말 Short Game 실력이 좋아졌는데

로브웻지를 사용하는 나와는 다르게 갭웻지로 굴리는 방식으로 연습을 한다.

아무래도 로브웻지는 부담이 되는가 보다.

그와 헤어져 겨울 잔디 씨를 뿌려 막 돋아난 솜털 같은 잔디에 흔적을 남기며 나머지를 걸었다.

 

운동을 마치고 내일 점심에 먹을 샐러드를 togo해 집으로 내려와

Goat Cheese를 이용해 카프레제를 준비하고 빵을 Toasted해 그 위에도 Goat cheese를 얹어

점심으로 먹고는 의자에 앉아 한 숨 잤다.

아침에 걷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한 점심을 먹고 의자에 앉아 한 숨 자는 것은

내가 일요일을 만끽 할 수 있는 하나의 여유와 즐거움이다.

잠에서 깨었을 때 세탁기가 부르는 Beep에 몸을 일으켜 1주일 동안의 흔적을 건조대에 널었다.

 

아침에 나가기 전 전기압렵밥솥에 밥을 안쳤다.

오후에 문을 여니 밥 냄새가 집 안에 가득,

내가 좋아하는 집 안 냄새 중 하나였다.

연어머리를 그릴에 굽고 북어콩나물국을 데워, 호박나물볶음과 무말랭이무침으로 저녁을 먹었다.

차와 음악, 그리고 책을 읽으며 일요일 저녁을 보냈는데

공기순환을 위해 열어 놓은 발코니 문을 통해 일요일 오후를 보내다

내일 일을 위해 바쁘게 집으로 돌아가는 차들의 빠르게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들도 집에 가면 스스로 불을 켜야 할까?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