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981일째, 2018년 2월 25일(일) 애틀랜타/아침/비, 오전/오후/흐림

송삿갓 2018. 2. 26. 11:03

천일여행 981일째, 2018225() 애틀랜타/아침/, 오전/오후/흐림

 

가끔은 혼자가 된다는 게, 아님 혼자 있게 되는 게 싫을 때가 있다.

어린 시절, 그리고 학창시절에 이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혼자 있는 것,

혼자가 된다는 것에 그리 거부감이 적었고 오히려 즐기는 시간이 많을 정도로

그야말로 혼자서도 잘 해요 하는 나다.

오늘처럼 혼자 18홀을 걸으며 골프를 해도 외롭다거나 싫어하지 않고 잘 하는데

아주 가끔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살짝 싫어질 때가 있다, 오늘처럼.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고 어떤 경우에 그런지 특정 지울 수는 없지만

오늘은 혼자 오후와 저녁을 보내는 것이 허전하다는 생각을 잠시 하였다.

 

어제 저녁부터 Texas지역부터 다가오는 긴 띠의 비구름이 오늘 아침에 애틀랜타에 왔다.

9시경이면 애틀랜타 지역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한 치의 거리낌도 없이 운동하러 출발하였다.

오히려 운동하러 가는 중엔 맑은 하늘에 햇살도 약간 있어 안 올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고

클럽에 도착 했을 때도 전혀 비가내리지 않아 일기예보가 틀렸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였다.

Push cart에 골프가방을 싣고 그릴에 커피와 바나나, 사과를 가지러 갈 때 흐려지더니

클럽하우스에 거의 도착했을 때 아침을 Togo하러 오신 Yank Kim 선생이 날 보고는

비 온다는 데 나갈 거예요?”하며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티처럼 생긴 비구름이 2~30분 정도면 지나갈 것 같은데요?”라며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하였다.

헤어져 사과를 깨물며 다시 나왔을 때 빗방울이 시작해도 금방 지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다 연습장에 올라가 빈 스윙을 마치고 볼 몇 개를 칠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시원하다 할 정도로 쏟아져 연습을 중단하고 연습장 옆에 있는 Marshal house로 갔더니

MarkBill이 비를 피하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들어오라기에 인사를 하며 들어섰다.

30여분 수다를 들으며 기다리는 데도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Mark가 먼저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뜨고 잠시 뒤 좀 오래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나도 그릴 쪽으로 가다 차에서 책을 한 권 꺼내 걸어가 비를 피하며 책을 읽으며 밖을 살폈다.

30여분이 지나고 나서야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조금씩 뜸해지기에 채비를 하고 나섰다.

멀리서 Bill에 따라오더니 “9홀만 할 거냐?”고 묻기에 "Depend on rain"하며 Stables로 이동,

3번 홀까지 뜨문뜨문 내리던 비는 가늘어지고 잦아지고,

이후엔 어쩌다 내린 빗방울이 Rain gear 셔츠와 바지에 맺히면 연잎의 물처럼 도로록 굴렀다.

어쩌다 내리를 빗방울 말고는 아무도 없고 조용하여 적막하기까지 한 코스를 걸으며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감상적인 사색의 시간을 즐기며 걸었다.

뒤로 갈수록 빗방울이 자취를 감추는 시간이 길어지고 코스의 바닥에 있는 물기는 급격히 감소,

전반의 어떤 홀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었지만 후반엔 약간의 물기에 볼이 미끄러지기도 한다.

날씨가 좋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어제보다 오늘은 더 잘 놀았다.

어제 17번 홀에서 했었던 더블 보기가 오늘은 마칠 때까지 없었고 2타나 적게 쳤다.

그 만큼 사색을 즐기며 집중해서 걸었다는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 들어가기 전 내일 점심에 먹을 샐러드를 주문하고 집으로 향하면서

아해와 Voice 통화를 하였고 집에 도착해서는 영상통화까지 하였음에도

아해가 잠자리에 들고 나서 입었던 옷을 정리하며 세탁기를 돌릴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혼자 있는 게 싫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멍해졌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잔뜩 흐린 날씨에 약간 어둑한 집에 있으려니 그런,

아님 코스에서 너무 깊은 사색에 빠져 헤어나지 못해 그런가?

앉아서 멍하니 TV에서 골프중계를 보다가 아침에 냉동실에서 찾아 냉장실로 옮긴

까망베르가 생각나 벌떡 일어나 두 조각 잘라 씹으니 약간의 고린 냄새가 기분을 전환시켰다.

역시 치즈는 프랑스에서 만들어 살균처리하지 않은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궁, 치즈 하나로 금방 마음이 편해지는 난 뭔가?

 

오징어를 볶았다.

양파, 버섯, 바지락 등과 함께 볶아 오늘의 메인 메뉴를 만들고

대구지리, 김치, 아스파라거스 등이 오늘의 조연, 저녁을 먹고 TV를 보면서 저녁을 쉬었다.

내일은 회사와 개인의 세금보고를 완료할 예정으로 미팅이 있는 날이다.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