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290일째, 2018년 12월 31일(월) 애틀랜타/아침/짙은 안개, 오후/흐림

송삿갓 2019. 1. 1. 11:14

천일여행 1290일째, 20181231() 애틀랜타/아침/짙은 안개, 오후/흐림

 

사람들은 저마다 삶에서 생각이나 방식이 다른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것, 내 방식은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고 잘못 된 것으로 정의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도 일부, 혹은 종종 그런 우를 범한다.

더욱 폭 넓게, 깊게 다른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무엇이며 언제였을까?

나이가 들었거나 혼자 살면서 더 깊은 사고를 한 후, 아님 아해를 만나 그럴 수 있게 되었나?

잘은 모르지만 예전에 비해 포용성이 확장된 것은 분명하다.

하나의 지혜를 가지게 되었다면 나와 다른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거나 모임엔 가지 않는 것,

예전부터 주창하였던 불가근불가원을 더욱 확실하게 삶에 적용하는 것일 게다.

올 들어 사람들을 덜 만났고 모임에도 자주 가지 않았다.

특히 CBMC와 더욱 멀어졌는데 교회를 거의 가지 않은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랄까?

그리곤 나와 맞지 않는 것으로 포장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나와는 색깔이 다른 것은 분명하고 그 넓이가 점점 심해짐도 확실하다.

이중적 삶, 또는 자신의 거룩함을 특별히 티내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기도 하다.

물론 평상시 삶을 더욱 바르게 살려는 노력의 한 방법으로 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지도 모른다.

나도 한 때는 그랬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방법으론 으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 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잘못되었다고 정의하는 순간이 있었다.

나와 종교가 다르고 나처럼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잘못 된 사람으로 단정하는 것 말이다.

어느 순간에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싹트고 회의를 갖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커지기만 했다.

거리감이 생겼을 때 CBMC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중적 삶이 흥미를 잃게 하였다면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건가?

분명, 틀림없이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고 열심히 섬기는 순수한 사람들이 많은데

흑백의 논리로 그들을 싸잡아 나와 다른 쪽으로 모는 것도 마음의 또 다른 큰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아해와의 관계를 다 털어 놓을 수 없어 물음에 엉뚱한 대답이나 화제를 돌려야 하는 것도

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나에게 이중성 같은 생각도 불가근으로 작용하였다.

“CBMC에서라도 얼굴 좀 봅시다.”라는 질문에

그러지요. 노력하겠습니다.”하면서도 쉽지 않을 거라는 마음의 묵언에 대한 미안함......

이틀 전 김영자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는 2018년 마무리와 새해인사를 주고받았다.

우리 언제 얼굴 볼 수 있지요?”

네 조만간에 뵙지요.”

신년조찬기도회에 오시나요?”

? 그게 언제 인데요?”

“2019년 첫 번째 토요일인 15일인데 연락 못 받으셨어요?”

아니요, 못 받았습니다.”

신문에 났던데. 터커에 있는 제일장로교회에서 한다고...”

, 저는 신문(한인신문)을 보지 않는 데요.”

그래요? CBMC카톡방에서도 주고받던데...”

저는 모릅니다. 내가 카톡방에 없나? 모릅니다.”

그럼 거기(카톡방)서 나가셨나보지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쓸데없는 것들까지 너무 많이 주고받는 것 같아서

방해받기 싫어, 그리고 불가근의 범주에 들어서 빠져나왔던 것 같았다.

아마도 CBMC와 관계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주고받는 것 같아 나온 것 같습니다.”

어머! 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CBMC모임엔 안 가세요?”

, 화요일 아침엔 운동하느라 가기 싫고 월례회의는 없어지고 목요일 저녁에 모이는 데

무슨 CBMC연구소 같은 이야기를 하기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게요. 거기다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그러고 있으니 저도 싫어요.”

CBMC의 멤버자격은 작게라도 자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데

사업을 하는 남편이 나오기 싫다고 해서 대신, 회장이 필요해서 자기 사무실 사람 등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 회원들이 많아졌고 하는 일 없는 사람들이 나와서는

연구소를 만든다는 등의 복잡한 일들을 만드는 것을 보고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터였다.

통화를 마치고 싶은 터에 김영자 사장이 화제를 이어간다.

사장님! 우리 따로 모임 만들지 않을래요?”

에궁, 쌩뚱 맞게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래?’

