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786일째 2020년 5월 10일(일)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0. 5. 11. 10:13

천일여행 1786일째 2020510() 애틀랜타/맑음

 

혼자 걸었다.

Tee sheet에 누군가 있었고 함께 출발 했지만 1번 홀 중간에 먼저 보내고 혼자서...

6월에 있는 시니어 챔피언십을 대비한 연습을 하면서 느긋하게 혼자 즐겼다.

방해하는 사람이나 방해할 사람이 없기에 Give me도 없이 Hole out을 해가며 천천히,

중간에 조금씩 대충하고픈 유혹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차분하게 플레이를 했다.

물론 볼이 있을 만한 곳에선 낚시를 하듯 볼을 건져가며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워 볼 건질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무뎌진 건지 아님 겁을 상실한 건지 모를 정도로 한참 만에 열심히 볼을 모았다.

그랬음에도 18홀을 3시간 45분에 마쳤는데 점수는 그리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거의 모든 홀에서 Hole out을 하니 그랬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오늘은 특히 아이언 샷과 퍼팅이 좋지 않아 집중적으로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오랜만에 토너먼트를 하는 것이고 내가 Super Senior로 참가하는 첫 해니 잘하고픈 마음.

 

집에 도착해 어제와 비슷하게 샐러드를 만들었지만 드레싱은 들기름, 올리브 오일, 발사믹.

그림 같은 게 들어가지 않으니 담백하게 먹을 수 있었다.

세탁기를 두 번 돌려 빨래를 너는 중에 족욕과 허리에 저주파 치료기로 찜질을 했다.

2주쯤 되었나?

허리가 약간씩 아픈데 그렇다고 많이는 아니라 골프를 계속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하면서 진통소염제를 먹은 날도 있었고 저주파 치료기로 달랜 날도 있었다.

골프를 하다보면 통증이나 뻐근함으로 극도로 조심하게 되는 데 굳이 표현하지만

아픈 것과 아프지 않은 경계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오래 갈 것 같은 위험신호 같은 것.

그러다 골프를 쉬면 많이 진정되고 또 하면 조금 더 심해지는, 그러니까 누적되는 느낌이다.

암튼 많이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살면서 살림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한 사람이 살든 아님 두세 사람이 살든 해야 할 일들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치우고 세탁기를 돌리고 말려서 정리를 하는 것 등을 보면

단지 양에 차이는 있겠지만 종류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모아서 혹은 나중에 하자고 미루기 시작하면 복잡하고 어수선해지고...

그래서 먹고 난 다음 바로 설거지를 하고 다른 것을 하려는 노력이나

세탁물이 마르면 오래 두지 않고 가능한 빨리 정리를 한다.

어쩌다 하루나 이틀 미루면 원래 그 날 주기적으로 하던 일이 미뤄지고

할 일이 많아지면 더욱 하기 싫어지는, 한 마디로 게을러짐을 의미한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이, 특히 남자가 누군가와 함께 살고자 한다면 1년 혹은 몇 년을 혼자 생활하며

집안일 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고 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혼자 하는 것 보다는 함께, 아님 할수록 실력이 늘거나 요령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그냥 나만 그런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그러고 함께 살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골프를 일찍 마쳤기 때문에 조금 긴 시간을 보내면서 무료한 듯 바쁘게

일요일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