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145일째, 2018년 8월 8일(수)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1145일째, 2018년 8월 8일(수) 애틀랜타/맑음
어머님이 입원하셨다.
지난 주말 날이 너무 더워 찬물로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켠 상태서 낮잠을 주무셨다가
감기에 걸려 주말 내내 고생을 하셨다가 동네 병원을 다녀와 괜찮아졌다고 하신 게 월요일,
“덥다고 찬물로 샤워하지 마시고 따스한 물로 하시라.”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지만
“늙어서 자꾸 잊고 더우니까 찬 물로 얼른 시킨다는 게 그렇게 되었다. 미안하다.”는 말씀이다.
혹시나 싶어 오늘 전화를 걸었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애비야 나 입원했다.”
월요일 밤에 기침이 심해 화요일 아침에 동네병원을 또 갔더니 의사 왈
“입원하시는 게 좋겠어요. 아드님 전화번호가 뭐예요?”
“아니 내가 할게요.”라고 대답하자 의사가 화를 내고는 눈물 흘리며
돌아가신 어머님 같아 답답해 그랬다며 미안하단 말을 거듭하곤 동생에게 전화를 하여
동생이 강화로 모시고 가서 입원을 시켰단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도 입원까지 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작년 가을에 한 번,
그리고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라 기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게 분명해 걱정이 많이 된다.
다음 달이면 강화로 이사를 가기에 환경이 바뀔 것이고 몸과 마음이 적응하려는 노력에
기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거다.
물론 동생 옆으로 가시기에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조치가 된다곤 하지만
약해지면 병원신세를 지는 횟수가 많아 질 것이 예상되는 것 또한 걱정이다.
“나는 괜찮다. 벌어먹고 사느라 고생하는 아들들이 걱정이고 특히 혼자 사는 애비가 걱정이다.”
어머님 마음은 충분히 알기에 “어머님, 저야 젊으니 아프면 병원하고 먹고 싶은 것 사 먹지요.”
물론 아해가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해도 함께 살지 않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 되냐고 하신다.
“어머님, 얼른 일어나시면 저는 무조건 괜찮으니 하루빨리 털고 일어나세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야속하기만 하다.
9월이나 10월에 한 번 다녀와야 하나?
오늘은 9홀만 걸으려 했지만 Yang Kim이 Join한데다 그냥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18홀을 걸었더니 더위 때문에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힘에 부쳤다.
입맛이 없어 점심을 건너 뛸까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그러면 기력이 더욱 떨어질 것 같아
억지로라도 먹자며 샐러드를 Togo하여 사무실에서 먹고는 오후 일을 하였다.
지난 번 샀던 Side Tables 바닥에 얹을 Granite top을 만들어 집으로 향하면서 아해와 통화,
오늘 아해는 1시간 정도 거리의 지방 행사에 갔다가 퇴근시각이 지난 후에나 집에 도착을 했고
저녁에 전통 춤을 배우러 간다며 나갔었는데 에어로빅 하는 것처럼 힘들고 고단했단다.
때문에 퇴근길에 통화를 하곤 영상통화는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집에 도착해 Granite top을 닦아서 테이블에 얹었더니 good,
이후엔 쉬면서 <The Mountain between us>라는 조난 영화를 봤다.
위기에 처해 서로 돕다, 다투기를 반복하는 꽁냥꽁냥의 관계가 사랑으로 발전하고
구조되어 원래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이 마음을 지배하면서
결국 만났지만 또 다투는 듯 해어지려 하지만 이끌리는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이야기다.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기를 시작한 영화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얻은 결론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숨길필요가 없다는, 아니 억지로라도 겉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에 동의.
맛살로 미역국을 끓이고 무말랭이, 호박나물볶음, 김 등으로 저녁을 먹고 체리와 차로 후식,
저녁을 쉬다보니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마음의 공허함이 찾아들었다.
입원하고 계신 어머님 생각에 오늘 먼 길을 다니고 고단한 몸으로 저녁 일까지 마친 아해 생각,
생각의 꼬리를 물고 시간을 보내다 찾아오는 어둠이 마음에 짠함을 더한다.
오늘 하루도 참 열심히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