모임이요? 왜요?”

그냥 마음에 맞는 사람들 몇 명이 따로 모여요. 계라도 하면서요.”

내가 그 날 김영자 사장과 길게 통화한 것은 지난 번 아해와 LA를 갈 때

공항에서 예기치 못하게 만났었기 때문에 입단속이 필요해서였는데 한계에 다다랐다.

전 그럴 생각 1도 없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특히 애틀랜타 같은 좁은 한인사회에선 뜻 맞을 것 같은 5사람만 모여도

그 안에서 서로 맞지 않아 반목하고 뒤틀리는 것을 하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럼 우린 언제 만나죠?”

화제를 돌렸다.

“Mell 건강 합니까?”

, 건강해요. 그런데 결혼은 한 번도 안한 혼자 사는 누님이 곁에 와 있어 보살피느라 바빠요.”

, 그렇군요.”

또 한 참을 그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조금 지나치다 했을 때 먼저 인사를 했다.

암튼 오래 수고 많으셨고요, 내년엔 부부가 더욱 건강하세요.”

, 사장님도 그 분과 함께 행복하세요.”? 그 분이라니요?”

아직은 알리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서 그냥 저희만 알고 있어요.”

?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사장님도 건강하시고...... 제가 너무 쓸데 없는 이야기 많이 했지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거의 마지막에 아해와의 만남에 대한 입단속을 다짐받는 것으로 통화를 마쳤다.

통화를 마치곤 나와 삶의 가치나 방식이 참 다르단 생각을 하였다.

물론 부동산이라는 비즈니스를 오래하다 보니 지켜야 할 것들을 잘 알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비즈니스를 위해 혹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위해 모임을 이리저리 멀리하고 만들고 하는 방식

나와는 참 다르다.

그리곤 오늘 아침에 이렇게 나를 위로한다.

나는 내 삶에 신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내 자신에게 성의를 다하고 그로인해 행복을 추구하고

위안을 삼으며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나누어주며 살아보겠노라.

새해에도 쭈~~

 

오늘은 Luis CrewOff, Cesar Crew만 한 Job정도 Install한 것 같다.

사무실은 Inventory Check만 하고 난 2018 Write off list정리하곤 사무실 청소,

은행일 마무리하는 것으로 일을 마쳤다.

 

갑자기 저녁을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집으로 오는 길에 H-Mart에 들려 소꼬리와 부추만두를 샀다.

집에 도착해 소꼬리를 끓이며 쉬다가 저녁때가 되어 준비를 시작하였다.

콩나물을 삶고 갈치를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다.

호박을 썰어 들기름에 새우젓으로 간하여 볶는 사이 콩나물이 충분히 삶아져

건져 참기름과 고춧가루, 소금으로 간을 하며 무치고 명란젓을 가위로 잘라

참기름 몇 방울 넣고 간 깨를 얹어 모양을 냈다.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다른 날에 비해 훨씬 많은

잡곡밥에 꼬리곰탕, 갈치구이에 콩나물무침, 그리고 호박나물볶음에 명란젓, 총각김치까지

쟁반에 가득하도록 상을 차렸는데 그 이유는?

크게 의식하려하지 않았지만 내가 혼자 보내는 걸 많이 걱정하시는 어머님의 말씀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에게 이야기하기 위한 행동이라고나 할까?

2011년에 만들어진 영화 [New Year's Eve]를 보면서 저녁을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포도를 먹을 때 영화가 거의 끝나 가는데

감동적인 만남이 이어지더니 이런 설명이 나온다.

세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들로 가득해 보인다. 지진, 홍수, 리얼리티쇼

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들도 존재한다. 용서, 두 번째 기회, 새로운 시작

세상을 외로운 곳에서 아름다운 곳으로 바꾸는 건 사랑이다.

모든 형태의 사랑 말이다. 사랑은 희망을 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왠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희망이 있는 건 분명하기에 감격의 눈물로 바뀌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부터는 풍요·다산을 상징하는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으로

60년 만에 돌아왔다는 황금돼지해란다.

그러니까 내가 황금돼지해에 태어났다는 건데 처음 알았다.

아해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나를 황금돼지라는 또 하나의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내일 아침에 복권이라도 하나 사야하는 건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 이 문장 하나로 희망을 가지고 나를 위로하며 사랑하며

오늘과 2018년의 해를 마무리한다.

[I miss you so much]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