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84일째, 2017년 11월 20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12. 1. 09:55

천일여행 884일째, 20171120() 애틀랜타/맑음

 

어제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간질거리며 잔기침이 났다.

아니 어제 쉬지 않았더라면 더욱 심했을 것 이라는 게 맞을 것 같다.

공기가 차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두툼한 머플러에 모자까지 쓰는 중무장을 하고서 집을 나섰다.

 

수요일부터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돌아올 때까지의 기간에 필요한 Checks을 정리하여

Liana가 출근하곤 바로 프린트하여 서명까지 마쳤다.

공장은 그런대로 돌아가겠지만 추수감사절 주일이라

이미 대부분의 Builder들은 일을 줄이거나 아예 멈추기도 하였기에

오늘과 내일은 별로 할 일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해서인지 Jonas1130분까지 출근을 하지 않았고

Sales Office 역시 한산하고 적막함까지 느끼게 한다.

 

오늘은 MRI가 예약되어 있는 날 이기에 이른 점심을 먹고 사무실을 나서야 했다.

Northside Imaging Center가 있는 Dunwoody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는데

늘 처음 병원에 가면 무슨 시험 치르듯 여러 장의 서류를 작성하고,

서명하는데 거의 30분이 지나고 기다리다 불러서 가니 Pay,

다시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들어오라더니 옷을 갈아입으란다.

몸에 있는 쇠붙이는 모두 제거하라기에 목걸이에 팔찌까지 빼고

팬티위에 병원 옷, 그리고 양말까지 갈아 신고 따라갔다.

또 뭔가 서명을 하고 나서야 MRI 선반위에 누웠다.

왼쪽 팔에 주사기를 하나 끼우더니 소음이 많이 날 텐데

그냥 헤드폰을 쓰고만 있겠느냐, 아님 음악을 듣겠냐?“기에 클래식을 주문했다.

나중에 음악을 듣는데 음질이 너무 나빠 이건 안 듣는 게 좋을 뻔했다.’는 생각을 했다.

준비 하는 데만 30여분, 찍는데 30여분 걸린다고 하더니 둥근 기계 안으로 밀어 넣는다.

이제 시작하나 했더니 10여분 지났을 무렵 3시간 전에 뭔가 약을 먹어야 하고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설명을 했을 텐데 왜 안했느냐는 식의 핀잔을 한다.

그런 거 들은 바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배에 Gas가 너무 많이 차서 찍을 수가 없다며

Gas를 빼내는 약을 먹었어야 한다기에 2~3일전 전화가 와서는

Insurance CardPhoto ID를 꼭 가지고 오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변명했다.

일단 화장실에 가서 Gas를 빼고 오라며 만일 안 되면 예약을 다시하고 와야 한단다.

이거야 원~

화장실에 10분 이상을 앉아 배를 부여잡고는 용쓰고, 힘쓰고 겨우 몇 방울 밀어냈다.

다시 와서 선반위에 누워 기계 안에 들어갔을 때 처음과는 다르게 눈을 뜨고 보니

둥그런 통 안에 갇혀있는 내 신세가 딱하게 생각되었다.

더 눈을 뜨고 있으면 갑갑할 것 같아 눈을 감고 있으려니

기계음과 헤드폰을 통해 들리는 클래식 음악이 뒤섞여 재래시장 한 복판 같았다.

시간이 왜 그리 더디게 가는지 지루하게 생각되다가

꼭 그럴 때 나타나는 현상 얼굴이 가려워 손으로 긁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 때부터는 손을 올리고픈 충동을 참아내는 게 극기훈련 같았다.

한 참을 그렇게 인내하고 있는데 끝났다 싶으면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반복되기를 몇 번

충분히 지쳤다 싶을 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둥근 통 안에서 끄집어낸다.

다른 때와 똑같이 생활하는데 한 가지 2~3일 동안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단다.

알았다는 대답을 하니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면 CD를 줄 거니 다음 의사 만날 때 주면 되고

2~3일 안에 의사에게 검사결과를 Report 하겠다는 설명을 한 참 한다.

옷 갈아입는 곳으로 가는데 어지러운 게 어찌나 피곤하던지

별로 한 것도 없이 누워만 있었는데 왜 이러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병원이라는 곳이 잠시만 다녀와도 피곤한 법,

암튼 10여분 기다리니 CD를 건네주며 조심해 가라는 인사를 한다.

 

집으로 향해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어지럽고 배고프고, 고단하여

집에 도착해 토마토를 3개나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 두르고 익혀

치즈를 얹어 먹고 30여분 지나니 몸이 진정이 되었는지 조금 편해지며 깜빡 졸았다.

 

저녁은 소화를 쉽게 하자는 의도에서 누룽지를 끓였다.

다른 때 보다 물을 많이 넣고 오래 불려 끓여선 김치, 오징어젓, 계란찜 등을 반찬으로 식사와료,

이어 자몽과 카모마일로 입가심을 하고 설거지에 내일 출근 준비까지 완료하니 밤이다.

 

아해가 임시로 사용할 전화를 개통했다며 전화가 오더니 잠시 뒤 Voice Talk,

4일 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꼭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교육받으러 가는 길이라기에 길게 통화는 못하였음에도 낮의 꿀꿀함이 싹 가셨다.

내일 저녁이면 짐을 싸야 하기에 대충 벌려 놓고는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나름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