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563일 2019년 9월 30일(월)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1563일 2019년 9월 30일(월) 애틀랜타/맑음
한국 가는 날
밤새 편두통에 시달렸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틀 너무 많이 놀아 몸이 고단해 그런 것으로...
그래도 깨서 멀뚱멀뚱 거리진 않고 뒤척이면서도 계속 누워있었다.
아해의 모닝콜에 묵직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해서는 두통과 씨름하느라 스트레칭,
그것도 모자라 걸어 1층까지 걸어 내려갔다 올라오니 꾸물거리는 지렁이처럼
서서히 꼬리를 감추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 골프장에서 점심에 이어 간식으로 먹은 것 때문인지 속까지 더부룩해서
페리에까지 마시며 속도 함께 달래며 아침을 보냈다.
어제 저녁에 대부분의 짐을 정리했기에 아침엔 여유롭게 말이다.
공항으로 가는 Marta,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화기를 들고 뭔가를 하고 있던가 아님 이어폰을 끼고 통화, 혹은 음악.
얼마쯤 가고 있는 중에 세 사람이 탔는데 나는 바로 보지 못해 몰랐는데 한 사람이 소경,
몇 사람이 엉덩이를 들썩일 때서야 그 쪽을 보고 알았다.
그러다 소경인 여자는 자리에 앉았지만 열차는 앞 차와 간격을 두느라 그런지
출발 않고 문을 열고 대기, 그러는 중에도 소경과 함께 탄 젊은 남자와 나이든 여자는 뭔가
한 참을 떠들다 그냥 내려버린다.
소경과 일행은 아니고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자 미소를 머금고 있던 여자는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눈만 껌벅거린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보통은 짙은 안경을 쓰고 있어 눈동자 움직임을 볼 수 없는데
그녀는 달랐고 보지 말아야 하지만 자꾸 눈길이 가며 멀쩡한 눈에 보이지 않음이
마음이 쓰리면서 뭔가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으며 고개가 숙여졌다.
잠시 뒤 열차가 출발하자 얼마쯤 떨어져 있는 곳에 서있던 학생인듯한 아가씨가
그녀 앞으로 다가가더니 어디서 내리는지 아느냐고 물으니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는 대답이다.
몇 정거장을 지나 그녀가 접었던 지팡이를 펴고 열차가 멈추자 한 번 뒤뚱이곤 내리자
어디서 내리는지 아느냐 물었던 학생이 멈칫하다 뒤따라 내렸다.
미국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게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대하는 태도나
장애인을 대하는 배려가 남다르다는 거다.
물론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더욱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살아보지 않아 잘 모르는데
미국이 한국에 비해 훨씬 잘하는 게 모든 것에 사람이 우선이고,
장애인이나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공항에서
오늘은 나름 순조롭게 Check in과 검색대를 통과하였다.
목걸이와 팔찌, 스마트워치까지 풀어 가방에 넣고 통과한 것이 주효했나?
암튼 검색대를 통화하고 또 옆에서 촉수검사를 했지만 그냥 훑어내는 정도의 간단함으로 끝.
라운지에 앉아 커피에 베이글 한 개 먹고 쉬고 있는데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통화를 하면서 어찌나 떠드는지 자꾸 신경이 쓰이며 눈살도 찌푸려졌다.
나이가 들어 귀가 어두워 그러는지 이어폰을 끼고도 큰 목소리로 쉬지 않고 떠든다.
에궁 나도 나이가 더 들면 저러려나?
시간이 되어 비행기를 탑승했고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각에 하늘로 날랐다.
인천공항까지는 14시간 30분,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는 생각에 조금은 지루한 생각,
비행기 안에서 첫 끼는 파스타, 영화를 보면서 나름 충분히 먹고 한 숨 잤다.
멀미 때문인지 두통이 있어 조금은 고생스러운 여행이 되었지만
멀미약 말고는 약을 먹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서 비행기 안에서 오늘 하루를 마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