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674일째 2020년 1월 19일(일)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1674일째 2020년 1월 19일(일) 애틀랜타/맑음
골프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가방을 정리해서 자동차에 넣는 데 뒤에서 누군가
“잘 치셨어요?”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보니 박 사장이었다.
“이런 날씨에 잘 칠 리가 있나?”
“이렇게 추워서 우리도 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햇살이 있어 칠만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오후 잘 보내세요.”
“네 재미있게 치세요.”
봄 같은 이상 고온이 며칠 계속되다가 어제부터 기온이 내려가더니
오늘 아침엔 40를 조금 넘었고 흐린데다 강한 바람까지 불어 많이 추웠다.
거기다 어제 내린 비가 다 빠지질 않아 코스가 질척여 걷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백 9(Meadows)에 들어선 햇살이 강해 온기가 더해졌고
바람이 덜 부는 곳은 ‘따사롭다.’란 생각과 함께 멈추고 햇살을 즐기고프기도 하였다.
장갑에 두 개, 바지 주머니에 두 개의 핫팩을 넣고서도 손이 시려 호호 불어가며 걸었다.
어제 저녁에, 그리고 오늘 아침에 먹어야 하는 모든 약을 잊은 채
그러니까 아무런 약의 도움 없이 잠을 잤고 오늘 골프도 하면서
‘나 참 대단하다.’며 대견스러워했다.
아해는 시장배 골프 토너먼트에서 자기 그룹에 Net 1등을 해서 트로피를 받았다.
오늘 골프 시작 전에 그런 소식을 접하고 고맙고 자랑스럽고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지난 2년 동안 거의 모든 대회에서 트로피를 받은 것을 되새기며
그곳의 골프계를 평정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고맙기만 하였다.
집에 도착해서 영상통화를 하면서 주요 주제는 아해의 골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을 먹고는 쉬다가 문득 공허한 생각으로 빠져든다.
‘일요일 저녁이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며 보내야 하는 시간인데 나는 혼자네..‘
TV소리가 잡음처럼 들리고 집 안은 산속 깊이 외딴집 같고
나는 세상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은 뭐지?
하지만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는다.
복잡하게 살면서도 혼자라고 느끼는 때가 많았고
혼자이면서도 늘 아해가 옆에 있는 것처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어느 때보다 행복을 만끽하며 살고 있음에 고마워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TV가 재미없고 또 내일 마주해야 하는 고장 난 기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
마음의 부담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란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예전에 비해 내 성격이 많이 유해졌음에 방긋이 미소를 짓는다.
일요일인 오늘 저녁 메뉴는 뭇국, 임연수구이, 계란찜, 김치 귤과 카모마일은 후식
저녁을 먹고 쉬면서 골프 할 때 얼었던 몸을 달랬다.
추웠던 오늘 하루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