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041일째, 2018년 4월 26일(목) 애틀랜타/아침/맑음, 점심/비

송삿갓 2018. 4. 27. 10:03

천일여행 1041일째, 2018426() 애틀랜타/아침/맑음, 점심/

 

출근길에 어머님과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격앙되셨다.

이유인즉 어제 혼자 농협은행에 다녀오셨다는 것이다.

조금가다 쉬고 조금가다 쉬기를 반복하였지만 혼자 다녀오신 것에 지나칠 정도로 기뻐하셨다.

지난 번 폐렴으로 입원하셨다 퇴원은 강화의 동생 집으로,

그리고 며칠 뒤 어머님의 성화에 동생이 수지로 모셔다드려 혼자 계신데

눈이 잘 보이지 않고 귀가 어두워 진 것은 물론 다리가 후들거려 동네 근처만 다니셨는데

우리네 걸음으로 10여분도 체 걸리지 않는 농협은행을 혼자 다녀왔다며

스스로 대견스럽다는 말을 할 정도로 기뻐하신다.

마음이 먹먹해 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지만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어머님의 기쁨에 장단을 맞춰드렸다.

한 번 아프시고 나면 외출할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지고 시간은 곱으로 걸리는 게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는 어머님이 안쓰럽기만 하다.

이번 입원했던 일로 동생들은 물론 어머님 자신도 많이 놀라셨기에

이번 한국에 가면 어머님에 대한 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을 것 같다.

 

거기다 오늘은 진얼 엄마와 함께 한복을 맞추고 왔다면서

손자가 결혼을 한다니 꽤나 좋으신지 더욱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그 또한 나로선 송구한 마음이 적지 않았다.

사위, 며느리보고 손자·손녀까지 둔 친구들이 많아 할아버지라는 단어는 그렇지 않은데

아들이 결혼한다는 말에 한 친구가 시아버지가 된다.’말은 어찌나 어색하던지.

요즘은 아들의 결혼에 딸 하나 더 생긴다.’는 말을 흔히 하는데

난 그런 생각도 별로 들지 않다가 시아버지에서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내 아들이 정말로 결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참 되새겼다.

 

점심 무렵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18홀을 걷다보니 3시간 30,

볼 건지는 시간을 줄였으면 더 빨리 걸었을 게다.

운동 후 점심을 들고 사무실로 오면서 아해와 통화를 하는 데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현지 직원 한 친구가 집 안의 한 곳에서 엉덩이를 까고 볼일 보는 모습을 봤단다.

정말 정신 나간 친구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내 가슴이 벌렁거리고 열이 뻗치는 데

아해는 얼마나 황당하고 놀랬을까? 하는 생각에 말문이 막히기까지 하였다.

 

퇴근해서 정어리와 두부, 버섯 등을 넣은 김치찌개를 끓였다.

알찌개와 닭볶음탕이 있지만 조금 색다른 개운한 음식을 먹고자 준비한 것,

저녁을 먹고 잠시 쉬다가 새로 산 골프백을 들고 내려가 이전 것과 교체를 했다.

골프백의 부피가 커서 약간 걱정을 하였고 실제로 Push Cart에 얹는 데 문제는 있지만

그런대로 사용할 만하다는 판단을 하고 교체를 하였다.

다시 올라오는 중에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TV에서 남·북한 정상이 만나는 중계를 보았다.

서로 대치하지 않고 평화의 시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올라와

잠시 쉬다가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