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412일 2019년 5월 2일(목) 애틀랜타/화창

송삿갓 2019. 5. 3. 10:08

천일여행 1412201952() 애틀랜타/화창

 

어제 샤워 후 왔던 등과 어깨의 통증은 밤새 나를 불편하게 했다.

바로, 혹은 좌·우 옆으로 누워도 조금만 지나면 결림이 지나쳐 또 움직여야 하니

자는 건지 아님 뒤척이는 건지 모를 정도로 뒹굴뒹굴,

거기다 코까지 막혀 불편함을 더하니 잠자기 참 어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 코에는 숨쉬기 편하게 하는 패치를 붙이고 한 참을 지나서야 뚫렸고

이후엔 조금은 길게 잔 것 같기도 하다.

아침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몸을 비틀면 등에서 느끼는 통증

어쩌지 못할 고통은 즐기자며 나를 달래보았지만 꼭 발악을 하는 듯한 생각도 들었다.

출근준비 막바지에 등과 어깨에 Bio Freeze를 바르고 집을 나서 운전을 하는데

시원함이 느껴지면서 통증을 가리니 어찌나 날아갈 것 같든지

이러니 편두통이 있을 땐 만사가 힘들어지는 게지라며 수시로 참았던 나를 대견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지나 두통을 없애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뜬금없는 다짐을 하였다.

물론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도 뜬금없는 것을 더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얼마 지나지 않아 Bio Freeze의 효과가 떨어진 건지 아님 익숙해 진 건지

통증이 스멀스멀 괴롭히기 시작할 때 즈음 집에서 가지고 온 붙이는 파스를 바라보았다.

혼자는 붙일 방법이 없어 직원들 출근하면 누군가에게 부탁 할 요량으로

잠을 자고 있는 중에도 잊지 말자고 걱정을 하던 파스를 챙겨 나왔다.

혼자 사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어려움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직원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정 쑥스러우면 박일청 사장에게 갈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언젠가 TV를 보다가 가수 김건모가 혼자 등에 파스를 붙이는 데

여러 번 던지듯 반복하다 결국 다 붙이지 못하고 붙은 곳도 삐뚤어지게 붙이는 것을 보며

안쓰럽다고 생각했던 게 생각나는 건 동변상련 때문이었나 보다.

아해야! 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

그리곤 수시로 양팔을 들어 어깨와 등을 스트레칭하면서 이른 아침 시간을 보냈다.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Christian에게 등에 파스를 붙여달라고 부탁했다.

통증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게 불편했고 그래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였더니 일단 통증완화에 많은 도움이 되어 일하기도 편해졌다.

 

오전에 크게 할 일이 없어 수시로 책을 읽는데 며칠 전과 다름없이 오래 읽을 순 없었다.

눈이 침침하고 눈물까지 나면서

에궁, 정말 좋아하는 책도 마냥 가까이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 신문을 보다 김혜자가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만일 상을 받으면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본인이 출연했던 드라마의 대본을

나레이션 하는 게 좋겠다며 혹시 잃어버릴까봐 대본을 찢어와 읽었다는 내용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그래 몸의 이곳저곳이 안 좋아지고 불편해져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잘 잘아보자는 생각을 하였고 함께 할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책을 조금 덜 읽으면 어때? 오늘 하루를 즐겁게 생각하며 살아가게 할 길벗이 있는데

그만하면 충분히 행복한 거지....

 

오전에 책을 읽다 쉬기를 반복하다 전지가위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자란

잡초와 나무를 자르며 시간을 보냈다.

땀을 흘려 그런지 사무실로 들어와 잠시 쉬다가 깜빡 잠이 들기고 하다 점심 맞이

샐러드로 점심을 먹고는 남은 점심시간을 쉬다가 점심을 마친 Christian이 들어와 천장으로,

아침 출근 때나 오전에만 해도 오늘은 장비나 parts 준비만하고 내일 할 예정이었지만

사무실로 떨어지는 물의 양이 많았고 시간이 될 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Tools을 챙기고 먼지를 막을 바람막이에 모자까지 쓰고 올라갔다.

Cooler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물을 받치는 판에 호수를 만들었는데

위치가 조금 높은 것 같아 아래쪽에 구멍을 뚫어 연결하여 물 빠지는 것을 확인하곤

반대쪽으로 가서 물이 다른 곳으로 새지 않게 테이핑 한 곳으로 물이 새는 것을 확인,

물받이 쪽으로 흐르도록 두꺼운 철판으로 지지하는 등의 일을 마쳤는데

먼지와 무더위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한 참을 버티며 작업을 했기에

몸은 먼지와 땀으로 범벅, 그리고 고단함이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내려와 먼지를 털고 대충 정리를 마치곤 사무실을 나서 풍년떡집에 들려 김치 한 병을 들고

집에 도착해 바로 샤워를 하고 잠시 쉬면서 고단함을 달랬다.

다행이 아침에 붙인 파스 덕에 어깨와 등은 많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였다.

오후를 쉬면서 보내다 디너 행사를 마친 아해와 잠시 통화를 하는데 많이 반가웠던 것은

아마도 몸이 힘들어 더욱 그랬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저녁을 먹고 오늘도 동네 한 바퀴, 그리고 스트레칭까지 하고는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내일은 조금 편하게 보내자는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