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977일째, 2018년 2월 21일(수) 애틀랜타/오전/안개 비, 오후/대체로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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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람 다 되었네
어제 저녁 건더기 많은 된장찌개와 임연수구이로 저녁을 먹고는 포도로 후식을 먹으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미국과 한국의 여자 컬링 중계를 봤다.
실황이 아니고 이미 경기가 끝나서 한국이 승리했다는 결과는 알고 있었지만
한국 팀에 코치를 비롯한 모든 선수의 성(Last name)이 김씨라 하여 ‘Team Kim'
초반에 일본에 진 것을 빼곤 세계 강호들을 차례로 이기는 연전연승
팀을 잘 이끌고 있는 스킵이라고 불리는 주장의 표정에 카리스마 혹은 김 선배, 안경 선배 등
해외 언론에서까지 많은 관심과 화제를 이루고 있는데다
미국은 4승 3패로 한국을 꼭 이겨야 4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까지 있어 중계를 봤다.
그런데 어느 팀을 응원하지?
한국이 조국이니까 당연히 한국?
아님 내 국적이 미국이니까 미국을 응원?
이미 결과를 알고 있으니까 응원이랄 것도 없지만
잘 하고 있는 한국이 한 번쯤 져줘서 둘이 4강, 혹은 결승에서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해와 통화를 하면서 “누구를 응원하는 게 옳은지 난감했다.”고 하니
아해 왈(曰) “미국사람 다 되었네.”
그래 한국을 방문해 입국심사를 할 때 서야하는 줄을 보면 분명 한국인은 아니고
미국으로 돌아 올 때 입국심사에서 "Welcome home"하는 소리가 반가운 것을 보면 미쿡사람...
암튼 재미있게 중계를 보면서 저녁을 보냈었다.
오전에 안개비가 내리면서 습도가 높은 나날이 이어졌다.
밤사이 꽤나 비가 내렸는지 도로가 촉촉한데 안개비가 이어지니 습함 정도가 심했다.
거기다 아침기온이 60도를 넘고 오후엔 70도 중반을 훌쩍 넘기니 때 아닌 더위까지 더해져
몸으로 느껴지는 묵직함이 움직임을 느리게 하면서 고단함이 적지 않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9홀만 걸을 생각이었는데 뒤에서 Thomas와 Larry가 바짝 따라오는 통에
거위 쉴 틈도 없이 빠르게 걷다보니 습함에 높은 온도가 몸에서 땀을 쥐어 짜내며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줄줄이 흐르기까지 하였다.
조금 짧은 Pines이었지만 9홀을 걸은 시간이 정확하게 1시간 30분,
그러니까 홀 당 평균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내가 걸으며 가장 좋아하는 속도가 홀 당 평균이 12분, 9홀에 108분
그러니까 1시간 48분인데 오늘은 18분이나 빨리 걸었으니 얼마나 빠른 건가?
그렇게 운동에 샤워까지 마치고 점심을 Togo해 사무실로 내려오는 길에 Hair cut하러 들렸다.
노부부인 듯한 사람이 맞이하는데 3주 전부터 주인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발을 마치고 돈을 내는 데 전에 비해 반값이 조금 넘는다.
전 주인은 면도하는 것 말고는 순전히 가위로만 이발을 했는데
배가 불쑥 나온 할아버지, 미용실처럼 빗으로 빗어 올려 기계로 밀어내니 금방 끝났다.
하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얼굴이며 옷에 잘린 머리카락 잔뜩,
싸게 Hair cut을 했음에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오늘 휴가를 다녀온 Jonas가 출근 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오질 않았다.
아주 잠시 ‘뭔 일이 있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뭔 일이 있으면 연락이 왔겠지.’로 마무리.
점심을 먹고 어제랑 비슷하게 사무실에 당번 서듯 오후 일을 했다.
공장의 뒤뜰 공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일이 되었다.
잔디를 모두 걷어내는 것은 물론 땅을 거의 30cm 밀어내는 일까지 하는 것을 보고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내가 큰일을 벌인 것으로, 장기적으론 참 잘 하는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일을 하면서도 수시로 밖으로 나가 공사 진행 정도나 범위를 확인 하곤 하였다.
아해에게 가기위한 비자 신청 서류가 접수 되어 Processing 중이라는 이메일이 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승인되었고 접수 할 때 함께 보냈던 회신 봉투를 Tracking하라는
이메일이 이어 도착하여 금요일 정도에는 비자가 찍힌 여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에 도착해 며칠 전 Costco에서 사다 놓은 오이를 채칼로 썰어
고추장과 Balsamic 등을 넣고 무쳤고 대구지리, 아스파라거스, 오징어돼지고기볶음 등이 메뉴,
저녁을 충분히 잘 먹고는 TV를 보면서 쉬었다.
9시를 막 넘겨서부터 좋음이 쏟아져 조금 이르게 잠자리로 향한다.
오늘도 즐겁게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