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065일째, 2018년 5월 20일(일) 애틀랜타/맑음, 저녁/소나기
천일여행 1065일째, 2018년 5월 20일(일) 애틀랜타/맑음, 저녁/소나기
오늘은 애틀랜타 ROTC 이사장배 골프행사가 있는 날,
‘갈까?’하는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저녁 늦게까지 행사를 할 것 같아 포기.
12시 30분에 모이니까 1시경에 골프대회를 시작한 것이고 마치면 6시 언저리,
저녁 식사를 위해 모여 식사를 시작할 시각이 7시 언저리
식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 빨라도 밤 9시로 예상되어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났다.
저녁 늦게까지 뭔가를 한다는 것이 다음 날 아침 고단한 생각만 해도 절레절레.
때문에 가고 싶은 마음을 접고 Sugarloaf로 갔다.
연습장은 물론 전반 서너 홀까지 짙은 안개로 볼이 날아가는 것만 보이고
떨어지는 모습은 확인이 거의 불가능하였다.
어제 저녁 내가 사는 곳은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클럽엔 폭우가 내렸단다.
때문에 코스는 젖어 있었고 기온이 올라가며 습도는 거의 스팀사우나 수준,
햇살이 나지 않은 것이 그나마 조금 나은 환경이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물을 마셔도 머지않아 갈증이 되풀이하였고
오늘따라 천으로 된 골프화를 신어 젖은 풀에서 머금은 물이 발을 흠뻑 적시며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며 몸의 움직임을 무디게 만들었다.
아해는 일요일임에도 국경일 행사에 하루 종일을 넘어 저녁의 리셉션까지 참석하고
8시를 넘겨 집으로 들어와 Face 통화를 걸어왔다.
서로가 지친 모습으로 30여분을 통화하다 아해는 잠자리로 나는 세탁기 돌린 빨래를 널었다.
한국에 다녀와 바로 빨래를 하고 주말엔 건너뛰었기에 오늘은 건조대가 휘청거릴 정도로 많았다.
빨래를 모두 널고 의자에 앉아 쉬다가 깜빡 잠이 들어 고단함을 달랬다.
오늘 저녁은 닭곰탕에 오이무침,
어제 Costco에서 사서 다리와 가슴살을 발라내고 남은 것을 압력밥솥에 고아 곰탕을 만들고
오이를 채칼로 썰어 참기름, Balsamic, 고추장에 까나리액젓 조금 넣고 무쳤다.
식탁엔 세 가지만 올렸지만 충분하게 잘 먹고 치우곤 저녁을 쉬었다.
저녁을 준비하는 중에 갑자기 컴컴해지고 잠시 뒤 천둥과 번개가 한 바탕 힘자랑을 하더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소나기를 쏟아 부어 세상의 열기를 삼켰다.
창에 물이 맺히고 줄줄 흐르기까지 하더니 설거지를 마칠 무렵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아졌다.
꼭 성질 급한 사람이 불같이 화를 내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활짝 웃는 모습 같다고나 할까?
세상을 지배하던 열기가 사라지고 대지를 덮었던 먼지까지 깨끗이 쓸어간 소나기였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이 찾아오며 하루가 저물어 간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