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542일 2019년 9월 9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9. 9. 10. 10:06

천일여행 1542201999() 애틀랜타/맑음

 

이달 말 일, 그러니까 930일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고

1일에 도착해 2일 오후엔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보통은 가기 하루, 이틀 전 어머님께 말씀을 드리는 데

이번엔 명절병 때문에 고생하시는 어머님께 조금 힘을 드리자며 지난 금요일에 알려드렸다.

작은어머님께서 계단에서 굴러 팔과 다리를 다쳐 추석에 오지 못한다 하시고

막내이모는 역시 허리 때문에 고생을 하시며, 외숙모님께서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아 걱정하시는 어머님께 조금은 위안이 되라는 뜻에서 말이다.

오늘 전화를 걸었더니 목소리가 많이 밝아지셨는데 그래도 추석 준비에 힘이 드신단다.

한 참 통화를 하고 끊으려 하는 데 추석에 오면 더 좋으련만...”

가족들 모이는 데 빈자리를 채우면 좋겠다는,

추석음식 차리는 데 그걸 먹이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그러시는 것 잘 안다.

하지만 그런 말씀을 하시는 순간, ‘이래서 미리 말씀드리지 않는 건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 그렇게 말씀 하시면 제가 못 가요.”

물론 추석에 맞추어 가려는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이왕 가는 김에 몇 가지 일처리도 함께 하려는 것인데....

아니다, 추석에 간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말씀을 하실 게 분명하고

다음 명절엔 또 기대를 하실 것 같기에 그냥 무시해도 될 것을....

마음 아프시게 안 하기 위해 바로 고쳤다.

그럼 좋지만 일정이 그렇게 안 되네요.”

전화를 끊고 한 참 마음이 요동을 쳤다.

정말 추석에 갈 걸... 그냥 좋은 말만 할 걸...’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이어 아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바쁘다기에 목소리만 듣는 정도로 통화를 마쳤다.

그랬더니 마음이 더욱 허전했지만 사무실에 도착하는 순간 모두 잊었다.

정리하지 않은 주차장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보였고, 깍지 않은 화단의 잔디 때문.

사무실에 들어서 몇 가지 일을 하며 또 그 분위기에 젖으며 출근길 일은 추억의 방으로 갔다.

 

한국 뉴스를 안 보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지?

때론 궁금하고 인터넷을 하다 때론 한국뉴스를 클릭하고파 하는 유혹이 있지만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자.’는 생각에 그냥 돌아서곤 하였다.

그랬더니 여유가 많아졌다.

SNS를 멀리하면서 생긴 여유처럼 다른 것을 하려고 두리번거리는 것과 비슷하다.

문득 영혼을 붙잡은 것 같은 희열을 느낄 때도 있는데

그럴라 치면 나 자신에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오늘도 역시 비슷하게 한두 번의 유혹을 물리치고 영혼이 털리지 않았다며 뿌듯했다.

 

9월의 중반에 들어서는 이번 주도 최고기온이 90도가 넘는다는 일기예보다.

어제는 ROTC골프를 하면서 카트를 탔음에도 더위 때문에 정신이 몽롱했는데

함께 한 후배들이 9월에 이런 날씨를 <인디언 썸머>라고 한단다.

궁금해서 구글에 도움을 요청하니

북아메리카에서 발생하는 기상현상을 뜻하는 말로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

일주일 정도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것을 말하는 것 이고

비유적으론 절망 가운데에 뜻하지 않는 희망적인 것으로 지금의 더위는 아닌 것 같다.

문득 아해가 <인디언 섬머>를 좋아한다며

언젠가는 내가 그 노래를 불러줄 날이 있기를 바란다는 메일이 생각났다.

에궁 그 노래는 정말 좋았지만 아직도 부를 능력은 안 되는 데...

그냥 듣는 게 좋겠다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오늘은 전립선 MRI 찍는 날,

해서 1030분이 거의 되었을 때 사무실을 나서 병원으로 향했다.

지난 번 찾느라 고생을 했었기에 오늘은 쉽게 Imaging Center에 도착,

접수를 하고 촬영시작까지 수월하게 한 덕에 예약시간 보다 이르게 시작했고

오늘도 1시간을 넘겨 촬영을 마치곤 꽃집으로 가다가 웬디스에서 샐러드로 점심,

꽃집에 도착해 잠시 이야기를 하며 처분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예상했던 대로 형수님은 파는 것 보다는 그냥 Close하는 것을 생각했던 듯,

암튼 내년 4월까지는 일을 정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팔기위해선 지금 즈음 내 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까지 확인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영자 사장께 전화를 걸어 다음 주 월요일에 만나기로 약속.

 

집에 도착해 쉬다가 임연수를 Air Fryer에 굽고 콩나물국을 데워 저녁 식사,

오늘 후식은 딸기였다.

 

MRI 통속에 들어가 1시간을 넘게 누워있었더니 저녁에 많이 고단했다.

오늘도 잘 자기를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