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66일째, 2017년 11월 2일(목)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11. 3. 09:17

천일여행 866일째, 2017112() 애틀랜타/맑음

James Hauer

한 때는 함께 골프를 하며 즐기던 친구였고

때로는 토너먼트에서 만나 나를 좌절시키기도 했었고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부터는 안쓰러움이 묻어나던 클럽의 좋은 친구다.

걸음이 불편해 아들의 부축을 받아가며 골프장에서 볼 때가 그랬다.

한 동안 보이질 않았고 얼마 전 그의 아들과 Jim이 대화를 하는 중에

“Your dad okay?"할 때 어디 아픈가 했었는데 오늘 운동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만났다.

사연인즉 6주 전에 눈을 수술했고 좋아져 오늘 처음 나왔다는 이야기다.

떨리는 손을 잡고 가까이 눈을 보니 빨갛기에 물었더니

아직도 주사를 맞고 있어 그렇다는 대답이다.

클럽 멤버가 되고 14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알게 되어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은 이사를 갔거나 사정이 나빠져 멤버에서 나간 경우다.

~ 그런 경우 무감각하게 생각되지만

아파서, 아님 너무 날이 들어 더 이상 못할 때는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그 중에서도 나도 언젠간?’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마음이 절로 가라앉는다.

오늘 내 Tee TimeYang Kim선생이 나타나셨다.

어제 부인과 골프를 하면서 못한다고 지적을 하며 가르치려 했었나 보다.

부인이 내가 혼자 하면 했지 당신과는 자존심 상해 못 하겠다.”고 하여

혼자 나오셨다는 이야기다.

오늘 드라이버 샷이 제법 좋아 칭찬을 하는 중에 곽 회장 이야기가 나왔다.

곽 회장은 나를 만나면 은근 경쟁하는 것 같다.”

그 분과 함께 플레이를 할 때 잘 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덧붙인다.

이제 곽 회장님은 정상적인 골프는 힘든 거 아닌가요?”

나도 모르게 나왔던 말인데 주변의 이야기와 행동으로 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최근 들어 거의 보이질 않다가 11월 내 Tee time에 들어오셨는데

피하려 한건 아닌데 공교롭게 내가 빠져나가 다른 시간으로 예약을 했다.

토요일 안 사장이 함께 할 것으로 생각 했지만 빠져 나가기에

굳이 내가 늦은 시간에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첫 시간으로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James Hauer를 만나고 나니 괜히 그랬나?’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 텐데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한 가지 곽 회장은 부인과 함께 골프를 하지 않으려 한다.

부인과 함께하면 재미없다.”는 이유인데

내가 보기엔 이제 부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약간의 미안함이 마음을 허전하게 했다.

 

어제 Jonas가 뜬금없이 LG HausyAlabama의 버밍햄에서 일할 Fabricator를 찾는다며

우리가 그리로 가는 것을 검토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ManagerDriver 각각 1, 그리고 일할 사람 3명에 Truck 한 대만 사면되는데

Manager는 연봉 $70,000만 주면 된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우리 기준으로 1Sales가 얼마나 될 것 같으냐?“물으니 모른단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Slabs를 공급하는 회사의 사장이 Manager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Canada 등에 다른 비즈니스를 하러 다니는데 그 연봉이 $70,000이란다.

그들과 우리 사업은 같은 Granite를 하지만 우리는 Fabricator라 다르다고 이야기 하자

자기도 안다며 우리에게 일을 주는 가장 큰 BuilderTaylor Morrison

Alabama에서 일을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Alabama 어디, 북쪽 또는 남쪽?“하며 물으니 그것도 모른단다.

그래서 LGTotal SalesTaylor Morrison의 위치,

그리고 규모를 알아오면 검토해 보겠다는 말로 맺었다.

그냥 자기가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건지?

아님 정말로 뭔가 일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지만 나는 별로였다.

오늘 운동을 하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 Retire 할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스트레스를 덜 받기위해 더 이상 확장은 하지 말자는 의지표명과

지금 하고 있는 내 일을 더 줄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지금도 대부분 그렇지만 돈에 관련된 관리와 세금보고나 IRS관련 일만 하고

나머지는 점점 줄일 계획이다.

Jonas60Retire 한다고 하였으니 12년 남은 셈이다.

나는 앞으로 5, 그 뒤 7년은 그냥 회사에 적만 남겨 두는 것도 생각하였다.

물론 이 문제는 Jonas도 동의를 해야 되는 사항이지만

5년 뒤 회사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나에게 일시불로 지불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그도 별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암튼 그렇게 생각하며 시간을 두고 조금 더 구체적인 생각을 정리해서

Jonas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늘 아해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자리로 될 것 같다는 이메일을 받았단다.

두세 달을 그 때문에 고심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지난 화요일에 이어 또 한시름 놓게 되었다는 뜻이다.

아해의 말로 이제야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라도 했듯이 나도 한결 더 마음이 놓인 하루다.

이제 현재의 자리에서 마무리 잘 하고 떠날 수 있는 날이 다가 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된장찌개에 바지락을 넣고 끓였더니 맛이 더 개운하고 깔끔하였다.

호박에 감자, 양파에 풋고추까지(에궁, 버섯이 빠졌네) 넣고 팔팔 끓여

삼치구이와 함께 저녁을 잘 먹었다.

화분에 물주고, 여름에 입었던 얇은 셔츠들 세탁기 돌려 널고 났더니 종아리가 뻣뻣하다.

그래도 오늘은 아해의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 때문에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 잘 보냈다.

 

201711월의 둘째 날,

꼭 여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후덥지근한 날씨, 이렇게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