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939일째, 2018년 1월 14일(일)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8. 1. 15. 11:36

천일여행 939일째, 2018114() 애틀랜타/맑음

 

지금 시각이 일요일 아침 9,

지나칠 정도로 맑고 밝은 아침이다.

이틀 전인가?

빗속에서 걸으며

내가 운동으로 골프를 안 했으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어쩌면 우산을 들고 동네를 걷고 있겠지?‘

그리곤 오늘이야 그렇다 치지만 다른 날들 어떻게 보낼까?

결국은 골프라는 것이 운동은 물론

내 생활을 단순하게 명쾌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 같은 날 아침, 날씨가 춥지 않았더라면 이미 골프장에서 걷기를 시작했을 시각이다.

아침 최저기온이 18, Wind Chill10도 아래로 떨어졌다.

골프장에서는 어제 이런 오늘을 예상하고 시작시간을 11시로 미뤄놓았기 때문에

내가 이 시각에 집에서 있게 된 것이다.

1월은 유난히 많이 춥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생각 정도가 아니라 분명 그렇다.

예년 같으면 1월에 1주일 정도 이러다 말곤 하였는데

올은 지난 2주에 이어 다음 주도 아침 기온이 한참 영하 아래로 떨어진다고 하니

거의 한달 내내 흐리거나 비, 혹은 맑아도 추워 몸을 움츠리게 하는 날이 많다.

때문에 주말 아침에 집에서 늦게 나가는 날도 많아지고

골프를 하지 않으니 조금은 무료하게 아침을 보내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예 Closed하는 날이 많지를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차가운 공기를 뚫은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와

제가 이 집의 주인인양 구석구석 비치며

평상시 잘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많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이게 한다.

집은 꼭 감추고 싶은 것을 들킨 것인 양 수즙은 듯이

가끔 내 손길이나 닿은 곳들은 자국이라는 흔적으로 먼지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그런 걸 보면 얼른 일어나 털고 닦고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한 번 손대면 끝장을 보야 말 것 같은 두려움의 변명으로 나를 꾹 누르며 자제토록 한다.

이것도 게으름 중의 하나 인가?

그러다 지금 내가 일어나 저걸 손대면 결벽증이라는 위안으로 그냥 게으름을 유지한다.

이미 그걸 보았으니 어느 날엔가 좋아하는 소녀를 기억하고 있다가

옆을 지날 때 무심한 듯 툭 건드려 보듯 걸레를 들고 처음 본 것 인양 쓰윽 닦고 말겠지?

그게 나다.

그러니까 거의 결벽증이 맞는 데

나는 그걸 청결이라는 것으로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과 게으름을 덮는 나쁜 남자.

 

추웠다.

운동을 시작하려 할 때 말이다.

어제보다도 낮은 아침온도, 11시가 되었음에도 영하의 온도에서 멈춰있어 추웠다.

그럼에도 어제보다 바람이 잦아졌다는 생각에, 햇살이 좋다는 것에

준비를 마치고 운동을 시작했다.

정말로 어제보다는 좋았다.

반대에서 바람이 불지 않으니 거리가 조금은 길게 날아갔고

그린은 얼었지만 햇살에 표면은 녹아 발자국을 뗄 때마다

그린이 머금었던 녹은 물이 골프화를 따라 오르다 바닥으로 다시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박 사장, 후반엔 훨씬 좋겠다.”

함께 걷는 박 사장에게 내 생각에 동의를 구하듯 이야기를 하자

지금도 어제보다는 훴씬 좋은 데요 뭐~”

후반인 Meadows 1번 홀에 들어섰을 땐 등이 따습다는 느낌이었고 바람은 훈훈했다.

18홀을 마치고는 박 사장, 오늘도 잘 놀았어요.”

, 그렇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카트를 밀며 주차장 쪽으로 올라오며 추가로 했던 말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아침을 생각하면 이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겠지만 정말 좋다는 느낌이 넘쳤다.

 

샤워를 하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 거의 되어 바로 저녁 준비를 했다.

연어를 굽고 어묵국과 전에 아해와 만들어 냉동시켰던 감자전 데워 무생채와 상을 차렸다.

푸짐한 저녁을 먹고는 자몽에 카모마일로 식사를 마무리하였다.

설거지에 내일 아침 준비까지 마치곤 의자에 편히 앉아 쉬었다.

 

아해의 연락을 기다리다 뜻하지 않게 영상통화를 한 참 하고는 오늘을 마무리하였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