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702일째 2020년 2월 16일(일) 애틀랜타/오전/비, 오후/흐림, 늦은 오후/비
천일여행 1702일째 2020년 2월 16일(일) 애틀랜타/오전/비, 오후/흐림, 늦은 오후/비
운동을 쉬고 집에 있었다.
어제 왼쪽 등에 담이 들린 것과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요즘 들어 수시로 그렇지만),
10시를 조금 넘길 무렵부터 비가 내릴 것 같다는 일기예보가 겹쳐 집에 있었다.
실은 그럼에도 나가려고 채비를 마친 후 자동차로 가는 데 주차장으로 나서는 순간
몸을 에워싸는 한기가 마음을 흔들었고 건물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창에 맺히는 빗방울이 운동을 가지 말아야한다고 들었던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면서
바로 돌아 집으로 들어와 세탁기를 돌리는 것으로 게으름이 아닌 것으로 정리하였다.
집으로 들어서 아해와 통화를 하는데 오전에만 비가 내린다는 내 이야기에
“오후에라도 안 나가요?”라고 묻기에
“한 번 돌린 발걸음이 그렇게 되겠나?”
“그래, 귀찮아지지.”라는 말을 했지만
그 또한 실은 아해와 통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그리 대답했다.
“늘어져 한 숨 자요.”라는 아해의 말에 침대로 향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 혼자만의 갈등을 한 순간에 해결해주는 도우미를 아해가 한 것이다.
거의 하지 않는 수면바지에 양말까지 신고 침대에 누웠는데도 갑갑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잠시나마 바깥바람을 쏘인 게 손과 발을 차갑게 한 때문이었다.
아주 잠깐 잠을 자는데 세탁기가 자기임무를 마쳤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오기에
몸을 일으켜 건조대에 널고 세탁기에 두 번째 임무인 밝은 색상 옷을 넣었다.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소리가 빗길을 달리는 것 같아 보니 어느새 비가 내려 촉촉이 젖었음에
운동 쉬기로 한 것에 합리화의 방점을 찍었다.
지난 번 파리에서 아해를 만났을 때 건네받은 중국녹차를 따뜻하게 만들어
향은 코를 따스함은 몸을 굿은 날 그러고 있음은 멋짐을 그려내며 여유를 부렸다.
차가 들어있는 컵을 두 손으로 감싸니 따뜻함이 손을 데우며 몸과 마음을 늘어지게 하고
문득 비발디 4계를 듣고 싶은 마음은 아해와 함께 있지 못함을 달래는 허전함이다.
오늘 차는 알맞게 잘 우려냈다.
양이 많거나 시간이 길면 떫으며 탁한 맛이 나는 데
(어떤 날은 그런 맛이 좋을 때도 있지만)
오늘은 조금 약한 듯하지만 향과 온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적당한 맛이다.
“차는 몇 분 우려내야 해요?”
언젠가 아해가 물었던 말에 조금은 당황해하며 “3분에서 5분.”이라 답했었는데
그건 그동안 내 방식과 습성이었던 거라서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 차
득달같이 책을 뒤져서 확인했던 추억도 그리움 중의 하나다.
할 일을 대충 다 하고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심심한 생각이 들었다.
내리던 비가 그치고 조금씩 맑아오는 게 몸과 마음이 동하더니 운동을 가고픈 마음,
여기까지 생각하니 조급증이 일면서 골프장의 Tee sheet를 들여다보니 꽉 찼는데
12시 30분에 Yang Kim 선생 부부의 이름이 보여 전화를 걸어 내가 Join하는 걸로...
오트밀을 끓여 이른 점심을 먹고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물론 식사를 하면서 아해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운동가는 사실을 알렸다.
주차장으로 갔는데 아침보다는 훨씬 푸근한 생각이 들면서
운동가야 하는 마음에 정당성을 합리화한다.
준비를 마치고 연습장에 올라간 시각이 12시 20분,
김 선생 부부가 나타나질 않아 혼자 출발하였다.
Stables 1번 홀에서 연습스윙을 하는 데 뒤 그룹의 두 골퍼가 나타나선
자기들은 카트를 타니 먼저 가도 되겠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막 출발하는 시각까지 김 선생 부부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추워서 나오지 않는 것으로 추측되어 혼자 출발하였다.
Stables-Meadows를 돌아 마지막 홀을 걸을 때 느낄 듯 말 듯한 가랑비가 시작,
샤워를 하고 나오니 땅이 제법 젖어 촉촉해져있었다.
집에 도착해 바로 저녁 준비, 미역국과 유산슬 데워 김치, 야채볶음과 함께 식사,
설거지를 마치고 늘어져 쉬면서 저녁을 보내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비 때문에 늦게 운동을 했기에 오후에 아해와 통화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담고
잠자리로 들면서 드는 생각 아해는 잘 자고 있겠지?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