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975일째, 2018년 2월 19일(월) 애틀랜타/오전/안개 비, 늦은 오후/맑음
천일여행 975일째, 2018년 2월 19일(월) 애틀랜타/오전/안개 비, 늦은 오후/맑음
이른 아침에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는데 출근할 때
차창에 안개비로 잔 물기가 뿌옇게 자리를 한다.
그러다 윈도우브러시가 한 번 지나가면 앞이 밝아지곤 하는 것이 반복
답답한 마음에 기쁜 소식으로 맑아지는 것 같은 것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도로는 축축하였지만 자동차가 빨리 달려도 물보라는 일지 않았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무주구천동 근처에 봉사활동을 가서 5학년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한 학생의 ‘팔랑개비’라는 제목의 시에서
팔랑개비 들고 바람을 안고 달리는 아이들의 떼를
낙엽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회오리처럼 휘날리는 나뭇잎 같다는 표현에
비 내리는 날 달리는 자동차로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으로 표현했던 것을
5학년 어린이가 표현하기엔 너무 어른스럽다며 누군가의 시를 베낀 것 아니냐고 하며
탈락시켜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모르는 것을 베꼈다고 하는 것이나
혹여나 비슷한 것을 베꼈다고 해도 그것을 끌어다 쓰는 능력이 있는 것 도 재주니
그냥 상을 주자고 우겼던 생각이 갑자기 나며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요즘엔 인터넷 뒤져보면 쉽게 알 수 있었던 것을 1979년엔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사무실에 도착해 그것을 검색해 볼까 하다가 할 일 없는 짓이라며 그만 두었다.
오늘은 President day, 연방공휴일이지만 일반회사는 그냥 근무한다.
하지만 은행에 우체국까지 쉬는 날이니 왠지 할 일이 반으로 줄어 든 것 같은 기분은
마냥 놀고 싶은 한량 같은 마음일까?
암튼 마음의 여유가 넉넉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여유 있게 쉬면서 일을 하려는데 Crew의 한 친구가 와서는 뭐라뭐라하더니
잘 소통이 되질 않으니 보여줄게 있다며 따라오란다.
갔더니 공장 끝부분의 Water Pump.
그러니까 지난 번 고쳤던 펌프를 연결하는 콘센트의 전기가 합선이 되어 까맣다.
잘 안 되니까 억지로 꽂아 사용하려다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손보는 김에 스위치까지 달아 안전하게 만들곤 시험가동 하는데 문제가 없더니
Tank 안이 더러워 그런지 물이 빠져나가질 못하다 Over heat되어 펌프가 멈췄다.
청소를 잘 하지 않아 이물질이 펌프에 낀 것 같아 수동 퍼프로 물을 퍼내려는 데
이도 작동이 잘 되지를 않자 Manufactor Warranty가 있다며 바꾸면 된단다.
뭐 한 가지 문제가 되면 이렇게 줄줄이 문제가 되니 이거야 원 참......
Christian이 해결한다며 일단 펌프를 하나 새로 사러 나간 사이 나는 점심약속 출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고영준과 점심이 있는 날이 오늘이다.
둘에 점심을 하면서 두 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다.
최근에 나야 아해 말고는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오랜만에 웃으며 한 참을 이야기하다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점심을 마치고 이해와 통화를 하면서 사무실에 도착 오전에 문제가 되었던 Water pump 점검에
내일부터 휴가를 가는 Liana가 Issued한 Invoice를 점검하여 넘겨주는 것으로 오늘 업무 끝.
퇴근하려고 공장을 한 바퀴 도는 데 Christian 혼자 piece를 옮기고 있기에
내가 포크리프트를 운전하며 함께 정리를 하였다.
전부 하지는 못했지만 제법 많은 양을 함께 하고는 퇴근하며 Costco에서 몇 가지 과일을 샀다.
오늘 저녁은 먹는 즐거움 보다 만드는 즐거움을 느껴보는 메뉴로 정했다.
아해와 통화를 하면서 어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에 착안하여
나도 국물 국수를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였다.
볶고, 끓이고, 삶고 데치는 등의 적지 않은 번거로운 일들이기에 즐겁게 만드는 것에 치중,
지난 번 만들어 놓은 닭국물을 꺼내서 기름을 걷어내고 맑은 국물을 데우기 시작하면서
넓적한 냄비에 아스파라거스를 스팀하면서(오늘 Costoco에서 샀다.)
양파, 버섯, 호박을 썰어 준비를 마치고 계란을 풀어 지단을 먼저 만들었다.
준비한 야채를 볶으면서 스팀을 마친 아스파라거스를 꺼내 채반에 바쳐 식히고
메밀국수를 삶아 찬 물로 씻어 대접에 담아 팔팔 끓은 국물에 데쳐 뜨겁게 만든 후
볶은 야채와 스팀 한 아스파라거스 등의 고명을 국수위에 세팅을 마친 후
따스한 국물을 찰랑거릴 정도로 담는 것으로 만들기 끝.
잘 익은 김치와 함께 상을 차려 만드는 과정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음미하며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나서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냄비에 프라이팬, 채반 등 큰 것들로 가득하다.
나는 역시 뭔가 요리를 하려면 이것저것 많은 그릇과 장비가 설거지할 흔적으로 남는다.
즐거운 마음이 없으면 귀찮아서라도 못 할 텐데 아직은 그러지 않은 걸 다행인 것으로......
오전에 이어 이른 오후까지 내리던 안개비는 저녁이 되며 멈추고 햇살도 약간 보이며
하루가 저물어 간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즐겁게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