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139일째, 2018년 8월 2일(목) 애틀랜타/비

송삿갓 2018. 8. 3. 09:23

천일여행 1139일째, 201882() 애틀랜타/

 

의무, 아님 무엇?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일기 예보 상으론 ‘11시 이전엔 흐리기만 하다가 비가 시작하고 오후에 많은 비가 내린다.’,

하지만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 드문드문 비가 내려 하늘로 향한 손바닥에 가끔 빗물이 맺혔다.

계속내리는 비가 아니고 간간이 맑은 구름이 있어 준비를 마치고 Pines 1번 홀로 이동하는데

Dr. Song부부가 나와선 준비를 하며 Mrs Song은 내가 했던 것처럼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비를 확인하기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더니 Dr. Song

“9시부터 많은 비가 내린다하여 나왔습니다.”라기에

"저 말고도 Crazy한 분들으 여기도 있네요. 비 맞지 말고 조심해 운동하세요.“하면서 헤어졌다.

원래는 첫 티 타임에 박 사장과 나, Dr. 송 부부가 함께 있었지만 박 사장은 아예 No show.

한 홀씩 앞으로 가는 데 오락가락하는 비는 조금씩 굵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Dr. 송부부와 나 사이에 Dr. 이윤재가 끼어들었지만 몇 홀 지나지 않아

두 그룹 다 보이질 않고 백인들로 추정되는 다른 그룹이 멀리 따라오고 있었다.

아마도 두 그룹은 빗줄기가 세어지자 중단하고 돌아간 것으로 생각되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나오지 않거나 하다가도 돌아가는 데

나는 왜 집착하듯 골프를 하려할까?

몸이 좋지 않아 힘들어하면서도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든 즐기려 하는 데 나 또한 같은 것일까?

아님 골프, 혹은 걷는 것중독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의무감은 아닐까?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모두 틀린 것이나 모두 맞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어이없는 것 같지만 게을러질까봐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비가 온다고, 몸이 안 좋다는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게을러지기 시작하면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하는 이유가 많아지고 점점 게을러 질 것 같은

뚝에 작은 구멍도 생기지 않게 늘 관리하듯이 나를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보면 강박관념 같은 것 등의 스트레스를 받는 데

기왕 하는 것이니 즐겁게라는 명제를 두고 나를 다독이는 것 말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은 아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텐션까지를 생각하며

몸이 너무 힘들어하거나 마음이 힘겨워하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게 말이다.

6번 홀이 지나면서 빗줄기가 많아졌지만 우의에 우산까지 받치니 몸은 많이 젖지 않고

코스도 그리 나쁘지 않아 9번 홀까지 마치곤 중단하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빗줄기가 많고 세져서 코스의 낮은 곳으로 물이 고여 흐르는 것을 보고

‘9번 홀에서 중단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Jonas와 함께 상반기 비즈니스 Review를 하였다.

서둘러 하느라 조금은 부정확한 자료로 검토를 했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나쁜길로 가고 있다.

Jonas는 문제의 원인을 설명해도 본인 방식으로만 이해하려는 덕에 개선책일 보이질 않는다.

부부들에게 다음 생애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다음에도 Jonas와 비즈니스를 하겠느냐?”고 물으면

그 역시 같은 질문에 아니다.”라고 하겠지만 나는 절대 아니다.”라고 대답할 거다.

그와 만나서 그로 인해서 지금까지 먹고살고 돈도 벌은 것은 사실이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꼭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없고

어쩌면 지금의 이런 상황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일 수도 있겠지만

또다시 만나 같은 고민과 갈등을 다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음에도 가능한 현 상태를 유지하다

은퇴하면서 각자의 길을 갈 때도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참고 함께 하는 마음이다.

이미 넷이 Partnership을 하면서 어려운 일을 더 많이 격은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암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참을 만 한데 금요일인 내일도 그러길 바라며 퇴근했다.

 

아해는 오늘 디너에 갔다가 10시를 훌쩍 넘겨 집으로 돌아왔다.

930분을 넘겼을 무렵, 그러니까 평상시에 잠자리에 갈 시각에 하품이 나오면서 힘들었단다.

11시 가까이 영상통화를 할 때 피곤해서 얼굴이 힘들어 하는 것은 물론 어깨까지 처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해에 비해 나는 고민거리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주저리주저리 푸념을 늘어놓는 내가 미안했다.

아해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1115분을 넘기고 잠자리로 갔고 나는 저녁을 먹고 쉬었다.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