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573일 2019년 10월 10일(목)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1573일 2019년 10월 10일(목) 애틀랜타/맑음
지금 시각이 12시 20분에 가까워지고 있다.
8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 3시간 쯤 자고 일어나 이러고 앉아있다.
편두통이 괴롭히고 더부룩한 속은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불편하다.
잠에서 깼을 때 집에서 하루 더 쉴까하는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한국에서 위의 Biopsy를 했는데 정말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걱정이고
아님 어머님과 함께 있을 때 혹은 비행기 안에서 먹은 무언가가 체해서 그럴 수도 있다.
두통과 속 불편함이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체했을 때의 현상에 가깝기는 하지만 말이다.
두 가지를 위해 소화제와 진통제를 먹기는 했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도 체함과 비슷하다.
거기다 어제 힘든데 18홀을 다 걸은 것도 몸을 힘들게 하는 데 한 몫 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배가 좀 꺼지기를 바라며 이 시간대에 한 번도 보지 않던 TV를 튼 것은
조용함이 이상한 상상을 더욱 하게 할 것으로 생각해서다.
한국의 대학 ROTC 카톡방이 있다.
나는 글을 거의 남기지 않고 눈팅을 하는 이유는 동기들이 어떤 일들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을 찾은 몇몇의 동기들이 고마워서 이기도 하다.
한두 해 전인가 아버님 일 때문에 감사의 표시로 협찬금을 보내기도 하였고
또 동기들이 부모님 상을 당했을 때 애도의 글, 혹은 꽃을 보내기도 한다.
어느 그룹이든 비슷하겠지만 동기들도 한국 정치나 경제에 대해 두세 갈래로 나뉜다.
물론 개인적인 일이나 모임 등 말고는 글을 남기지 않는 동기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흑·백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동기들이 있다.
‘동기들끼리 친선을 도모하는 단체방이니 개인적인 정치성향이나 종교 등은 언급하지 말자.’는
충고나 ‘너무 극한 대립은 자제하자.’는 주문을 하는 동기들도 있다.
현 정부의 지지와 반대로 치자면 고광철(지지)과 양인식(반대) 동기가 끝과 끝으로 보인다.
언젠가 너무 심한 정치적 글을 많이 남긴 양인식 동기가 단톡방을 떠난 뒤 조용하다 싶으니
이광호와 고광철 동기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해서는 안 되는 욕설까지 주고받은 게 최근.
고광철은 군에서 제대 후 한 회사(동아제약)에 입사하여 평사원으로 정년퇴직을 하였고
이광호는 일찍이 사업을 시작하여 동기들 중에는 꽤나 자수성가한 케이스다.
그러다보니 경제적인 부분, 특히 세금부분에는 정치의 좌·우와 같은 대립을 한다.
하기야 평생 봉급만을 받는 사람은 세금을 어찌할 방법이 없고
사업을 하는 사람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때로는 불법과 적법의 경계가 모호한 일도 한다.
나 역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세금감면을 시도하곤 하는데 그 또한 사업의 Skill로 포장한다.
평생 샐러리맨으로 산 사람은 사업하는 사람들의 그런 것들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텐데
광철이가 그 중 하나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양인식이 다시 돌아왔고 작금의 광장정치에 대해 광철이와 충돌하면서
험한 내용을 주고받다가 인식이가 또 잠적하였고 일부 동기는 그러는 모습이 싫다며 퇴장,
이어 광호가 깐족거리듯 광철이를 건드린다.
한국 정치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 나로서는 단체 카톡방에서 그러는 모습이 마땅치 않다.
그냥 동기들 안부를 보며 살고 싶어 퇴장은 하지 않고 있지만 편치가 않다.
하지만 그 마저도 없다면 동생들이나 어머님, 그리고 가까운 친척 말고는 연락을 끊는 건데...
3시간을 넘게 잠 잘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잠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2시간을 더 자다 아해의 약간 늦은 모닝콜에 몸을 일으켜 느릿느릿 출근 준비,
사무실에 도착해 Inventory File을 보는 데 울고 싶어졌다.
그동안 수없이 실수 없이 하라고 부탁을 했음에도 또 틀려 가슴이 답답했다.
정말 안 되는 건가?
설사를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제대로, 여러 번 설사 하기는 처음이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랬다.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골프장에 도착했더니 Home Depot에서 Event를 하면서
Pines와 Meadows를 독차지하였기에 오늘 멤버들은 Stables only에 10:25이 첫 타임.
9홀만 걸을 생각으로 7번 홀을 걷는데 방귀가 나오려 하기에 슬쩍 끼려고 했지만
대번까지 같이 나올 것 같은 느낌에 참았다가 골프를 마치고 화장실에 가서
힘을 한 번 주니 배가 후련할 정도로 쏟아냈다.
며칠 동안 변비처럼 대변이 쉽지 않아서 뒤태가 무겁곤 했는데
시원하게 쏟아 내고 나선 오히려 속이 편해졌다.
지난 이틀 저녁을 밥을 끓여 먹었는데 오늘 설사를 하고나니 밥이 먹고 싶어
어제 산 소고기와 무로 국을 끓여 김과 함께 먹고는 화장실이 부르기에 갔더니
낮에 와는 확연히 다르게 설사가 많이 좋아졌다.
아마 오늘 골프를 하고 사무실로 가지 않았기에 충분히 쉬었던 게 도움이 된 듯...
저녁을 먹고 났더니 졸음이 쏟아져 이르게 잠자리에 든다.
오늘 길게 하루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