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694일째 2020년 2월 8일(토) 애틀랜타/함박눈
천일여행 1694일째 2020년 2월 8일(토) 애틀랜타/함박눈
어제 골프장에서 맞은 싸라기눈과는 다르게 함박눈이 내렸다.
점심 무렵에 내린 진눈깨비로 다 녹아 없어졌지만
차가운 날씨 나뭇가지에 내렸던 눈이 얼어 함박눈의 흔적이 되었다.
TV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오늘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고
날씨도 추워 ‘집에서 쉬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긴가민가하여
어기적거리며 나갈 준비를 했고 그러는 사이 건너편 숲 끝에 해돋이의 붉은 빛이 보여
운동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채비를 마치고 자동차로 갔다.
막 시동을 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메일을 확인했더니
‘Course Closed February 8, 2020’라는 제목이 눈에 띠었다.
운동을 못한다는 실망감보다는 출발하기 전 알았다는 안도를 하며 거슬러 집으로 왔다.
옷을 갈아입고 잠시 아해와 통화를 하곤 책을 들고 침대로 가서는 잠시 책을 읽다 낮잠,
아님 아침잠이라고 해야 하나?
30여분 자고 일어났더니 몸과 마음이 초롱초롱,,,
‘이제 뭘 하지?’
어제 물에 담가 까다 만 마늘 때문에 밤새 집안에 마늘냄새가 진동을 했기에
바로 자리를 잡고 TV를 보면서 까고, 갈아 병에 담아 냉동실 보관까지...
서두를 일이 없기 때문에 느긋하게 꼼꼼히, 그리고 차분히, 잘...
할 일이 없어 심심하지만 때론 나 자신에게 늘어질 기회를 준다 싶게 어기적어기적.
어제 Costco에서 산 만두를 마이크로웨이브에 2분 데우고
컵라면 하나에 계란까지 추가해 끓는 물을 부어 3분 기다리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메뉴로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며 아해와 영상통화를 했다.
골프를 마친 아해와 오랜만에 집에서 늘어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이자
행복은 수시로 언제든 할 수 있는 영상통화다.
식사를 마치곤 오랜만에 전통적인 절차, 알맞은 온도에 시간까지 우아함을 떨며
한국 보성녹차를 입에 담고 쓰고 떫은맛을 만끽하며 자연을 즐겼다.
차가 약간 식으니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차 맛이 조금 더 쓰게 느꼈는데
이겨내고 감내할 수 있는 인생의 쓴맛인 것 같아 익숙했다는 표현이 적절...
그러는 사이 진눈깨비가 그쳤는지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골프를 하러 가지 못하더라도 동네 한 바퀴를 돌거나 쇼핑센터라도 다녀오곤 하였는데
오늘은 건물 밖을 나가지 않고 가장 긴 움직임이 쓰레기를 버리러 간 거였다.
두부조림을 했다.
전에 아해가 했던 방법처럼 한 번 기름에 부치고 이어 양념장과 양파,
그리고 버섯을 조리는 냄비로 부친 두부를 옮겨 한 참을 더 졸였다.
저녁을 먹고서도 늘어지도록 쉬면서 저녁 시간을 즐겼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